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네팔에서 살아남기'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고 15년이 지난 뒤 그때 다짐했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홀로 네팔로 떠났다. 죽도록 아팠고 힘들었고 눈물이 나올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그리 위대하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더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 삶에 대한 애착을 갖게 만들어준 안나푸르나에서 홀로 걸어 남은 이야기를 엮어보았다.
나는 4년 전 네팔에 다녀왔다.
네팔에 간다고? 거길 왜가? 거기 뭐 있는데?
/그냥 재밌을 거 같지 않아?? 산 타다 올 거야.
그렇구나.. 꼭 살아서 돌아오렴..
설명하기 귀찮을 땐 '그냥'이라는 말이 제일이다. 네팔로 향했던 당시로부터 대략 10여 년 전,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살아남기 시리즈의 광인이었다(90년대 초반에 탄생한 내 또래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그 만화책이 맞다). 그중 네팔에서 살아남기라는 편을 가장 인상 깊게 읽었었고, 마침 또 다니던 보습 학원에서 양팔을 뻗어보라며 왼팔(8) 오른팔(8) 이건 모두 내(4) 팔(8)이에요~ 하는 나름 흥미롭고도 유치한 방식으로 에베레스트산 높이 외우는 방법을 알려줬던 지라 꼬맹이었던 나는 '나 에베레스트산은 죽기 전에 꼭 가봐야겠어' 하는 꿈을 가슴 한켠에 묻고 살아왔더랬다.
/네팔에 갈 준비를 하다./
교육 시설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돈벌이에 뛰어든 나에게 때마침 기회가 찾아왔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잠시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을 때 문득 네팔에 가야겠다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그날 바로 비행기 표를 예매했고 부랴부랴 여행 준비에 나섰다. 코스야 지금부터 짜면 되는 거고 가면 재밌겠지. 그렇지 않을까??
문제가 생겼다. 출발도 전에 에베레스트 산에 오르겠다는 계획이 무산되었다. 나 같은 일반인은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지 못한단다. 정확히 말하면 오르지 못하는 게 아니라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수천만 원의 입산비와 등반을 위한 여러 조건들이 필요했고, 목숨을 담보로 할 만큼 많은 위험요소들이 있는 산행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트레킹에 문외한이었던 나는 '그럼 다른 사람들은 어디를 가는 거야..?' 하는 질문과 함께 네팔 트레킹 카페에 가입해 네팔에 위치한 봉우리들의 종류부터 시작해서 포터나 가이드의 고용법, 다양한 트레킹 코스, 트레킹 상식과 주의점 등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난 바보였다.
여행 계획은 속전속결로 짜였다. 초보자들은 보통 푼힐이나 4박 5일가량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코스를 많이 간다는데 또 괜한 오기가 생겨서 '그 정도면 쉬운 거 아냐?(아님) 나 체력왕이고 기왕 가는 거 더 힘들고 싶어' 하는 마음에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와 안나푸르나 서킷(AC, 라운딩이라고도 불린다) 중 한 가지 선택을 위해 며칠간 깊은 고민을 했다. 고민 끝에 EBC는 괜히 오기 부리다가 사고로 죽을까 봐 겁이 나서 무난하게 AC 코스로 택했고, 트레킹 카페에서 칭찬이 자자한 네팔리 가이드와 컨텍을 했다.
그리고 떠났다.
소매치기가 걱정돼 저런 지갑을 들고 다니면 도둑도 저게 지갑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거 같은데! 하는 마음으로 왼쪽 사진에 보이는 거지 지갑을 돈주머니로 챙겼다. 항공권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터라 비교적 저렴한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표를 예매했고 청두(사천)에서 18시간 정도 경유를 하게 되었다. 에어차이나 측에서 환승 고객을 위해 무료 호텔을 제공해 준다고 하여 예약 신청을 했고, 덕분에 편하게 경유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입이 즐겁고 싶었던 청두에서의 하루./
청두공항 2터미널로 넘어가는 길에 라이터를 파는 집시와 호텔 강매하는 아주머니께 끌려갈뻔했고 우여곡절 끝에 픽업지에 도착했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픽업 봉고차를 타고 항공사에서 지정해 준 호텔로 갔는데 기사 아저씨에 난폭 운전에 많이 놀랐다. 이게 바로 대륙의 기상인가 싶은ㅋㅋ..
쓰촨! 사천성은 내가 사천 음식을 무지 사랑하기 때문에 꼭 가보고 싶었던 도시였다. 꽤 긴 시간 경유하는 김에 사천 음식과 길거리 음식을 맛 볼 생각에 정말 기대를 많이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한국에서 위안화를 가져갔어야 했는데 환전하러 가기가 너무 귀찮아서 청두 공항에서 돈을 뽑을 생각이었고, 그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청두공항 환전소는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이 아니었음에도 모두 굳게 닫혀있었고 ATM은 내 카드를 읽지 못했다. 호텔 근처 ATM에 가서 돈 뽑기도 실패. 짧은 중국어로 호텔 직원과 ATM 근처에 있던 현지인에게 출금법을 물으니 모른다고 하더라. 그래도 큰 도신데 카드 결제가 되겠지 하고 상점에 가서 카드를 내미니 은련카드만 취급한다고 했다. 절망 절망 또 절망! 그렇게 슬플 수가 없었다. 후에 중국에 사는 친구에게 중국에서는 MATER 카드보다는 은련이나 중국 내에서 쓰이는 페이로만 결제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또 바보였다.
위안화 획득에 실패한 나는 결국 땡전 한 푼 없이 야시장을 기웃거렸고(불쌍) 해가 지니 밖으로 나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중국 여인들을 길바닥에 앉아 구경했다. 어차피 귀국할 때 또 청두에서 긴 시간 경유를 하니까 그때 즐기는거야! 하고 행복회로를 돌리며 사천음식 없는 쓰촨에서의 하루는 그렇게 지나갔다.
/이제 진짜 네팔을 향해./
가슴 아픈 나라 티베트. 공허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은 풍경에 당장 공항 밖으로 나가 걷고 싶었다
굶주림에 지쳐 잠이 들었고 이른 새벽 호텔 측 모닝콜에 눈을 떴다. 호텔에서 준 간식거리를 챙겨 들고 공항으로 가는 봉고차를 탔고 무사히 카트만두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곧바로 카트만두로 갔어야 했는데 출국 며칠 전에 라싸를 경유하는 일정으로 변경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청두에서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라싸에 도착했고 기분 탓인지 약간의 고소를 느꼈다. 그리고 광활한 풍경과 웃음기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긴장감 팽팽한 공항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라싸 공항에서 대기하며 네팔리와 한국 자원봉사자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카트만두행 비행기에 탑승을 했고 출발 30여 시간 만에 드디어 카트만두에 도착했다.(최종1_진짜최종_마지막_.txt)
설렘 가득 그만큼 걱정도 가득. 아 진짜 나 오지에서 죽으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은 아주 한가득.
난기류에 잠에서 깨자마자 눈앞에 보인 설산에 눈물이 왈칵
안녕 네팔? 나마스떼! नमस्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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