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탄생(7)
'얼굴'(머리 포함한 외모)이 문제일까? '옷'이 더 문제일까? 하다가, 결국 '얼굴에 묻어나는 연륜'을 인정하기로 했다. 인정하고, 잘 반응하기로 결심했다. 누가 물으면 잘 답하기로 했다.
엄마탄생 일곱 번째 이야기 :
'공격과 방어'의 문제
: 물총 싸움 대전
3주간의 신나는 유치원 여름방학에 앞서, 1학기 마지막주에는 재미난 행사를 매일 했다. 단체로 키즈카페 가서 놀고, 비눗방울놀이도 하고, 마당에서 물총 싸움을 했다. 물총싸움하기 전날부터 딸과 '방어와 공격'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일단 공격이 중요해. 방어도 중요하지만.. 물로 맞기만 하지 말고, 도망 다니다가 쏘기도 잘해야 한다고. 그러면서 엄마의 전설을 이야기해 줬다. '방어의 전설'이라고 해야 하나, '도망의 전설'이라고 해야 하나.
피구를 하면, 끝까지 살아남았다.
어떤 때는 다른 친구들 다 죽고, 나만 혼자 남아서 몇 분을 혼자 뺑뺑이 돌듯 공을 피해 다녔다. 피구를 잘하는 게 아니고, 도망을 잘 다녔다. 피구를 하는 거니까 공을 잡아서 상대방도 맞춰야 하는데... 도망만 다녔다. 도망 다니다가 지쳐서, 성의 없게 맞은 다음 게임을 끝내버렸어.
지금 돌이켜보면 왜 도망만 다녔을까? 싶어.
공을 잡아서 나도 좀 던져볼걸. 무서우니까 주야장천 도망만 다녔단 말이야. 그러지 말걸... 그러니까, 너도 내일 도망만 다니지 말고, 공격도 잘하고 그래. 알겠지? 나도 못한걸 딸에게 침 튀어가며 이야기했다.
마침내 다음날, 유치원 끝난 딸에게 물었다. 공격 잘했어? 어떻게 했니? 했더니, 친구들이 쏜 총에 잔뜩 맞았단다. 자기한테만 막 쏘아대서 엄청 맞았다고 했다. 아이코. 저런.. 너도 좀 쏘지 그랬어. 아쉽네.
그리고
놀이터에서 만난, 모르는 아이의 질문
: 질문과 답 핑퐁핑퐁
며칠 전부터 놀이터에서 만나기 시작한 아이가 있다. 처음 보는 친구인데, 딸에게 관심을 보이며 같이 놀자고 한다. 그런데 정작 딸은 관심이 없다. 또래로 보이길래 몇 살이냐고 물었더니, 7살이란다. 아이는 딸과 놀고 싶어서 계속 딸 주변을 맴돈다.
그러던 것이 어제! 흠.. 어제 그 아이가 나한테 물었다. 하필 옆에서 딸도 보고 있었다.
"그런데 할머니세요?"
"아니. (마스크 벗으면서 찬물 한 모금을 마셨다.) 내가 그렇게 늙어 보여?"
(올 것이 왔구나. 짧은 순간이었지만, 피하지 말고 제대로 답해야겠다 결심했다.)
"몰라요."
"그런데 왜 할머니냐고 물어?"
"몰라요."
"왜 물었는지 모르면서 물었어? 그러니까 왜 할머니처럼 보였는데?"
"죄송해요."
결국 질문과 답은 "죄송해요"로 끝이 나버렸다. 머쓱해진 아이는 씽씽카를 타고 저쪽으로 가버렸다. 아이들은 답하기 곤란하거나 자세히 말할 줄 모르면 "몰라요"로 일관한다고 했다. 궁금해서 물어봤나 보다.
나는 또야? 아휴.. 한숨을 쉬다가, 딸아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늙어서 애를 낳은 건 난데, 넌 뭔 죄냐. 싶어 생각을 하다가 결심했다.
"새콤아. 기분이 어때? 기분 나쁘지? 엄마는 기분이 좀 나쁜데? 저번에 ㅁㅁ가 너 없을 때 현관에서 엄마한테 '할머니'라고 했어. 그래서 내가 화가 많이 났던 거고. ㅁㅁ는 3년째 나보고 '새콤이 엄마'라고 했잖아. 갑자기 지난번에 나보고 할머니라고 한건, 나를 놀리는 거였어. 그런데 좀 전에 그 아이는 날 놀리려고 그런 게 아니었어. 흠.. 진짜로 그렇게 보일 수도 있거든. 앞으로도 이런 상황을 자주 마주칠 수 있는데, 어쩌냐?"
"엄마 안 늙어 보이는데.."
"고마워. (이런, 착한 딸 같으니라고...) 어떻게 하면 할머니로 안 보일까? 보이는 게 문제인 거 같은데?"
"머리를 길러요."
"그러고?"
"핑크색 긴치마를 입고, 꽃 머리핀을 꼽는 거예요."
"푸하하하... (좋지만, 그런 식으로 하고 다니면, 미친 줄 알겠다.) 흠.. 일단, 기분은 나쁘지만 앞으로 또 이런 일 생기면 엄마는 아까처럼 물어볼 생각이야. 공격인 셈이지. 예전엔 '방어'만 하거나 답을 안 했는데, 앞으로는 물어볼 생각이야. 끝까지."
그렇다.
뭘로 보이는 건 그쪽 자유다. 하지만 나 역시 답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앞으로는 방어하면서 공격도 잘할 셈이다.
그리고 어젯밤에 생각을 해봤는데, 딸의 말처럼 머리를 기른다든가 핑크 원피스를 산다든가 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연륜을 사랑하기로 했다. 인정하고 인정하기.
인정하기
: 어쩌면 '인정하기'가 답인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예쁜 사진은 공개할 수 있겠지만, 역시 2023년 현재의 모습 공개는 무리다. 게다가 현재 나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 때문에, 얼굴이 중요한 거 같지는 않다.
요즘 젊은 엄마들처럼 세련된 미시의 모습이 아니라서, 7살 아이들 눈에는 할머니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핑크색 긴 원피스에, 라푼젤처럼 길게 늘어뜨린 생머리에 꽃핀을 꽂은!! 푸허.. 생각만 해도 웃긴 모습을 하고 다닐 수는 없다. 어울리지도 않을 테고. 전에 다른 분들이 말씀해 주신 것처럼, 초등학생이 되면 덜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계속 할머니냐는 질문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그때마다 움츠리지 말고, 당당하게 나도 질문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주눅 들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야겠다. 많이 늦게 낳은 건 사실이니까.. 너무 속상해하지 말아야겠다.(고 쓰고 또 뭔 일 있으면 속상하다고 쓸지도 모르겠다.)
문제가 생기고, 고민하고, 풀어나가는 과정을 이렇게 남길 수 있어 감사하다. 그게 또 이곳에 매력 중에 하나 아닐까? 누군가는 이 글을 보며, 하아.. 이런 얘기를 남기는 사람이 있군. 한심하다. 이 정도 얘기면 나도 쓰겠다!라는 희망이 생길지도 모른다.
원글 링크 :
엄마탄생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