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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자몽 May 10. 2020

오늘도 쓴다.. 나도 작가다.

글을 쓰며 있었던 일을 짤막하게 소개하자면...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나에게, 엄마는 계속 글을 써보라고 하신다


나는 일명 '경단녀',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다. 아이 때문에 경력이 끊어진 게 아니라, 느지막이 일을 그만두고 아이가 찾아왔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온 상태라 복직이나 복귀라는 게 의미 없다. 그래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막연하다.


아이가 태어난 지 1년쯤 지나, 그동안 브런치에 썼던 글을 모아 자가 출판을 했다. 그것도 한꺼번에 3권을 냈다. 지금까지 딱 한 권 팔렸다. 지인이 사준 게 전부다. 한참 책 준비할 때는 무척 신났었는데... 현실은 아무튼 이렇다.


작년에 어느 문화센터에서 강의를 제안받기도 했다. 형편상 하지는 못했지만 제안만 받았는데도 신났다. 그게 전부다.


브런치 북 공모전은 매번 떨어졌고, 몇몇 공모전에도 응모했으나 다 떨어졌다. 붙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하면서 풀 죽은 상태다.


그래도 책을 출판할 때도, 강의를 제안받았을 때도 엄마한테 신나게 자랑을 했다. 엄마는 그때마다 굉장히 반가워하셨다. 공모전 떨어졌다고 푸념을 해도 엄마는 계속해보라고 하신다. 이모나 외삼촌에게는 내가 글을 열심히 쓰고 있다고 하시는 모양이다. 풀 죽어서 한 줄도 못 때도 많은데...



숙제 말고 진짜 일기 쓰기, 내 첫 번째 독자는 엄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숙제가 아닌 진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일기를 하필 연습장에 쓴 바람에 엄마가 우연히 보게 되셨나 보다. 어느 날 무슨 일로 엄마한테 야단맞다가 엄마가 일기를 보고 계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혼난 다음에는 일반 공책에 써서 다른 공책들 사이에 일기를 섞어놨다. 그렇게 계속 일기를 썼다. 답답했던 고등학교 시절 일기는 내 속마음을 나누는 좋은 친구였다.


고3 때 전기대학 시험에 떨어지고, 후기대 입시를 준비했다. 학원 갔다가 집에 오니, 책상 위에 잘 모르는 대학 원서가 놓여 있었다. 엄마가 학교 가서 써오신 원서였다. 전공은 국어국문학과였다. 이게 뭐예요?

엄마한테 여쭤보니


"너 글 잘 쓰잖아. 옛날에 일기 쓰던 거 보니까 그렇더라. 국문과 가. 교직 이수도 할 수 있대."


그렇게 해서 국문과에 가게 됐다. 하지만 정작 졸업하고 전공과 관계없는 일로 밥 먹고 살았다.



온라인 글쓰기, 온라인 친구들이 감사하다


종이에 쓰는 일기는 지금도 계속 쓰고 있다. 그런데 종이에 글 쓰는 시간보다 온라인에서 글 쓰는 시간이 훨씬 더 많다. 아니.. 1년에 종이 일기 쓰는 날이 며칠 안될 정도다.


2000년 초에 블로그를 만들면서 내 온라인 글쓰기가 시작됐다. 종이에 쓰는 일기는 주로 속마음을 털어놓고 한풀이 넋두리를 했다. 블로그에는 일상생활을 적었다. 디지털카메라가 생기면서부터는 사진도 열심히 올렸다. 블로그 초창기에는 소통하는 블로그 친구들도 있어서 재밌었다. 시간이 지나면서는 어쩌다 보니 혼자 글을 다.


3년 전에 브런치를 만들면서부터는 블로그 초창기처럼 친구들이 생긴 것 같아 감사하다. 별 볼 일 없는 글에 좋아요도 받고 구독자도 생기고. 뭔가 진짜 작가가 된 듯한 착각도 든다. 작가가 아닌데 황송하게 작가라는 호칭도 듣는다.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오늘도 쓴다.. 나도 작가다


속내를 털어놓으며 스스로 위로받던 일기 쓰기 시절을 지나, 1인 미디어 블로그 시절과 다양한 글을 만날 수 있는 글터인 브런치 시절을 살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오늘도 고민 끝에 글을 쓴다. 글을 쓰며 받은 위로와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얻 생각들이 좋다.


오늘도 글을 쓰는.. 나도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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