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6살 새콤이

유치원 마지막 학년 - 초등 예비반

6살 새콤이(27)

by 청자몽

솔직히 보호자인 내가 더 놀라는 중이다. 미리 쓴 맛, 매운맛을 보는 게 좋은 걸까? 나쁜 걸까? 잘 모르겠다. 쉽지 않은.. 우리는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6살 새콤이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 :



알림장, 받아쓰기, 독서록과 그림일기 숙제


오리기 놀이를 좋아하는 아이 ⓒ청자몽

운이 좋았다.

전화를 걸어 본 유치원에는 모두 자리가 차서 받아줄 수 없다는데, 딱 한 곳에 자리가 났다. 그것도 아주 우연히.. 먼저 대기 걸어놓은 아이가 언제 올지 모른다고 해서, 마침 이사 간 아이 자리가 비었다고 들어오라고 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을 했다.

좋은 게 맞을 거다. 전학간지 한 달 만에 곧 생일잔치도 하고, 졸업사진도 찍는단다. 등원한 주에 2번이나 현장학습도 갔다. 아이는 모든 것이 새롭고 재밌다고 했다.


그런데 늘 그렇듯 좋은 게 있으면, 덜 좋은 것도 있는 법이다. 나는 솔직히 충격을 받았다. 교육 환경이 다를 거라 생각했는데, 많이 앞서고 있었다.


설명을 들으러 가서, 받아쓰기와 독서록/ 그림일기 숙제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알림장도 쓴다고 했다. 그거 초등 1학년 2학기 때 한다는 거 아닐까? 속으로 생각하며 놀랐다. 받아쓰기를 해요? 숙제요? 하고 되물었다.


받아쓰기는 문장이 아니고, 단어라고 했다. 알림장 쓰는 연습은 이사오기 전 유치원에서도 1월인가부터 한다고 들었다. 초등학교 가서 놀라지 말라고 미리 연습을 하나보다. 새 유치원에서는 2학기부터 했다고 한다. 세 달 정도 됐겠네요.


받아쓰기 표를 받았다. 10주 차 진행할 예정이라고 하셨다. 학생은 아니지만, 학부모인 내가 겁이 많이 났다. 다행히 받아쓰기는 무리 없이 하고 있고, 숙제도 하고 있다. 미리 집에서 연습하면 할 수 있었다. 아이에게 말해보라고 한 다음 내가 문장을 적고, 그걸 따라서 써간다.


글씨를 쓴다기보다 글자를 그리고 있다. 연필을 쥐고 줄 맞춰 그린다. 요즘 학생들이 옛날에 우리보다 더 똑똑하겠다. 난 처음 입학했을 때, 종합장을 반 접어서 크레파스로 색칠하기부터 했던 거 같은데.. 지구화학 왕자 크레파스. (아.. 그러고 보니 아직도 지구화학이라는 회사가 있다.)



두 자릿수 빼기


수학시간이 어렵다고 했다.

수학시간에 뭘 하는데? 빼기요. 풀 죽은 아이가 개미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빼기? 빼기가 어렵지. 하고 넘겼다.


나중에 알고 보니 두 자릿수 빼기를 한단다. 한 자릿수 더하기와 빼기를 하는 정도인데, 두 자릿수 빼기면 몇 단계를 넘은 걸까? 시무룩할만하다. 선생님과 통화를 해보니, 아이들이 그 단원을 어려워한다고 하셨다.


제가 어떻게 할까요?라고 여쭤봤지만..

몇 단계를 뛰어넘는 내용을 도와주기는 어려울 거 같다. 연산 자체를 연습시킨 적이 없으니. 미안하고, 머리가 띵했다.


느닷없이 '수학'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학습지 많이 한 친구들은 암산으로 해버린다던데.. 수학 동화 정도만 조금 보고 말았으니 어쩌나. 우리는 숫자스티커 놀이 조금 한 정도다. 학습지로 연마하고 온 친구들하고 속도가 다르겠구나. 그런데 수학만 그럴까? 싶기도 하고 고민이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내가 갑자기 빼기를 가르쳐주면 혼란이 올 거란다. 빼기를 갑자기 어떻게 가르치나. 그럴 수도 없다. 아주 기초적인 연산 처음부터 같이 해야 할 것 같다. 아주 쉬운 것부터 하나씩 해볼게요.라고 나 역시 모기만한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우리는 적응 중..


매를 미리 맞는다 생각하기에는, 어질어질하다. 집 정리가 문제가 아니고, 이게 더 충격이다. 미리 경험해 보는 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모르겠다. 다른 유치원도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집 정리 우선 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 시간 2시간이 줄어든 것도 적응해야 한다. 나도 나지만, 아이가 훨씬 더 힘들게 적응해나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 아이들 이름도 다 모르는 것 같다. 모르지만 부르는 이름이나 적힌 이름 보고 한 명 두 명 익혀가나 보다. 낼모레 졸업사진도 찍는다는데.. 덜 친한 친구는 나중에 앨범 보고 이름을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


유치원 하원 때 보면 차가 와서 아이들을 다 데려가거나 유치원버스를 타고 간다. 도보로 하원하는 아이들은 급히 어딘가 간다. 우리는 아직 낯선 놀이터에서 신나게 논다. 아마 우리도 몇 년 동안 같은 곳을 다녔으면 그냥 가겠지. 예전 동네처럼 사람에 얽히지 않지만, 뭔가 아무튼 좀 낯설다.


우리는 잘 살아낼 수 있을까?

나도 전학을 가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이사는 결혼하면서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자리 잡고, 내 동네다 싶어질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서너 달 지나 익숙해져 갈 무렵, 진짜 초등학교에 입학할 것 같다. 그나저나 이번엔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수학숙제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졌다. 이번엔 수학이다.



- 2023년 11월 30일




원글 링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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