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걱정, 철봉, 그리고 허리디스크 초기

엄마탄생(5)

by 청자몽

새치만 염색해서 감추면, 이제 더 이상 문제될 게 없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산넘어 산. 엄마의 고민은 계속된다.
엄마탄생 다섯 번째 이야기 :



이번엔 '딸의 키'를 문제 삼는다.
아이는 제발 건들지 마소!


뽀로로, 패티, 루피.. 초코케익 위에 있던 장식이다. 빛 받으면 춤추는 뽀로로와 친구들. 얘네들은 사이좋게 키가 똑같으니 서로 놀리지 않겠지?ⓒ청자몽


'지루성 두피염'과 코로나 트라우마(코로나를 1인 미용실 원장님께 간염 됨) 때문에 한동안 염색을 하지 않았더니, 날 보고 그렇게 '할머니'냐고들 물어댔다. 그래서 큰 결심을 하고 염색을 해버렸다. 그러고는 더 이상 트집 잡을 게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5세(2017년 11월말생, 내년에 초등학교 가는 원래는 7살) 딸아이는 키가 작은 편이다. 100명 중에 4번째 정도 한다고 마지막 영유아검진 때 말씀해 주셨다. 많이 작은 편이다. 어린이집 갈 때부터 작은 걸 알았는데, 작은 아이가 갑자기 확 자라지 않았다. 밥양도 작고.. 나도 걱정이 됐다. 솔직히 키 작다는데 어느 부모가 걱정이 안 되겠나?

문제는, 본인도 작다는 걸 안다.
당연히 알겠지. 친구들이 작다고 놀리고 때리고, 괴롭힌다고 했다. 키를 엿가락처럼 쭉 늘릴 수 없으니 어쩌겠나. 친구들한테 괴롭히지 말라고 화내라고 아이에게 말하고, 힘들면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라고 했다.

그런데 더 문제는, 바깥에서 만나는 할머니들이 툭툭 던져대는 말이다. 처음부터 보자마자 키 얘길 하는 건 아니다. 처음에는 귀엽다고 한다. 예쁘네.. 그러다가 몇 살이냐고 묻는다. (이때부터 나는 긴장을 한다.)만 나이가 보편화되기 전이었으니


"7살이요!"

하면, 100이면 100


"에이, 진짜? 거짓말! (작은데? 네가??)"


묻지를 말지.
아니 그렇게 말하는 할머니 당신들도 다 키가 작으시다. 막말로 나보다 큰 할머니가 하나도 없는데, 뭔 남의 아이 키를 눈대중으로 봐가며 그러는지.. 기분이 나빴다.

잘 따지든가, 4가지 없이 따박따박 면박을 줬어야 하는데.. 주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같은 상황이 여러 번 반복이 되니, 짜증이 나서 나도 대답하기 시작했다.


"아.. 제가 중학교 때 20cm 컸거든요. 얘도 나중에 크겠죠. 나중에 확 크는 사람 있잖아요? 새콤아, 엄마가 키가 커 안 커?"


하면서 묻는 할머니를 밑으로 한껏 내려다봤다. 그러면 아이는 반달눈이 되면서(자기가 봐도 엄마가 크겠지.)


"커. 엄마가 커. 많이 커!!!"

그래도 개운치가 않았다.
아니, 몇 cm는 몇 살이어야 하는 법이 어딨어. 그런 게 다 뭔데 이러는 거야. 표준 사회가 속상했다. 꼭 키나 나이 가지고 시비 거는 할머니들이 있어서, 누가 아이한테 말을 걸면 짜증부터 몰려온다.



철봉 사건


그러다가 일이 터졌다.
놀이터에서 친구들이랑 신나게 놀고 있을 때였다. 남자애 중에 하나가 철봉 2단계에 매달리더니, 딸에게 너 여기까지 닿아? 했다. 철봉 1단계는 가볍게 닿는데.. 아직 2단계는 안 된다.

친구들이 다 돌아다봤다. 에이.. 좀 더 크면 2단계 닿겠지. 네가 좀 많이 큰 거 아닐까? 하고 내가 옆에서 거들었다. 남자애는 3단계 철봉 가리키며, 여기 매달릴 수 있어요? 했다. 대충 180cm 조금 넘어 보였는데.. 잠깐 눈짐작하는 사이, 그 애 엄마가 말했다.


"아냐. 이모(나)도 힘들지."

아닌데? 나 잘 매달릴 수 있는데? 하면서..
획!! 3단계 철봉을 잡았다. 이거 말이야? 이거?


"와! 와! 우리 엄마 멋지다. 우리 엄마 봐봐."


새콤이는 아래서 물개박수를 치며 좋아라 했다. 아아아.. 나의 용기가 아이에게 기쁨이 되다니! 내려와서 두어 번 더 매달려줬다. 준비운동도 없이 매달리면 어떻게 되는지, 그때까진 몰랐다. 난 이제 더 이상 젊은이가 아니었다.



허리디스크 초기


그날 저녁, 심한 허리 통증을 느끼며 고민하다가 다음날 통증의학과에 갔다. 선생님 말씀이 '허리 디스크 초기'라고 하셨다.

차트를 열심히 보시더니,



"아이는 많이 컸나요? 6살?"

"아니오. 7살이요. 내년에 초등학교 갑니다."

"많이 키웠네요. 지금이 제일 위험할 때에요. 다 큰 거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때. 움직임도 많은 나이라.. 엄마들이 7살, 20kg 전후인 아이 가진 엄마들이 제일 많이 아파요. 고생이 많습니다. 파이팅이에요."

"그런데 선생님, 제 허리 왜 이런 거예요?"

"노화죠. 노화. 나이가 하하.. 그렇죠. 이제 받아들이셔야 돼요. 아프다가 낫다가 그럴 거예요."



웬만하면 아이 들지 말고, 안지 말고, 운동 열심히 하고 무리하지 말라고 하셨다. 아이 낳고 그다음 해에 무릎 통증으로 병원을 간 적이 있어서, 기록이 남아 있었나 보다.

이래나 저래나..
참 아이 키우는데, 여러 가지 일이 참 많다. 선생님 말씀대로 파이팅이다!




원글 링크 :







엄마탄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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