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새콤이(23)
속상한 일이 생기면 주로 참는, 6살 엄마는 한계가 오고야 말았습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할 것 같은데... 망설여집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6살 새콤이 스물세 번째 이야기 :
생각이 넘쳐서..
뜬금없이 등산했습니다. 덕분에 몸살 났어요.
뜬금없이 지하철을 타고, 예정에도 없던 산에 갔습니다. 말이 등산이지.. 둘레길을 조금 걷다 왔어요. 빨래만 해놓고 간 거라, 버려두고 온 집안일이 생각났거든요. 1시간 정도 걷다가 다시 지하철을 타고 왔습니다. 덕분에 몸살은 났지만, 걷는 동안은 좋았습니다.
해결된 게 없지만, 생각을 많이 덜어냈습니다. 이래서 많이들 걸으시나 보다 했습니다. 복잡하고 답답한 마음을 글로 한번 풀어볼까 합니다.
저의 고민,
만만해 보이나 봅니다. 그래서 속상해요.
원하지 않았지만, 어려서부터 만만해 보이는 편이었습니다.
이 만만해 보이는 단점은, 회사에서는 '아킬레스건'이었어요. 자기보다 조금만 약해 보이거나, 빈 틈이 보이면 무자비하게 태클이 들어오더라고요. 가뜩이나 어려서부터 당해온 저는 긴장하고 곤두서 있었어요. 방어만 하다가, 공격도 하고... 정말 제 속에 이런 괴물이? 하면서 놀랄 정도로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처절하게 방어와 공격을 했다지만, 많이 참다가 10번 중에 1~2번만 버럭하고 만 거라, 속에 쌓아둔 게 더 많았습니다. 회사 다닐 때는 왜 그렇게 종류별로 병원을 다녔습니다. 쌓아놓고 부글부글하다가 터져 나와서 몸이 많이 아팠던 것 같아요.
임신하면서부터는 마음을 고쳐 먹었어요. 이제 괴물 같던 나,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 같던 사나운 나를 내려놓자. 선한 엄마가 되어보자. 태교라는 것도 있고 한다지만, 그런 것보다 앞으로는 엄마니까 좀 더 잘 살아보자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바로 임신했을 때부터 문제가 생겼어요. 아니 정확히는 생각도 못한 여러 상황들이 생기게 된 거죠.
주변에서 들어오는
여러 태클들.. 인지 그냥 툭툭 던지는 말인지
01
임신 중, 만삭
만삭이라 배가 많이 불러,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함께 탄 할머니가 배를 노려보시더니 대뜸 버럭 큰소리로 화를 내십니다.
"배 속에 있을 때가 좋은 거야. 애 낳아봣. 쳇..."
네에..? 맞는 말이긴 한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낳지 말까요?라고 되묻지 못하고, 순간 놀라서 눈만 동그랗게 뜨고 내렸습니다.
02
8개월 정도 됐을 때..
계절이 바뀌어서 여름 저녁이었는데, 아기띠를 하고 마실을 나갔습니다. 대롱대롱 달린 아이는 좋다고 웃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나가던 할머니가 버럭 화를 내시는 거예요.
"아니! 날도 쌀쌀한데, 애기 바지를 긴 걸 입혀야지. 뭐 한다고 짧은 걸 입혀."
헉.. 할머니 저 아세요?라고 묻지 못했고요. 아시다시피 아기띠 하면, 아기랑 엄마랑 닿아있어서 더워요. 당황해서 어어어.. 하다가 그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03
20개월 정도 됐을 때, 3살
아이의 열감기가 심해서, 응급실 갔다 온 다음날 외래진료 오라고 해서 대학병원에 갔습니다. 아기띠를 풀러 놓고 아이와 의자에 앉는데, 지켜보던 할머니가 대뜸 물으시더라고요.
"할머니유? 손자야?"
네?! 저요? 저...
그때 이미 아이 낳고, 성성한 새치 때문에 두어 번 할머니냐는 소릴 들은 터라, 올게 왔구나 또 그러는구나 싶었어요.
엄마인지, 할머니인지. 왜 궁금할까요. 그때도 답을 했던가? 아니면 아이 괜찮나 보느라고 말을 안 했던가. 기억이 안 납니다. 속 상했던 마음만 남네요.
04
3살 땐가? 어린이집 다닌 지 얼마 안 됐을 때
11월 말생인 아이는 또래보다 작습니다. 그리고 좀 마른 편이에요. 어린이집 하원해서, 걸음 연습 겸 아이와 동네를 산책하는데 또! 할머니 한분이 지나가시다가 지긋이 쳐다보십니다. 여러 번의 경험상 뜨끔 했죠.
"아이고 예쁘네."
이번엔 칭찬이구나. 다행이다. 했는데...
"쯔쯔쯔.. 이 예쁜 애를 뭔 어린이집을 보내. 쯥."
혀를 차고 가시는 거예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 푹 수그리고 지나갔어요. 어린이집 보내는 어미가 죄인이잖아요.
05
코로나 터지기 전이에요. 3살 때 가을이던가?
날씨 좋아서, 유모차 태워서 구경하며 동네 돌고 있었어요. 선글라스 쓰고 모자도 쓴, 나름 멋쟁이 할머니가 지나가다가 아이를 보고는 무릎을 꾸부르고 앉으셨어요.
"어우. 예쁘다. 할머니야? 누구야?"
