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생각하다.

엄마탄생(8)

by 청자몽

딱히 옷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막상 엄마가 되니, '옷'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 당장 애기옷이 문제다. 뭐가 뭔지 모르는데, 입혀야 한다.
엄마탄생 여덟 번째 이야기 :



그동안 난 대체 뭘 입고 산건가


옷?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대충 있는 거 입었다. 옷을 입거나 꾸미는 것에 관심이 거의 없는 편이다. 어쩌다 그렇게 된 건지? 한번 생각을 해봤다.

일단, 딸 둘에 아들 하나인 집에서 자랐다.
2살 많은 언니가 있어서, 어렸을 땐 늘 물려 입었다. 옷을 곱게 입는 언니는 새 옷 같은 옷을 물려주었다. 당연히 옷은 물려 입는 것이라 생각했고, '내 옷'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언니와 덩치가 비슷해진 이후로, 그러니까 한 20살 언저리부터 엄마가 내 옷을 사주셨다. 바라는 게 별로 없는 편이라, 집에 있는 옷을 대충 입고 다녔다. 결혼하기 전까지 내 돈 주고 옷을 사입은 적이 없다. 마침 하는 일도 편한 캐주얼 차림으로 다녀도 되는 기술직이라 옷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결혼하면서부터 내 옷을 사야 했다. 옷 사는 일은 굉장히 귀찮은 일이었다. 귀찮고 복잡했다. 그래도 어찌어찌 사서 입고 있다 지금까지 그러고 있다. 이런 나에게 진짜 큰일이 생겨버렸다. 아이가 태어난 것! 이 작은 생명체는 대체 어떻게 입혀야 하는 걸까?




배넷저고리, 아기옷을 짓다.


임신 중에 태교도 할겸 손바느질을 부지런히 했다. 이외에도 몇가지 소품을 만들며 소중한 아가를 기다렸다. ( 이미지 출처 : 블로그 '청자몽의 하루' )


늦었지만 기쁘게 와준 소중한 아기를 생각하며, 태교 겸 해서 손바느질로 몇 가지 소품을 만들었다. 배넷저고리를 바느질하면서 아기가 정말 작구나를 실감했다. 한 달 조금 넘게 이 옷을 입은 아기가 너무너무 소중했다.

손바느질 소품도 잘 나와서, 미리 재단된 천과 필요한 바이어스 테이프 등이 함께 들어있다. 손으로 바느질만 하면 된다. 밀키트처럼 재료가 손질되어서 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바느질하면서 옛날 어르신들은 천을 다 짜시고, 치수를 잰 다음 재단해서 바느질해 옷을 지었을 텐데.. 바느질 안 해도 되고, 다 만들어진 옷을 사면 되는 편한 세상에 살고 있음을 감사하게 됐다.




처음 아기옷을 빨아 널었던 날


원래 출산예정일은 12월 18일이었는데, 갑자기 뭔가 느낌이 와서 10월 하순 어느 날 아기 빨래를 미리 해놓았다. 기념으로 찍은 사진( 이미지 출처 : 블로그 '청자몽의 하루')


처음 아기옷과 양말, 수건을 빨아서 널었던 날을 잊을 수 없다. 이것이 과연 인간의 옷이란 말인가? 뭐가 이렇게 작지? 작은데 왜 이렇게 가짓수가 많은 걸까? 싶었다.

아기용 세탁기까지 마련해서 아기 빨래를 하는 분도 계신데, 그러진 않았다. 아기 거는 무조건 손빨래하는 엄마도 있던데, 역시 관절이 약한 나는 무조건 세탁기로 돌렸다. 양심상 세제는 아기 세제를 사용해서 따로 빨았다.

인형옷만큼 작은 아이의 옷가지를 널며, 쏟아지던 햇살을 느꼈던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그날을 잊을 수 없는 건, 그 빨래를 한 다음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이다. 작은 아기 것을 빨고, 햇볕 냄새나는 아기옷가지들을 개면서 내가 엄마가 됐음을 실감했다.


빨래해서 곱게 개어놓은지 5일도 되지 않아, 임신중독증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뭔가 '느낌'이라는 게 있구나를 다시금 실감했다. 중환자실에 누워서, 그래도 아기 빨래를 해놓고 와서 다행이다 싶었다.




아기옷 종류와 가짓수 등등을 고민하기 시작


쉽지 않은 임신과 출산 과정을 거쳤다.
느지막한 출산이고 겸사겸사해서 축하를 많이 받았다. 출산즈음에 여러 가지 선물을 많이 받는데, 제일 많이 받은 건 다름 아닌 옷이었다. 출산 즈음에 옷 선물을 많이 받고, 이후로는 별로 받을 일이 없다.

당장 아기옷 사이즈도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옷도 종류별로 많이 받았다. 아기 내복도 종류가 많고, 달랐다. 나중에 듣기로 받은 채로 태그 떼지 말고 해당 매장에 가지고 가서 다른 옷으로 바꿔올 수 있다고 했다.

아기 태어나서 한동안은 집에만 주로 있기 때문에 내복만 입고 산다. 예방접종 다닐 때나 잠깐 밖에 나갈 때 필요한 옷 한두 종류만 있으면 됐다. 옷선물이 많다 보니, 나중엔 누가 주신건지 헛갈릴 때도 있다. 옷 말고 다른 선물도 좋을 것 같고, 이왕 선물할 거면 남들 안 사줄 만한 걸 사주는 것도 좋다.

