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6살 새콤이

표준 사회, 평균적인 것에 관하여...

6살 새콤이(24)

by 청자몽

곧 3월이 오면, 새 학기가 시작됩니다. 다른 의미로 슬슬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또래보다 많이 작은 아이의 키 때문이에요. '표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6살 새콤이 스물네 번째 이야기 :



또래보다 작은 아이의 엄마입니다.
'한글 교육'에 조언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주신 조언대로 하나씩 적용해보려고 합니다. ⓒ청자몽

다음 주에 유치원이 종업식을 합니다. 현재 7살 형님들은 졸업식을 하고요. 곧 6살 반 친구들이 7살 형님반이 됩니다. 유치원 최고학년이 되는 거죠. 수요일에 7살 반에 관해 설명 겸해서 '학부모 설명회'도 한다고 합니다. 학년이 올라간다고 하니 긴장이 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의미로 슬슬 고민이 됩니다.

바로 '키' 때문인데요.

11월 말에 태어난 아이는 또래보다 작습니다. 작고 마른 편입니다. 태어날 때도 크지는 않았는데, 돌 때까지는 그래도 100명 중에 중간 정도의 키와 몸무게였습니다. 두 돌 전후로 조금씩 작아진다 싶더니, 점점 더 키가 작다고 나옵니다.


어린이집 다닐 때도 작다고들 했는데,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유치원 입학한 첫해는 괜찮았습니다. 문제는 그다음 해인 6살 반 시작하면서부터였어요.


이제 막 입학한 5살 동생들하고 별로 차이가 나지 않다 보니, 심지어는 작다 보니 문제가 생긴 겁니다. 아침에 현관에서 신발 갈아 신을 때, 꼭 물어봅니다.


"친구랑 같이 들어가면 되겠다. 너는 어느 반이니?"


라고, 신입생 부모님들이 꼭 물어보더라고요. 하원할 때도 그러고. 왜 물어보는지 모르겠는데.. 한두 번 들으면 그냥 무시할 텐데, 거의 여름이 되어갈 때까지 가끔씩 그러니 힘들더라고요.


아이는 속상해했습니다.

처음엔 입 꾹 다물고 있던 저도, 어느 날 결심하고부터 큰 소리로


"친구가 아니고요. 1살 위에 형님반이에요."

('친구'라고 묻거나 말하는 부모는 100% 동생반 부모님이더라고요.)


말하면서도 민망했습니다.

다행히 처음에는 '친구' 소리에 속 상해하던 아이가, 이제는 "나는 6살 반이야."라고 당당히 말하게 됐지만요. 어른들만 묻는 게 아닙니다. 나름 키가 크다고 자부심을 갖은 '5살 반 아이들'이 자기 키 크다고 하면서, 저희 아이에게 키를 재보자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키 크다고 합니다.



'평균적인 것'에 관한 고민


그러고 보면 '평균의 키'가 있긴 합니다. 아이들 옷 살 때 보면, 뒤쪽 태그에 120(7Y), 110(6Y) 등이 적혀 있어요. 100cm이면 몇 살. 그런 게 대충 나오는 걸 지도 모르겠습니다. 길 가다가 저도 아이들 보면 '쟤는 대충 한 4살 되어 보인다.' 그런 생각을 하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그 평균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넘는 사람들은 어째야 할까요? 그건 생각을 못해봤다는 겁니다.


살면서, 평균키나 몸무게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없습니다. 별 생각이 없었다는 거죠. 그런데, 막상 그게 제 문제 다시 말해, 제 아이에게 맞닥뜨린 문제이고 보니 이제야 심각하게 고민을 합니다.


뭔가 '평균적인 것'이 아닌 경우는?

그런 경우는 어떤가. 어떨까?

우리는 평균에 꼭 맞춰 살아야 하나?


그러고 보니, 저를 스쳐간 많은 질문들이 생각났습니다. 잊고 있던 많은 것들이 떠올랐습니다.


학교 졸업하면 뭘 먹고살건가

연애 오래 하는 거 아니지, 결혼을 해야지

취업했으니 결혼해야지

결혼했으니 아이를 낳아야지

아이 하나 낳았으니, 둘째 낳아야지

딸 하나로 되나, 밑에 하나 더 낳아야지

자기 집은 있어야지


등등...

그렇구나. 어느 순간에는 치명적인 상처가 됐던, 이러이러한 때는 이래야지, 저래야지 하는 평균의 모습들에 관한 소리들이 떠올랐습니다.


평균이 대체 뭘까요? 참..

별거 아니지만, 그래서 키가 작은 아이를 키우다 보니 옷 태그를 보면 속 상합니다. 6살에는 몇 cm여야 하는 건가? 7살에는?



표준에 맞지 않으면, 비표준이면 어때.
잘 살아보자. 대답을 잘하거나 흘려보내자


작년 봄에 속상해하는 아이를 붙잡고, 제가 저에게 하는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키는 앞으로 더 클 거라고요. 키가 더 컸다고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 마음이 커야 더 형님이라고요. 우리 당당해지자! 10년 뒤에 훨씬 더 크면 되지! 몇 번을 이야기해 주었어요. 앞으로는 엄마도 침묵하지 않고, 당당하게 얘기할게. 새콤이 도 얘기하자고요.

그 후로 아이는 작다고 하는 동생들에게


"키가 크다고 꼭 다 좋은 건 아니야.

나중에 내가 더 클 수 있어."


라고 크게 얘기하는 지경까지 되었습니다. 클지 아닐지는 미지수이지만요. 눌리지 않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새로 온 봄에는 키 큰 동생들이 더 많아질 텐데.. 잘 지내기를 바라봅니다.


몇 살에는 어떤 모습이어야지.

라는 것을 집요하게 묻는지. 아니면 대답하기를 강요하는 건지.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속상해하는지.. 키 고민 덕분에 저도 생각해 봅니다.



- 2023년 2월 13일



원글 링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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