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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자몽 Jul 16. 2019

회사 다니며 적어둔 데스노트를 찢어버렸다

마음을 털어버리며...

전업맘이 된 지 2년이 넘었다.


복직할 곳도, 다시 돌아갈 곳도 없이 집이 곧 직장이기도 하고 생활의 터전이기도 한 나는 전업주부다. 집안일 마치고, 하원 하는 아이를 데리러 가기 1시간 전 이 글을 쓴다. 오늘도 내게 주어진 온전한 자유시간에 감사한다. 비록 그 자유시간이 1시간밖에 안 되더라도...


결혼 16년 차인데도, 집안일이라는 게 이렇게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녀석인지 예전에는 몰랐다. 회사 다니면서 집안일할 때는 정말 대충대충 했다. 그래도 별 문제없었고 불편한 점도 없었는데.. 아이 낳고 사람이 한 명 더 늘어서 집안일도 훨씬 더 늘었는가 보다. 그것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시계 봐가면서 부지런히 집안일을 하다가 마치고 잠시 숨을 돌린다.



예전에 회사 다닐 때는 정말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다. 이러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만큼 열심히 일하고, 야근도 불사하고, 전투적으로 싸우면서 피 터지게 일했었다.

미친 듯이 일할 때는 몰랐는데, 잠깐 멈춘 상태.. 아니 계속 멈추게 될지, 다른 일을 하게 될지 모를 "종료" 상태가 되고 나서 돌아보니 멍해진다.


나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던 걸까? 나는 뭐가 되려고 그렇게 살았을까?

왜 그렇게 사람들을 미워하고 세상을 원망하면서 살았을까?

면접 다니면서는 뭐가 그렇게 분하고 원망스러웠을까? 뭘 그렇게 시기 질투하고, 속상하고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하루하루 써 내려갔던 분노의 감정들이 얼핏 떠오른다. 면접 다니면서 썼던 '데스노트'도 희미하지만 생각이 났다. 당신들 두고 봐! 내가 나중에 잘 돼서 다 복수할 거야! 그러면서 썼었는데.. 피식. 왜 그지.




너무 원망하지 말고, 너무 화내지 말고,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매일 나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부들부들 떨렸던 순간도 찰나였는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었는데... 부정적인 생각을 하느라 소중한 시간을 허비한 것 같다. 맺혀 있던 마음을 털어버렸다.


매 순간이 정말 소중하지 않나.

낭비하지 말고 무엇을 하든 최선을 다해서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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