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새콤이(28)
엄마! 엄마!! 이거 공주 밤이래요. 공주 밤! 어? 어! 맞아. 맞아 그거 공주 밤이야. 하하.. 밤은 밤인데, 공주 밤이구나.
6살 새콤이 스물여덟 번째 이야기 :
뭔가 좀 먼 동네
이사 온 동네는 예전에 살던 동네에 비해 편의시설이 많지 않다. 단지 입구에 편의점이 하나 있다. 한 15분쯤 나가야 큰 마트가 하나 있고, 커피집도 2갠가? 있다. 거의 읍내에 가는 기분이다. 처음엔 이게 굉장히 낯설고 불편했다. 이상하기도 하고..
그러던 것이 2주 지나니 적응이 된다.
그래. 따지고 보면 5분 거리에 편의점이 몇 개씩 있던 게 더 이상한 건지도 모르지. 커피집이 머니까 돈도 굳고 좋지 않나. 큰맘 먹어야 살 수 있으니 좋지. 지금 막 기분 따라 사용하는 커피 상품권 다 쓰고 나면 잘 안 가게 될 것 같다. 이러면서도 아쉽다.
지난 주말, 아빠와 아이는 키즈카페에 가고 혼자 집에 오는 길이었다. 아파트 입구에 군밤 트럭이 보였다. 먼저 냄새가 날 유혹했다. 이것은 군밤 냄새! 1 봉지에 3천 원, 2 봉지에 5천 원이었다. 이런 오지에 군밤이라니.. 고민 없이 2 봉지를 샀다.
양이 작은 듯해서 아쉬웠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아이와 남편 오면 간식으로 먹어야지. 하며 정리에 몰두했다.
엄마! 공주 밤이래요!
몇 시간 뒤 출입문 비번 두드리는 소리와 아이의 조잘대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 엄마.. 이거 봐요! 어? 이거 이거 공주 밤이래요. 하얀 봉지를 들고 후다닥 아이가 들어와서 큰 소리로 자랑을 했다.
아.. 밤 샀구나. 엄마도 2 봉지 샀는데. 정말요? 엄마. 근데 이거 공주 밤이라니까요. 어. 그래. 그래? 공주 밤? 네. 공주 밤이래요! 하하.. 그렇지 공주 밤. 진짜 공주 밤이래요.
공주 출신 밤인데, '공주'인 밤인 줄 알았나 보다. 이제 제법 글자를 읽을 줄 아는 아이는 눈이 동그래져서 흥분했다. Princess Nuts라 생각하고 자랑하고 싶었나 보다. 하하.. 덕분에 큰 소리로 웃었다.
뭐가 잘 없지만 그래도 즐거워
예전에 비해 많지 않지만, 그래도 편의점이나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있어서 군것질은 열심히 하게 된다. 놀이터도 많고. 무엇보다 나무나 풀 등이 많다. 그래서 구경할 것도 많다.
지나가다가 뭔가를 발견하면 쭈그리고 앉아 같이 구경한다. 유치원 차 이용하지 않고, 힘에 부쳐도 도보 등하원을 선택하기를 잘했다. 더 추워지면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강아지풀도 뜯어주고, 땅바닥에 구르는 이쁜 낙엽도 구경한다. 가끔 올지도 모를 군밤도 사 먹고, 어쩌면 만날지 모를 군고구마 트럭도 기대한다. 생각 못한 게 많지만, 우리는 내일은 오늘보다 더 적응할 것이다.
낯선 게 불편하지만, 신기하고 재밌다.
- 2023년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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