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새콤이(25)
소풍이라는 말보다 '소견학'이라는 이름으로... 요즘 유치원에서 소풍 닮은 소견학을 자주 간다. 자주 가니까 기대감이 떨어지는 것 같지만, 그래도 어쨌든 신나는 소풍날이다. 소풍은 소풍이다.
6살 새콤이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 :
가다 보니 맨날 같은 곳엘 간다.
그래도 소풍
약간 꾸물거리는 날이었지만, 어제 유치원 7살 형님반 친구들이 소풍을 갔다. 이번 학기 들어서부터 더 자주 가는 것 같다. 한 달에 한 번은 가나보다. 자주 가다 보니, 본의 아니게 같은 곳을 간다. 그러면 확실히 기대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 아이가 약간 시큰둥했다.
"소풍 가는데 안 좋아?"
"좋긴 한데요. 맨날 같은데 가요. (얼굴 찡그림)"
"아니야. 그래도 소풍은 소풍이잖아. 히야.. 엄마는 초등학교 다닐 때 6년 내내 같은 곳에 갔어. '능동 어린이 대공원'이라고, 집에서 가까운데. 맨날 거기를 가는 거야. 원래 그런 거야. 그래도 밖에 함께 나가는 건 좋은 거라고."
했더니, 갑자기 아이 얼굴이 환해졌다. 뭐가 생각났구나? 그렇지? 역시 좋은 게 있었던 거야!
소풍날의 특식
"소풍 말고요. 사실 점심밥이 기대돼요."
오잉? 점심밥?
조금 전까지 투덜거리던 아이는, 갑자기 신이 나서 웃으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밥 먹는 건 역시 신나는 일이구나.
소견학 갔다가 유치원 돌아와서 밥을 먹는다. 아이 말에 따르면, 소풍날에는 '뷔페식'으로 자기가 먹고 싶은 걸 골라 먹을 수 있단다. 어떻게? 했더니, 집게를 들고 돌아다니면서 먹고 싶은걸 식판에 담아서 먹는다고 했다.
"그럼 뷔페음식점처럼 음식 앞에 집게가 놓여 있어?"
"아니요. 친구들이 자기 집게를 들고 다니면서 담아요. 집게는 엄마 꺼처럼 크지 않고, 작아요. 아이들용 집게예요."
"아니.. 그럼 집게가 20개가 넘을 텐데? 그걸 조리사 선생님이 다 씻어? 아우. 힘드시겠다."
"집게는 다 먹고 자기가 씻어요. 수돗가 들고 가서.."
기특해라. 그렇구나. 신나겠네.
했더니, 데굴데굴 구르면서 좋아라 한다. 소풍날 소풍 말고, 밥 때문에 신나다니! 누구 아이디어일까? 작은 유아용 집게를 들고, 음식 앞을 기웃거리며 웃으면서 식판에 담을 아이를 생각하니 갑자기 푸하하.. 웃음이 나왔다.
"엄마 엄마! 그런데 이 이야기는 선생님한테 비밀이에요. 알면 창피해요."
왜? 좋은데..
알았어. 엄마가 비밀로 해줄게. 그렇지. 소풍 행사가 기대된다 해야지. 특식 때문에 신난다 그러면 서운할 수도 있겠다. 이야기하는 동안, 아이는 계속 오늘은 뭘 골라 먹을까? 하는 생각에 미소 짓고 있었다.
소풍날의 기억
사실 어디로 가는지가 중요한 건 아니었다.
뭔가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는 느낌이 설레고 좋았던 것 같다. 지금은 너무 흔해진 김밥도, 어렸을 때 귀한 음식이었다. 소풍이나 가야 먹는 특별식이었다.
이른 아침, 동이 트기 전에 김밥을 싸느라 일찍 일어나신 어머니의 분주한 소리를 듣고 빼꼼 문을 열었다. 김밥 싸는 거 구경하다가 꼬다리 얻어먹는 재미가 있었다. 김밥은 꼬다리가 제맛이지.
맨날 똑같은 데를 갔어도, 신기한 게 이젠 장소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가서 뭘 했는지도 생각나지 않고.. 오로지 남은 건 김밥이라. 새우깡이랑 칠* 사이다도 생각난다. 과자도 맨날 새우깡이었는데.. 그래도 좋았다.
그러고 보면,
감각이 더 강하게 기억에 남는 모양이다. 후각, 청각, 촉각, 설레던 마음.
나는 나중에 오늘을 떠올렸을 때 무엇이 생각날까? 무엇이 나중 나중에도 남을까? 잠시 생각해 본다. 볕이 따갑고, 약간 싸늘하지만 상쾌한 바람이 좋다. 이미 귀가해 노는 아이들이 소리가 시끄럽게 들린다.
'능동 어린이 대공원'은 오늘도 안녕하겠지? 이름이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와 어디를 갈지, 무엇을 할지 보다 무얼 해야 아이가 좋아할까? 기억에 남을까?를 잘 생각해 봐야겠다.
오늘이 벌써 금요일.
왜 이렇게 맨날 주말이 자주 찾아오는 걸까?
나도 웃으면서 잘 보내야지. 뭐 맛있는 걸 해 먹을까? 밥 잘 먹으면 웃을 텐데.. 아니, 가족들이 내가 해준 밥 잘 먹으면 기분 좋을 텐데.
- 2023년 6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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