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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여행 Dec 16. 2022

나무

삽화_표지_시화_나무_손그림_광고_소리여행

나무일러스트_소리여행





제가 존경하는 김승국 시인의 '나무'라는 시에 그림을 담아봤습니다.

시 한편으로 아름다운 하루가 시작 되시길요~






나무

_김승국



나는 나무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언덕에

서 있는 나무다.

내 모든 가지를 하늘 높이 치켜올려

기지개를 켜는 아침

햇살은 어김없이 찾아와

나의 잎새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때로는 거센 바람이 불어와

나의 잎새를 흔들어대기도 하지만

살랑거리며 다가온 바람이

나의 잎새를 흔들며 빛나게 하기도 한다.

가끔 이름 모를 작은 새가

날아와 앉아

싫건 수다를 떨다 떠나가기도 한다.

다음 날 그가 또 찾아올 때도 있지만

다른 작은 새가 찾아오기도 한다.

그런 일은 내게 너무도 익숙한 일이다.

새가 오고 떠남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님을 나는 안다.

그래도 좋다.

나를 찾아와 와 주는 작은 새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니까.

때론

아침 햇살이 찾아오지 않는 날도 있다.

또 어느 날은

먹구름이 끼고 비바람이 불어

나를 온종일 흔들어대는 날도 있다.

어떤 날은

내 가지를 부러뜨릴 정도로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칠 때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비바람도

언젠가 잦아든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그냥 견뎌내기만 하면 된다.

모든 것은 영원한 것은 없다.

계절도, 사랑도, 생명 또한 모두 그렇다.

내가 서 있는 언덕 위

어떤 나무는 지난해 떠나버렸고

또 어떤 나무들은 태어나 새 가지를 뻗기 시작했다.

그냥 이 자리에서 천년만년을 살고 싶지만

나도 언젠가 떠날 것이고

이 언덕 위에는 여전히 나무들로 숲을 이룰 것이고

작은 새의 새끼, 또 그의 새끼가

나무를 찾아와 지저귈 것이다.

봄이 오면

나는 내 마음을 다해 꽃을 피운다.

그것도 내 온몸 가득히 꽃을 피운다.

내가 꽃을 피울 때는

한때는 내가 대단하고

영원히 아름다울 것으로 생각했지만

한 해 두 해 꽃을 피우고 떨구는 것을 거듭하다 보니

꽃을 피우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그냥 그것으로 만족해하기로 했다.

봄을 보내고 여름이 오면

꽃이 떨어진 자리의 상처가 아물면

그 자리에 달콤한 열매가 자리 잡는다.

상처가 지나간 자리가 아름답다는 것을

매해 매해 느낀다.

나의 열매 또한

꽃이 떨어진 흙으로 되돌아간다.

내가 출발했던 곳도 흙이요

내가 갈 곳도 흙이다.

가을이 오면

나의 초록색 잎새들은

더 이상 초록의 모습이 아니지만

연분홍 저녁노을 색깔을 닮아간다.

아마도 나의 사계(四季) 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 아닌가 싶다.

자연은 나에게 이제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하라고

넌지시 말해주고 있다.

겨울이 다가온다.

나의 잎새는 모두 떠나갔다.

이번 겨울이

혹독한 추위로

나에게 마지막 겨울이 될 수 있을 수도 있고

또다시 봄을 맞이할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견디기 힘겨운 겨울을 보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좋다.

내일은 알 수 없는 것

오늘 이 언덕의 모든 것을 사랑하면서

불어오는 바람에 응답하고

살포시 내려앉는 햇살에 자리를 내어주고

마실 온 작은 새의 수다 소리에 귀를 기울여주며

저녁이 오면 깊은 잠에 빠질 것이다.




T H E 소리여행

(hj3616)

_무단 도용방지를 위해 색상을 다운시켜 올렸습니다.

_work order: helenhanmom@hanmail.net

_portfolio site : https://www.soundtravel-p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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