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나요

엄마탄생(9)

by 청자몽

아이 키우면서 무서운 것 중에 하나가 '열이 난다' 아닐까? 15개월, 어린이집 다니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열과의 전쟁'이 주르륵 스쳐 지나간다.
엄마탄생 아홉 번째 이야기 :




이번엔 열감기가 아니라,
'구내염'이다.


안 아프면 좋은데.. 가끔 아프다. 아프면서 크는 거 맞는 건가? 미안하다. 미안해. ⓒ청자몽


하원 가기 직전에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다. 아이가 갑자기 열이 많이 난다고 했다. 전화받고 놀라서 유치원까지 날아서 갔다. 과연 비틀거리는 아이가 걸어 나왔다. 멀쩡하게 등원했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걸까?

병원에 갔다. 목이 많이 부었네요. 하시며 약을 지어주셨다. 그날따라 진찰받는 것도 많이 힘들어했다. 열이 많이 나는지 걷지를 못해서, 안아 올렸다.

"엄마가.. 안아주면.. 엄마 허리 아픈데.."

하면서 힘없이 안겨있었다. 많이 아팠나 보다.

집에 오자마자 열을 재보니 39.1도였다.
냉각팩을 붙여주고 해열제부터 먹였다. 먹이자마자 잠이 들었다. 다음날도 그다음과 다음날도 늘어져서 누워있었다. 열은 토요일에 경계선(37.5 ~ 38.0도)에 가까워졌는데 참 이상했다.

목이 계속 아프다고 하며 늘어져있는 거다. 보통 감기는 열이 나더라도, 잘 놀고 입맛 없어해도 먹긴 하던데.. 이번엔 열은 떨어졌는데, 아예 먹지 않거나 누워있네. 갸웃 뚱하다가 아무래도 느낌이 싸해서, 유치원에 알림장을 썼다. 광복절까지 집에서 보겠습니다. 하고 예약발송으로 월요일 아침에 보내지게 써두었다.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오전, 약을 받으러 병원에 데려갔다. 목 안을 들여다보시던 선생님이


"목에 염증이 생겼어요. 구내염이요. 구내염? 들어보셨죠? 수족구처럼 전염병이에요. 5~7일간 격리예요.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이든 보내시면 안 됩니다. 염증이 바로 확인되는 경우가 있고, 이렇게 며칠 지나야 보이는 경우도 있어요."


하셨다. 아.. 네.
이번엔 '구내염'이구나. 전염병. 왠지 느낌이 싸하더라. 방학인데 괜히 유치원 보내서 병에 걸린 건 아닌지.. 아이에게 정말 미안했다. 눈치 보며 주중에 며칠씩 보냈는데, 그게 이렇게 됐구나. 가슴에 돌덩이가 얹어졌다.

약국 가서 약을 받으며, 아들 둘 약사님이 약봉지를 유심히 보셨다. 아고. 구내염이구나. 어째 많이 아팠겠어. 아이를 쳐다보셨다. 그러다가 풀 죽은 내 얼굴 보며 한마디 하셨다.


"괜찮아요. 새콤 어머니. 다들 그래요. 저희 둘째도 걸렸어요. 입이 아프니 먹는 게 힘들어서.. 에고 힘내세요."


우리 딸보다 한 살 많은 아들과 한 살 어린 아들 형제를 키우시는 엄마약사님의 말은, 언제나 위로가 된다. 할 수 없지. 약 잘 먹고 잘 이겨보자.




어린이집 가면서부터 시작된
열과의 전쟁



딸은 돌잔치하고 3개 월지나, 15개월 되었을 때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더 데리고 있으면 좋았을 텐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도움 없이 혼자 키워야 하는데 힘에 부치고 내가 여기저기 자주 아파서,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어린이집 원장님과 상담할 때부터 한소리 들었다. 어린이집은 워킹맘들을 위한 곳이라고 하셨다. 죄송해요. 제가 혼자 잘 못 키우겠어서, 아파서 병원도 다녀야 하고 해서 맡길 곳이 없어요. 어린아이를 보내면서 미안했다.

아이는 생각보다 잘 적응했다.
생일이 늦고(11월말생), 또래보다 작아서 걱정했지만 그래도 잘 지내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래도 기관에 다니다 보면 전염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어린이집 다니기 전까지, 다행히 크게 아프지 않았다. 9개월 때쯤 밤에 분수대 앞에 앉아있다가, 콧물감기가 걸려서 며칠 콧물 흘린 게 전부다. 그러던 것이 어린이집 다니고 한 달 조금 지났을 때에 '열감기'에 걸렸다.

새벽에 열이 많이 났다. 38도가 넘었던가? 했는데.. 처음이라 놀라서, 남편과 새벽에 택시 타고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에 갔다. 가서 옷 다 벗기고 열 내릴 때까지 안고 있었다. 딱히 특별한 처방을 해주지는 않았다. 열 내릴 때까지 교차복용(2가지 해열제를 번갈아 주는 것) 해야 하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아이가 열난다고 무조건 응급실 뛰어가지 말고, 먼저 해열제 먹이면서 얼음찜질이나 젖은 수건으로 몸을 닦아줘서 열을 내려야 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열이 나더라도 움직임도 있고 늘어지지 않으면 괜찮은 거라고. 위와 같이 했는데도 열이 안 떨어지고 아이가 축 늘어져있거나 토하기를 반복하면 그건 정말 심각한 일이라는 거다.

해열제는 39도 가까울 때 먹이라고 하는데, 38도 넘으면 먹인다. 먹이라는 양보다 조금 더 담아서 줬다. 예를 들어 6ml 주라고 하면 6.5나 7 조금 안 되게 덜어서 먹였다. 왜냐하면, 6ml를 담더라도 플라스틱 통에 묻어서 6ml를 다 먹이는 게 아니었다.

해열제도 중요하지만 얼음찜질이나 수건으로 몸 닦이를 해주는 게 도움이 많이 됐다. 이번처럼 열은 적당히 떨어졌는데, 늘어져서 누워있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수족구 앓을 때도 많이 힘들어했는데.. 구내염이라니. 전에 어린이집 첫해 여름방학에는 '수족구'에 걸렸었다.

언젠가는 중이염에 걸려서 많이 힘들어했다. 올초엔 독감에도 걸렸다. 그래서 수액 맞고 며칠 끙끙 앓았다. 그러고 보니 나한테 옮아서 코로나에 걸린 적도 있었다. 이래저래 아팠구나.




아픈 건 언제나 힘들다.


한동안 코로나가 심했을 때는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고, 조금만 열이 나고 이상해도 등원시키지 않고 조심했다. 그때는 감기도 덜 걸리고, 병도 덜 걸렸던 거 같다. 그러다가 엔더믹이라고 하면서부터는 다시 병에 자주, 많이 걸리게 된 것 같다.

아프면 아이도 힘들지만, 돌봐야 하는 보호자도 같이 아프다. 전염이 되거나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다. 자책도 하게 되고.. 약사님 말씀처럼, 할 수 없는 거니까. 괜찮아. 하면서 약간 내려놓고 다시 기운을 내봐야겠다.

아이는 일단 아프면, 자다가 깬다. 칭얼거리고 힘들어한다. 자기도 아플 줄 아는 모양이다. 그때 이마에 손 대보면 바로 머리가 뜨끈하다. 열난다. 모든 아픈 것은 '열 난다'에서부터 시작된다. 엄마가 된 지 만 5년 몇 개월이 되었지만, 아직도 아이가 아픈 것에는 능숙하게 대처하지 못한다. 당연하겠지만...

아픈 건 참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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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탄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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