아기 옷의 단위는 '키'다.
신생아에게 선물하는 사이즈는 보통 75~80인데, 75cm~80cm를 의미한다. 아기에 따라서는 큰 아이도 있어서 80이나 90 정도도 괜찮을 거 같다. 크면 나중에 더 입힐 수 있어서, 많이 큰 사이즈로 다음 계절 옷을 선물한 탁월한 안목에 감사드렸다. 예를 들면, 뒀다가 좀 더 크면 입혀라 하고 100 사이즈 내복 사주셨는데 엄청 유용하게 잘 입혔다.

브랜드에 따라서, 같은 사이즈여도 약간 크게 나오거나 약간 작게 나오거나 해서 편차가 있을 수 있다. 만약 신생아가 아니라 조금 큰 아기나 아이에게 옷선물을 해야 하는 경우, 몇 사이즈 입냐고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아기들 잘 때 내복 위에 입히는 수면조끼도 유용한 선물이었다. 수면조끼는 많이 큰 어린이 될 때까지도 해마다 사이즈 키워가며 입히는 효자 아이템이다. 애기들은 이불을 덮지 않고, 덮어줘 봤자 발로 차버리거나 뒤척이면 땡이라 수면조끼를 꼭 입혀준다. 배앓이나 감기를 예방해 준다. 지금도 툴툴 거리며 수면조끼를 입는 딸아이는 내년에 초등학교 가면 잠옷을 입겠단다.




아기 내복 고민


아기 내복은 종류도 다양하다.
보통 '내복'하면, 어른으로 치면 겨울에 입는 히트텍 정도만 알고 있던 나는 다양한 아기 내복들을 보고 당황했다. 내복은 말 그대로 "실내복'인 경우가 많다. 너무 예쁘게 나와서, 외출복과 헛갈리는 옷도 많다.

뭘 더 사야 하나? 이건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뒤척거리고 있는데, 뒤에 있던 매장직원이 한 소리했다. 종류별로 다 있어야 해요. 에? 정말요? 그런데, 그 말은 정말이었다.

같은 봄가을 내복이어도, 약간 도톰한 게 있고, 두루 입히는 얇은 게 있었다. 여름 내복이어도 반소매인지, 민소매인지, 아니면 끈나시인지 등등 다르다. 겨울내복도 삼중지라고 정말 두꺼운 게 있고, 적당히 두루 입힐만한 게 있다. 아이가 자라면 그냥 아무거나 적당히 입혀도 되는 시기가 온다.

7부 내복이 있고, 5부나 9부 내복도 있다. 일반 천도 있고, 쟈가드라는 얇은 천도 있다. 소매와 바지부릿단에 밴드가 있는 것은 사이즈가 커도 입힐 수 있어서, 두어 치수 크게 사서 잘 입혔다. 겨울에 옷 속에 입힐 '히트텍'은 한두 어치수 작아도 괜찮아서, 한번 사서 오래 입혔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분유 먹다가 흘리거나 쉬야나 끙아가 묻어서 자주 갈아입혀야 해서 여벌옷이 많이 필요했다.




샤랄라 한 옷을 엄청 좋아하는 때가 온다.
게다가 까다롭기까지...


레이스 달린 샤 형태의 원피스를 사줬다. 엄청 좋아한다. 한 치수 반 정도 큰 거라, 허리와 치마 아랫단을 줄였다. 레이스 때문에 손이 많이 갔다. ⓒ청자몽


적다 보니 내복만 설명해도 구구절절 꽤 길다.

내복에 대해서만 써도 긴데, 나머지 옷들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많다. 여자아이의 경우, 대충 있는 거 입어도 별말 안 하는 시기가 있다.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꾸미기를 좋아하면서 핑크옷과 치마를 고집한다. 듣자 하니 초등학생이 되면, 다시 편하고 활동하기 좋은 옷을 입게 된다고 한다. 그런 때가 올진 잘 모르겠다. 아직은 샤랄라 한 옷을 참 좋아하니까..

이쁜 치마 입으면 기분이 좋단다.
얘야. 그건 이쁜 치마를 소화할 수 있어야 예뻐 보이는 거야. 엄마가 이런 치마를 입을 수 있겠어? 엄마가 입고 나가면 등짝 맞는 거야. 어울리는 옷이라는 게 따로 있는지도 모르겠어.




머리 말고 옷 가지고도 뭐라 하는 걸까? 아휴..
그러니까 이젠 내 옷도 생각한다.


바스락 천으로 만든 치마바지를 샀다. 위에 윗도리도 '핑크'로 입긴 했는데... 너무 남의 눈 의식하지 말고, 내가 입고 좋은 대로 살고 싶다. 사는 게 참 어렵다. ⓒ청자몽


보아하니, 옷을 예전처럼 편하게 입고 다니니 시비를 거는 거 같기도 하다. 요새 사람들(?) 아니 요새 엄마들(?)처럼 입어야 하나? 그건 아닌데... 요즘 엄마들은 참 아가씨 같이 다들 예쁘게 하고 다닌다.

그렇게까지는 아니어도, 그래도 시도해보지 않은 형태의 옷을 입어보려고 한다. 아이옷도 고민하면서, 내 옷까지 신경 써야 하나? 그건 역시 아닌 것 같지만.. 속상한 쪽의 마음은 접어두고, 그냥 편하게 생각해보려고 한다.

아이옷 여러 가지로 고민하는 중에 내 생각도 잠시 해보자. 안 입어본 것도 입어보고, 뭐 어떤가. 한번 해보는 거지. 그나저나 저 바스락천 치마바지 진짜 시원하다. 차마 핑크꽃무늬 원피스까지는 사지 못하고, 저 바지는 색깔 다르게 2개를 샀다.

엄마가 되어보니,
이전에 한 번도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신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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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탄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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