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지만, 꽃 치고 오래 살아서 좋다. 난 키우기 힘들어 매번 죽이면서 그래도 포기할 수가 없다. 처음에는 물 주기를 잘 못해서 죽였다. 그러던 것이 이제 요령이 생겨서 덜 죽이게 됐다.
올해 3월에 새로 들인 호접란 화분 2개. 같이 있으면 그래도 서로 의지가 되는지, 더 오래 사는 느낌이 든다.
'얼마에 한 번씩 물 주기'처럼 하면 안 되고, 관심 갖고 자주 들여다보다가 필요할 때 물을 듬뿍 주면 된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 필요한 때를 아는 것. 들여다보면 그때를 알 수 있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키우는 모든 생명체들은 관찰을 해야 하나 보다.
감동받다
앗! 죽지 않았구나. 고마워. 고마워.
7월 초까지 한 서너 달 예쁘게 피다가, 막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꽃이 우수수 다 떨어졌다. 가지가 노랗게 말라죽어갔다. 이제 갈 때가 됐지. 가지를 잘라버릴까 하다가 놔뒀다. 다 죽은 것처럼 보이더라도 완전히 말라비틀어질 때까지 잘라내지 말고 그대로 두라고 해서였다. 그래서 오며 가며 잎사귀 먼지만 닦아줬다.
며칠 전, 한 가지 끝에 꽃망울이 맺힌 걸 발견했다. 여..! 너무너무 신기하다. 죽지 않았네? 죽은 게 아니었어. 푹푹 찌는 더위에도 굴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내는 녀석이 기특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라더니.. 정말이었다.
앞도 막히고, 뒤도 막히고..
옆도 막히고 답답했는데...
호접란에 감동받았다.
그래. 정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닐지도 몰라. 포기하지 않고, 좌절해도 다시 박차고 일어난다면... 어쩌면 이런 배실배실 부실하고, 몹시 답답한 나에게도 기회라는 게 올지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