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어느덧 13년이 되어가는 나는, 아줌마다. 13년 전 결혼할 당시만 해도 31살은 "노처녀"로 분류되던 나이였다. 남들보다 늦게 결혼한 데다가 8년 가까이 다른 나라에 나가서 살며 우여곡절을 겪다 보니, 아이도 없이 부부만 살게 됐다.
그런데 13년 차 아줌마이지만, 애가 없다 보니 아직도 "애"로 분류가 된다. 안타깝게도 물리적인 나이는 먹어버린 상태라 아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른으로 대접받지도 못한다. 또래와는 대화가 되지 않고, 그렇다고 나보다 한참 어린 분들과도 잘 통하지는 않는 참 어정쩡한 중간 경계인이 돼버렸다.
그러게...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특이하거나 남과 다르면 굉장히 이상한 대접을 받는데, 이런 것도 적응이 되나 보다. 하긴.. 요새는 가게 같은데 가면 "어머님" 소리도 듣는다 : ) 이런...
그리고 그다음 해인 2017년 우리는 부모가 됐다.
다시 7년이 지났다.
2024년
생일이 늦은, 2017년생 딸아이는 아직도 만으로 6세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우리는 공식적으로 '부모'가 되었다. 부모가 되었지만, 어른이 된 것 같지는 않다. 이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아이는 당연히 아니며, 애매한 존재도 아니다.
실은.. 내가 무슨 존재인지 생각해 볼 여유가 없다. 2016년에 그렸던 그림과 글을 다시 꺼내보면서 깜짝 놀랐다. 그때는 이런 생각을 할 여유가 있었구나 하고.. 지금은 하루 살기가 바쁘다. 그냥 바쁘다. 깊이 생각할 여유도 없다. 오늘 할 일, 내일 할 일, 언제 뭘 해야 할 일 등등이 켜켜이 산이다.
문득 내 존재를 고민하던 시절이 다 있었구나.
하고 44살짜리 애어른이던 때를 가만히 떠올려 보았다. 토닥토닥. 괜찮아. 잘 살고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