이런! 나한테 물어보지. 왜 애한테 물어봐요. 뭐라고 답했더라? 기억은 안 나는데, 속이 상합니다. 내 얼굴이 그렇게 늙어 보이나? 그땐 염색도 한 상태였거든요.
06
5살 때, 작아 보이면 무조건 '동생'이나 '친구'라고 해요
아파트 앞 놀이터에서 그네 타고 놀고 있었어요. 아파트 단지 내에 어린이집 2개와 유치원이 있습니다. 어린이집 가방 색깔은 노란색 또는 황갈색이고, 유치원 가방 색깔은 자주색이에요. 그네를 열심히 밀어주고 있는데, 옆에서 밀어주던 할머니가 저희 아이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친구, 친구 합니다.
그네에서 내렸어요. 그 아이도 내리더군요. 키가 엇비슷하게 작은 것도 같은데... 그 젊어 보이는 할머니가 계속 친구라고 하더라고요. 가방색이 다른데, 친구일리가...
하필 딸아이도 자기가 작은 걸 잘 알아서, 속상해하더라고요.
할머니들은 자기네 손주나 손녀 한 뼘이 작아도 무조건 '친구'라고 하더라고요. 11월 말생이라, 네가 만으로는 저 애랑 같아서 그래.라고 위로해 줬어요. 저는 그때 왜? 친구 아니고, 자주색 가방 멘 유치원 언니라고 또박또박 말을 못 해줬을까요.
07
6살, 얼마 전
위에 이러 저런 건 아이 어렸을 때 겪은 일 중에 6가지만 꼽은 거고요. 더 많지만 생략합니다.
문제는 최근 일이 속상합니다. 어차피 지나간 건 지나간 거니까요.
한 달쯤 전부터, 아이는 '원인 불명'의 가려움증과 피부 발진이 앓고 있습니다. 병원에 데려갔더니, 시간 지나면 발진이 가라앉는다고 했더니, 음식 알레르기가 의심된답니다. 발진 전후에 먹인 음식을 의심해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하필 아이들 음료수(아이 주스, 뽀로로 음료, 요구르트 등등) 먹으면 확 올라오고, 젤리나 사탕, 초콜릿 먹어도 심해지더라고요. 피부 발진과 가려움증 호소가 심해졌어요. 그래서 단 간식류를 주지 않으니, 괜찮아졌어요.
그런데 문제는 제가 안 줘도, 유치원 놀이터에서 할머니들이 나눠주거든요. 절대 받으면 안 된다 신신당부를 하고, 친구 할머니나 엄마들에게도 여러 번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그중에 한 할머니가
"아이고. 참나. 너는 왜 그런 것도 못 먹냐?"
그러시는 거예요.
방금 얘기, 아니 여러 번 얘기했는데..
발진이 안 나아서 못 먹인다고. 안 들으신 건지..
젤리와 과자를 한 봉지 나눠먹는 아이들을 보며, 딸아이 동공이 흔들리는 걸 봤습니다. 속상해서 데리고 나왔어요. 왜 못 따졌을까요.
그리고 며칠 뒤,
얼마 전 약간 추운 날이었는데..
두툼한 패딩을 입혔어요. 유치원에서 데리고 나오는데, 또 간식을 나눠먹던 아이들과 할머니들이 보였어요. 불안하다. 그때 그 할머니가 그러시더라고요.
"잠바 너무 두꺼운 거 아냐? 뭐 한다고 그렇게 두껍게 입혀."
추웠는데.. 많이 춥던데.
간식 운운할 거라 불안해하다가, 옷 타박 들으니.. 예상 못한 말이라 또 멍 하고 서있었어요. 어째야 되나. 바보같이. 또 말 못 하고, 간식 나눠먹는 무리들 보는, 눈 커진 아이 손을 잡고 나왔습니다.
계속 이런 바보 같은 상황에, 아이 손 잡고 나오는 제가 멍청하게 느껴졌어요. 자괴감이 든다고 해야 할까요.
결국 쌓아둔 게 폭발했고, 무작정 산을 걷다 왔어요. 걸으면서 생각을 꺼내고 또 꺼냈습니다.
싸울 것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필요하면 말을 해야겠죠. 적당히
아이를 키우면서, 저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내가 이러저러한 부분이 문제가 있었는데, 몰랐구나. 상처가 있었구나. 사랑받고 싶었구나. 등등 깨닫는 게 많아요.
그러면서, '육아'는 용기가 많이 필요한 영역이구나 싶습니다. 회사 같은 조직에 속하진 않지만, 같이 아이를 키우는 다른 분들에 말이나 행동 등에 영향을 받거나, 속상하거나 하는 부분이 존재함을 알게 됐습니다.
저부터도 당장 말조심하려고 하고요. 툭툭 던지시는 말. 조금 더 상냥하게 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그분들도 살아온 삶이 있어서 그러시는 거겠죠. 설마 저 엿 먹이려고 하겠어요. 아니면 그냥 하는 말에 '역지사지'를 적용까지 하시겠어요.
옛날처럼 '전투모드'까지는 아니더라도, 저도 속상해요. 그런 식으로 말씀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좋게 잘 말해 버릇해야겠죠.
중년의 삶을 살고 있으나, 아이가 아직 6살이라.. 덕분에 실제 나이가 어려지는 듯한 착각 속에 삽니다. 중간을 잘 지켜야겠어요. 터질 것 같던, 최근에 고민을 적어봤습니다.
창피하고 한심해 보이는 고민을 길게 적어본 이유는.. 여기 적으면, 신기하게 풀리더라고요. 그래서 적습니다.
- 2022년 10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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