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새콤이(10)
30개월 딸아이의 말에, 엄마를 떠올리다.
6살 새콤이 열 번째 이야기 :
오늘은 뭘 해줄까? 저녁 메뉴를 고민하다가, 오므라이스를 만들었다. 손질한 야채를 프라이팬에 볶다가 밥 두 공기와 케첩 두 숟가락을 넣고 볶는 단순한 작업이었다. 왠지 실패할 확률이 낮을 것 같았다. 계란 지단을 예쁘게 부치는데 공을 들였다.
아직은 씹는 게 조금 불편하고, 처음 보는 음식에 거부감도 있는 30개월 딸아이가 먹을 밥이었다. 아이는 돌 무렵에 하나 올라온 이빨이 서서히 나기 시작해서, 아직도 이가 나는 중이다. 그래서 먹는데 예민한 건지, 아니면 이 시기가 원래 밥 먹이기 힘든 건지, 둘 다인 건지 모르겠지만.. 밥 먹을 때마다 고민이다.
아무튼 까다로운 고객님을 만족시켜야 하는, 어설픈 요리사인 나는 걱정하면서 밥을 준비했다.
"오므라이스야. 한번 먹어볼까?"
다행히 아이는 아.. 하고 입을 벌린다. 역시 계란 지단 부치는데 공들인 보람이 있구나 싶다. 예쁜 입술을 오물거리며 먹는다. 긴장된다. 긴장된 순간이다. 기대 반 걱정 반 긴장하며 아이를 바라보는데
"맛있어요."
앗! 정말? 다행이다.
하면서.. 잘 먹어서 다행인데, 맛있다고 했다. 찡하다. 처음 듣는 맛있다는 반응에 뭉클했다. 감동한 엄마의 호들갑이 무색하게, 아이는 덤덤한 표정이었다. 덤덤한 표정으로 오물오물 야무지게 먹고 있었다.
그동안 뭔가 맞지 않아 뱉어내고, 보자마자 안 먹겠다 하고 도리질하거나 심하게 거부하는 걸 많이 보아서인지 그 순간이 고마우면서 어색하긴 했다. 그래. 맛있으면 맛있다고 해야지.
생각해 보니 이제까지 엄마가 해준 밥을 먹으면서 맛있다, 맛없다를 말한 적이 없다. 요리 잘하시는 엄마가 해주신 음식 중에는 아직까지 기억나는 맛있는 음식이 꽤 많다. 그런데 섣불리 소리 내어 음식에 대해 말을 한 적이 없다. 성격 탓도 있고, 분위기 탓도 있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맛있는 건 맛있다고 말할걸 그랬다. 가족끼리도 말을 해야 알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수십 년 동안 내가 하지 못한 말을 이 아이는 불과 30개월 만에 해냈다. 기특하네. 그냥 한 말이었어도 고맙다.
오물거리던 밥을 꿀꺽 삼키고 아.. 하고 입을 벌린다.
맛있다고 말해준 것보다 더 고맙다. 잘 먹어줘서, 또 먹겠다고 해서. 조금 남기긴 했지만 그래도 큰 저항 없이 잘 먹은 저녁 식사였다. 겨우 오므라이스 하나를 만들어놓고 굉장히 뿌듯한 저녁이었다.
이제 태어난 지 만 2년 6개월 지난 아이의 "맛있어요"는 어설픈 엄마를 기운 나게 했다. 그리고 늘 맛있는 음식 해주느라 고생하신 엄마의 엄마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마음속으로 되뇌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