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음식을 하지 않더라도 매 끼니마다 쌓이는 설거지 꺼리와 주방 주변에 살림살이를 넣고 빼고 치우고 하는 게 꽤 된다. 깐깐하게 시간까지 계산해보지 않았지만,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부엌에서 보낸다.
부엌 창가에 화분을 키우면 좋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굳이 풍수지리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많은 시간을 머무는 공간에 마음 쓸만한 무언가를 두는 게 좋을 성싶었다.
부엌 창가에 화분을 키운다. - (왼쪽) 18개월 울집꼬맹이가 16개월일 때 어린이집에서 함께 만들었던 개운죽 화분/ (오른쪽) 숯 위에 풍란
그래서 개운죽과 풍란을 창가에 두고 매일매일 살핀다.
투명한 플라스틱컵에 꽂아둔 개운죽은 물이 줄어드는 게 보여서 좋다. 물이 달랑달랑해지면 채워 넣으면 된다. 개운죽에 비해 풍란은 신경을 써야 하지만, 그냥 키운다. 물을 자주 주면 안 된다. 계속 보다 보면 언제쯤 물을 주면 좋을지를 알게 된다. 게으른 주인을 만난 풍란은 가끔 물을 마신다. 그래도 잘 자란다. 기특하다.
저물녘 비스듬히 햇볕이 깃든다. 이렇게 하루가 저무는구나 하면서 창밖을 보다가 문득 화분도 보게 된다. 잘 자라는 화분을 보니 흐뭇하다. 해가 저물고 하루가 끝나가는데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저녁볕도 좋고, 하루가 끝나가는데 허무하지 않아서 그게 더 좋다. 꽉 차는 마음이 좋다. 많은 시간을 머무는 곳을 사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