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던가? 제일 더울 때 찍었던 담쟁이 넝쿨 사진. 지금은 볼 수 없는, 시린 초록빛에 눈이 시리다. 생생한 힘이 느껴진다.
산다고 열심히 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푹 꺼졌다. 모든 게 귀찮아졌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늘 비슷한 일상을 살다가 문득 내 처지를 돌아보니 한심 해져서였 나보다.
경력 단절에, 50 가까운.. 전업 주부. 아이 엄마. 난 앞으로 뭘 해야 할까?
한참 열심히 일했던 시절이 생각났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이리저리 치이며 일했을까? 그러다가 왜 갑자기 하던 일을 멈췄지? 멈출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생각나고, 힘들게 했던 사람들이나 상황들도 문득 생각이 났다. 그때 좀 더 더 잘했으면 지금 후회를 덜했을까? 하는 뒤늦은 후회나 원망 같은 것들도 생각이 났다.
원래 재능이 없었던 거야. 하다가 그래도 꽤 오래 잘 버텼다 하고 스스로 위로도 해본다.
앞으로는 무얼 해야 할까? 요샌 인생 3 모작이라고 하던데.. 내 두 번째 인생은 뭘 하면서 보내면 의미가 있을까?
등등...
지나간 후회와 막연한 미래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했다.
그러다 보니..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귀찮아지고 부정적인 생각만 계속 났다.
살면서 비 한빙울 안 내려 힘들 때도 있었고, 비가 너무 내려 힘들 때도 있었다. 열심히 달릴 때도 있고 조금 쉬어갈 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살면서 정말 살기 싫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끝이 안 보이게 힘들어서 죽겠다 죽겠다만 하던 순간도 여러 번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다 지나갔다. 힘들게 넘기거나 우연히 넘기거나 했는데.. 그게 다 옛날 일이 되어버린 거다.
지금이 한심하고 답답할 수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힘을 더 내봐야겠다 싶다.
그래서 지난주부터는 밀린 일도 하나씩 해보고, 스스로를 격려하고 있다.
계속 여름일 것만 같았는데 어느새 한겨울이고 올해도 며칠 안 남았다. 새로운 해가 곧 시작될 것이다.
하는 일이 한심하고 매일 똑같다고 좌절하지 말자. 무엇을 하든 소중히 하고 웬만하면 기쁘게 해야겠다. 좋은 기분으로 마감한 하루가 쌓여서 일주일이 되고, 또 그게 1년이 되고 내 삶이 될 테니..
하찮다고 여기는 일을 하면서 한심하게 살고 있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생각보다 아직 많은 가능성과 기회가 있을지도 모를) 나 스스로를 하찮게 만들어 버리고 있는 나 자신이 더 문제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