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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자몽 Aug 12. 2024

'기대 없음'은 나의 힘

청자몽 연대기(2)

닉네임에 관한 글을 쓰다가 이왕 이렇게 된 거, 연대기를 써볼까? 싶었다. 그래서 시리즈를 시작한다.

두 번째 이야기 :



시리즈물은 좋은데 문제는...
그래도 연대기, 그냥 갑니다.


어제 보내주신 김치를 통에 나누어 담았다. 김치한 것도 아니고 나눠담기만 하는 일인데도 그것도 '일'이었다. 부끄럽지만... ⓒ청자몽


보내주신 김치를 통에 나눠 담았다. 기존에 있던 김치도 옮겨야 했다. 김치냉장고가 없어서(이 글을 쓸 당시에는 없었다.), 냉장고 김치칸에 보관하려니 어쩔 수 없었다. 할 수 없다. 그러면서 이리저리 열심히 옮겼다. 할 수 없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아니. 할 수 없으니 그냥 해야 하는 일이다.

엊그제 청자몽을 드디어 만난 이야기에 올려주신 댓글을 키득거리며 읽다가, 이왕 쓰는 김에 '연대기'를  한번 써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연대기는 좋은데, 글을 올리는 토픽(카테고리가)이 각각 다를 거라서 그게 고민 됐다. 떤 이야기는 노동/사회 쪽에, 어떤 이야기는 사상 쪽에, 또 어떤 이야기는 문화/예술 쪽에 맞을 거라.. 일관되게 하나의 토픽에 올리는 게 어려울 것 같았다.


에고.. 할 수 없지. 할 수 없으면 그냥 가는 거다. 통은 옮기면 되고, 다시 잘 담으면 되니까. 내용이 중요하다고 본다. 토픽은,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생각나는 대로 한번 써볼까 한다. 이래저래 뜬금없이 나의 연대기를 시작한다.




삼 남매 중에 둘째로 태어났다.
돌아보니 억울할 게 없다!
'기대 없음'은 나의 힘이니...


지난 8월에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었다. 둘째라 서럽다는 글이었다. 그때는 서럽다는 생각이 강했다. 아니, 그때까지만 해도 삼 남매 중에 둘째로 태어나서 서럽다는 생각을 내려놓지 못했다. 그런데 불과 한 4개월 만에, 다른 결론을 내렸다. 둘째여서 서러운 게 아니고, 둘째라 얻은 게 많으며 이건 굉장한 일이라고. 공부를 잘하는 편이 아니어서, 처음부터 나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었다. 어떻게 보면 좋은 일이었다.

생각해 보니 초등학교 때 특별활동도 내 맘대로 몇 개씩 했고, 중학교 때 입시용 미술학원도 한 달인가 다녀봤다. 대학 때 동아리활동도 나만 했다. 나중에 취직할 때도, 그냥 먹고살기만 해라. 다른 건 바라지 않는다. 이런 정도의 느낌이었다. 그래서 다니다가 면접 봐서 옮기고. 떨어지고 다시 도전하고 그랬다. 큰 부담 없이...

어차피 기대를 받는 자식이 아니었다. 월급 많이 못 받아서 죄송고, 가끔씩 다시 취준생 생활을 또 죄송했다. 공시생 생활도 했었는데, 그것도 죄송하다. 쓰다 보니, 기대는 별로 받지 못했으면서 죄송할 일만 많았다. 그래도 확실히 부담은 덜했다. 결혼도 가 좋다는 사람 했다. 결혼은 태어나서 엄마한테 크게 대든 두 번째 사건이기도 하다. 첫 번째는 미술공부하겠다고 우겼던 거고, 두 번째는 결혼상대였다. 그래도 어찌어찌 살고 있다.

나는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은 노산엄마, 일명 늦은 엄마다. 결혼하고 한참 동안 아이가 없어서 참 여러 가지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도 그건 모르는 사람들이 애매한 소리 던져댔던 거지, 정작 친정엄마는 별말씀 없으셨다. 친정과 시댁에서 거의 별말씀 없어을 때, 아이를 낳을 수 있었다. 그때 내가 아이를 낳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없었다. 그만큼 엄청 노산이었다.

쓰고 보니, '기대를 받지 않음'이 굉장한 힘이 되었다는 걸 느낀다. 기대가 덜하니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했던 거다. 삼 남매 중에 둘째는 절대 서러운 게 아니었는데, 왜 그게 그렇게 서러웠을까. 뒤집어보면, 단점이라 생각했던 게 굉장한 장점이 되기도 한다.


역시, 인생은 해석이다.





원글 링크 :







저의 두 번째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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