가볍게여기기...까지

나만의 극복 방법

by 흰 점

한밤에 잠을 못 자고 뒤척거려본 적이 있는가.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밤. 몸은 피곤한데 정신은 명료해지고 그날에 있었던 일이 자꾸 떠오르며 하릴없이 머릿속에서 상황을 변명하던 밤. 특정 대상이 있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다. 다만 누군가 들어주기라도 하듯 '이유'를 대며 그럴 수밖에 없었던, 혹은 억울했던 상황을 변명하고 또 변명한다. 현실에서는 그렇게 인내심 있게 들어주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스스로 '변명' 자체를 치졸하게 여기는 마음에 맘껏 자신을 변호하지 못한다. 결국 그것이 화근이 되어 억울하거나 부끄럽거나 그 상황을 야기한 자신을 탓하는 것으로 결론짓고는 한다.


누구 말대로 "마치 영혼이 낚시꾼의 낚싯바늘에 걸리는 것과 같이 삶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잘못된 나의 판단과 실수 등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고 영혼을 괴롭히는" 이와 같은 일을 비단 나만이 겪는 것은 아닐 것이다. 류시화 씨가 자신의 책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에서 '집착'으로 번역되는 티베트어 '센파'라는 단어에 대해 설명하며 한 말이다. 그는 그래서 애초에 낚시꾼에게 잡히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그 비결은 '영양가 없는 미끼에 집착하지 않는 것'. 즉 그것이 낚싯바늘임을 알아차리고 애초부터 걸려들지 말라고 조언한다. 물론 그럴 수 있으면 좋겠으나 애초에 그것이 낚싯바늘임을 알아차리는 것이 쉽지 않다. '영양가 없는' 미끼는, 대부분의 영양가 없는 것들이 그렇듯, 채 인식하기도 전에 익숙하게 손이 가는 특성이 있지 않은가.


어쩌면, 오히려 '그 일'을 충분히 복기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감정적으로 가 아니라 이성적으로 따져 보는 것이다.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면 사건의 전후를 기록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디에서 실수가 있었는지, 판단 착오를 일으킨 지점이 어디인지, 왜 그런 판단을 하게 되었는지.... 혹은, 왜 나는 그 사람이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는지.... 자신과 자신이 겪은 상황을 객관화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그 일을 '종료' 하는 과정을 갖는다. 그러고 난 후, 약간의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실수한 나를 위로하고 변호하고 격려하는 과정. 그 과정은 실수를 자양분으로 흡수하는 과정이고, 결과적으로 성숙해지는 과정이다.


돌이켜보면 수없이 많았던 '이불 킥' 할 일들, 수행이 부족한 나는 결국 이불 킥을 해야 했고, 마음의 해결 없이 넘어갈 수는 없었다. 잠을 못 자고 뒤척여야 했고, 충분히 괴로워하고, 당시의 '실수' 또는 '억울함'을 진정시키는 과정이 필요했다. 다만 그것이 '집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스스로 인정하고 애도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과정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자칫 애써 세워놓은 자존감이 한 단계 떨어질 위험이 있었으니 말이다.


실수에 대한 인정, 그럴 수 있는 나의 한계, 더 나은 나를 위한 보상.... 잘한 것에 대한 보상도 중요하나, 실수를 겪어낸 나를 위한 보상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여행을 보내거나, 시간이 없어서 하지 못했던 재미난 일을 할 기회를 나에게 주는 것도 좋겠다.

그제야 비로소, ‘그럴 수도 있지~’

문제가 가벼워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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