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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자몽 Oct 18. 2024

10일 천하, 파의 생장기 : 파 이후의 계획

베란다 대파 이야기(5)

큰 화분에 심긴 파 4개는 정리했지만, 길쭉한 화분에 아직 5개는 잘 살고 있다. 다음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큰 화분이 필요했다.



10일 천하, 파의 생장기
징한 이야기


순서대로 번호도 붙였다. 10일간의 파 생장기  ⓒ청자몽

파 이야기를 그만 쓰려고 했는데, 10일 천하를 이루고 장렬하게 사라진 큰 화분 속 대파 이야기를 남기는 게 도리일 것 같았다. 은근히 계속 보면 중독되는 그야말로 파.. 이야기다.


며칠 고민을 하다가, 결국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큰 화분을 정리하고 긴 화분 2개만 남기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앞으로 절화(잘라서 파는 꽃을 '절화'라고 하던데..) 말고, 진짜 싹부터 키워 꽃을 보기로 마음먹었다. 남들이 키워서 파는 거 말고 내가 키워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큰 화분만 정리했다.


파를 정리하기에 앞서, 우선 기념 사진을 찍기로 했다. 열흘동안 고마웠어. 큰 화분에서 제일 진한 향이 올라오는듯 해서 이래저래 정리해버렸다. 화단에 파향이라니... ⓒ청자몽

그래도 열흘동안 정이 들어서, 잠시 또 고민을 했다. 정리를 할까, 말까? 해 말어? 아니 파 가지고 왜 고민이야? 지금 파가 문제가 아니잖아. 산적한 고민과 걱정으로 건망증이 살짝 올 지경인데.. 에잇.



파를 정리하기에 앞서, 우선 기념 사진을 찍기로 했다. 열흘동안 고마웠어. 큰 화분에서 제일 진한 향이 올라오는듯 해서 이래저래 정리해버렸다. 화단에 파향이라니... ⓒ청자몽

원래 생각은 오래 하고, 행동은 바로 하는 성격이라 후딱 정리했다. 10일 사이에, 커다랗던 대파는 저렇게 작고 아담한 파가 됐다. 총총 잘 썰어서 냉동실에 넣었다.


아직 길쭉한 화분 2개는 정리를 하지 않아서, 파 키우기는 그래도 계속될 예정이다. 제일 큰 화분을 정리하고 나니 파향이 사라졌다. 그동안 큰 화분 속 어떤 녀석이 진한 향내를 피웠던 모양이다.




프리지어 구근을 샀는데..
마늘 같다.


꼭 말린 마늘 같다. 색깔별로 6개를 샀다. 생각보다 크기가 작다. ⓒ청자몽

프리지('후레지아'라고 알고 있었는데, 프리지어로 나와서 바꿔서 쓴다.) 구근을 판다는 광고가 뜨길래, 이게 뭐지? 하고 클릭했다가 덜컥 6개나 사버렸다. 처음에 색깔별로 2개만 샀는데, 너무 알이 작아서 4개를 더 샀다. 이게 구근이라고? 마늘 같은데?




파 키우다가 마늘(?)로 갈아타는 느낌이다. ⓒ청자몽

프리지어 구근 키우는 법을 검색해 봤다.

심기 전에 물에 잠시 담갔다가, 화분 깊이 심으라고 되어 있었다. 화분 1/ 3쯤 되는 높이의 흙에다가 꽂아두고, 흙을 조금 더 덮어줬다. 나중에 싹이 나면 계란껍데기 가루 내어 섞은 흙을 더 채워주라고 했다.




큰 화분에는 (노랑 + 블루 + 핑크)/ 작은 화분에는 (레드)를 심었다. ⓒ청자몽

언제 싹이 날까? 궁금하다.

안 죽이고 잘 키웠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예쁜 꽃도 봤으면 좋겠다.




식물 키우는 법은 그래도...


식물 키우는 법은 그래도 아이 키우는 법보다는 간단하고 명료한 것 같다. 부럽다. 찾아보면 딱딱 나오니까, 하다 보면 약간의 시행착오를 겪다가 잘 자랄 텐데...


아이는 뭐가 많이 복잡하고, 변수도 많다.

그리고 결국에는 인간이다. 인격체를 가진 작은 인간. 자아도 키만큼 쑥쑥 자라 가는 복잡한 사람이다. 당연한 건데, 당연하지가 않다.


육아는 뭐가 참 많이, 굉장히 복잡하고..

무엇보다 생각처럼 잘 안 된다. 더더 예민하고, 섬세하다. 편하게 그냥 그냥 되지도 않는다. 과연 잘 키울 수 있을까? 나도 당장 나를 모르겠는데, 한 생명체를 나는 잘 돌볼 수가 있을까? 이게 맞나?


등등의 여러 가지 생각이 마구 드는 요즘이다.

그런 중에, 그래도 식물 키우기는 낫다. 키우다 실패하면, 추스르고 다시 키우거나 다른 걸 키우거나 하면 되니까.


아무튼 파생은 일단락되었고, 이제 씨부터 다시 시작한다. 꽃 보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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