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새콤이(22)
6살 아이에게 '싫어하지도 않지만, 좋아하지도 않는 마음'을 설명해 보기
6살 새콤이 스물두 번째 이야기 :
이제 말은 곧잘 하는 6살 아이는, 궁금한 것도 많습니다. 모르는 말도 많고요. 그래서 묻습니다. 아는 한 최선을 다해 알려줍니다. 그런데 설명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게 참 많구나 합니다.
설명하기 모호한 것들도 참 많구나 합니다. 특히 사람 간의 관계 같은 미묘한 것은 잠시 말을 멈추게 됩니다. 이렇게 저도 세상을 다시 보고 배워갑니다. 같이 자랍니다.
일방적인 사랑, 내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
아이한테 물었더니, 유치원에서 남자애는 ㅇㅇ가 여자애는 ◇◇가 제일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왜?라고 물으니 딱히 설명을 하지는 못합니다.
오며 가며 본 바를 토대로 유추(?)를 해보자면, ◇◇는 눈이 크고 총명해 보입니다. 다부지게 자신의 의견도 잘 이야기하고요. 약간 시크하기까지 합니다. 그림도 잘 그리고, 이미 작년부터 한글도 쓰고, 숫자도 잘 씁니다. 이른바 '인싸'인가 봅니다. 그런데 새침해요. 딱 자기가 좋아하는, 같은 아파트 사는 여자애들 2명만 좋아하고 특히 어울리는 것처럼 보였어요. 말하는 걸 보면 7살 느낌이 나는데. 벌써 편 가르기를 약간 하는 듯 보였어요.
그런데 저희 딸이 그 ◇◇이를 좋아하는 거였어요. 좋아한다기보다는.. 뭔가 흠모(?)하는 듯 보였어요. 그 애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티니핑>에 주인공 '하츄핑'도 좋아하고요. 원래 뽀로로에 '루피'를 좋아했었는데..
"엄마, ◇◇는 하츄핑이 좋대."
그러더니.. 하츄핑을 아주 많이 좋아하더라고요.
이제 자기 이름을 쓰기 시작한 아이는, 한 번은 ◇◇가 지적을 했대요. 자음 방향이 틀린 걸 지적한 것 같아요. 아이들은 글 처음 쓸 때, 마치 거울 대놓은 것처럼 좌우 방향을 반대로 쓰거든요. 자음을 빠뜨리거나 모음을 저쪽 위로 쓰거나... 신기합니다!
그래도 기분 나빠하지 않더라고요.
저거 저거. 위험한데. 저러다 언제 한번 상처받지. ◇◇는 우리 애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아니 관심밖인 거 같은데. 어쩌나.
상처받을까 걱정이었어요.
그런데.. 일이 터지고 만 거죠.
엄마! ◇◇가 나를 초대장에 안 써줬어. 나는 ◇◇를 초대장에 써줬는데...
현관에서 아이를 기다리는데, 담임선생님이 분주하게 총총총.. 먼저 오셔서 사건을 설명해 주셨어요. 참고로 코로나라서, 담임선생님이 현관까지 나와서 이야기를 할 정도면 좀 심각한 일이 있었다는 얘기죠.
초대장에 친구들 이름 쓰는 게 있었는데, 아이가 자기는 ◇◇의 이름을 썼는데(한글? 아직.. 잘 못 쓰는데, 어떻게 초대장을? 암튼)
◇◇는 아이의 이름을 쓰지 않아서 속상해했다는 거예요. 약간 울먹울먹 했다네요. 저런...
올 것이 왔구나. 했습니다.
"아.. 네. 그렇군요. 사람 마음이라는 게. 애매한데. 알겠습니다."
현관으로 나온 아이는 시무룩합니다. 손 잡고 나서자마자 사건을 띄엄띄엄 얘기합니다. 담임선생님의 설명과 아이의 설명을 조합해서 완벽하게 이해를 했습니다.
싫어하지도 않지만, 좋아하지도 않을 수도 있어.
저는 아이를 가까이 앉혀놓고 설명을 했습니다. 6살 눈높이에 맞았을지 모르겠습니다.
서로 좋아하는 관계
괴롭히는 관계. 좀 싫은 관계
싫어하지도 않지만, 좋아하지도 않는 관계
말해놓고 잠시 싸합니다.
살다 보면 아주 좋은 관계나 힘들게 하는 관계 말고 대다수가 '싫지도 좋지도 않은' 관계잖아요. 모두를 좋아하고, 모두에게 사랑받으면 참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무미건조한 관계가 대부분거예요.
아이 같은 경우에는, 그 무미건조하게 자기를 바라보는 누군가를 좋아했고, 그 아이가 나도 좋아해 줬으면 하는 거였을 텐데.
아이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저를 바라봅니다. 아이고. 어쩌냐. 사람 사는 게, 관계를 배우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이해하고, 약간 포기하고, 그러려니도 배워야 할 텐데. 상처였을려나.
그래서인지, 어제랑 오늘 아침에 유치원 가기 싫다고 말하며 찡찡거리더라고요.
회사 가기 싫다/ 학교 가기 싫다/ 유치원도 가기 싫다/ 집안일도 하기 싫고, 누군가랑 부딪히는 것도 다 싫다. 하지만.. 산다는 게 싫은 일을 너무 싫지 않게 버티는 게 아닐까? 대다수의 '싫어하지도 않지만, 좋아하지도 않는' 이들과 어울려서 말이야.
라고 거기까진 얘기 못해줬어요.
주말이니까, 이야기할 시간 많을 거라서요. 인간관계가 참 힘드네요.
- 2022년 7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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