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새콤이(29)
흰머리(새치)가 문제였다기보다, 아직도 '동안'이라고 '믿고 싶은 내가 더 문제'였다. 나이치고 젊어 보였던 시절과 잘 헤어져야 한다. 지금의 내 모습과 환경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6살 새콤이 스물아홉 번째 이야기 :
문제는 흰머리가 아니라, '동안'
이었던 시절을 기억하는 나였다.
다행히..
머리 염색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최소한' 할머니 소리는 듣지 않게 됐다. 하지만 염색하고 간지 며칠 안 되었을 때, 유치원 놀이터에서 동생반 할아주머니(할머니인 게 분명하지만 갈색 눈화장까지 화려하게 하신 아줌마스러운 분)께
"이모님이세요?"
라는 말을 들었다. 네? 하하. 아뇨. 제 딸이에요. 하면서 마스크도 벗고 친절하게 웃어드렸다. 제가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나 봐요. 하고 웃으며 답도 했다.
할머니 소리보다는 이모님 소리 들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는데,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오히려 주변에 다른 친구엄마들이 당황하더니, 약간 그 할아주머니를 가려주었다(?). 그래서 조금 찡하며 고마웠다. 속상할 뻔하다가 울컥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이제 슬슬 같이 손 안 잡고 쪼르르 뛰어가려는 만 5세(7살) 우리 딸한테 또 미안했다. 저렇게 혼자 잘 뛸 정도로 컸구나. 나는 왜 '할머니'나 '이모님' 소리에 화가 나는 걸까?
현실 자각
아이를 늦게 낳은 건 사실이지만,
나이 들었다고 한소리 들을 줄은 몰랐다.
염색해도 가려지지 않는 연륜이라니.. 하긴, 엄마는 27살에 나를 낳으셨다. 그러면 엄마가 내 나이 때, 나는 24살이었다. 내 나이면 대학생 정도의 딸이 있을 수도 있는 거다.
따지고 보면, 애를 빨리빨리 낳아서 손자나 손녀를 얻었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나이다. 그렇다 치면 흠.. 그런 거네.
라고 머리로 이해는 하지만, 여전히 속상한 건 속상하다. 왜 속상할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렇다! 아직도 놓지 못한
'동안' 자부심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동안' 소리를 들었다.
감사하게도..
그것 때문에, 젊은 친구들만 선호한다는 회사에 우격다짐으로 면접도 갔다. 가서 착한 직원들 덕분에 잘 다녔다. 그전에도 인상 좋다고, 면접 때 칭찬 듣기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자부심이 있었나 보다.
세월을 거슬러서, 어렸을 때는 귀엽다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그래서 예쁘게 꾸밀 줄은 몰라도, 은근히 자부심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랬던 게, 아주 늦게 아이를 낳고, 또 염색을 못하면서 '할머니' 소리를 들으니, 내 안에 있던 뭔가가 와르르르 무너지는 것 같았나 보다.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예쁜 시절은 갔고, 어차피 꾸밀 줄 모르는 건 할 수 없다. 늦게 아이를 낳은 것도 인정하기로 했다. 할머니와 엄마의 중간 나이다. 종종 듣는
"엄마세요?"
(라고 정색하며 묻는, 예의 바른 할머니들도 많다!)
에도 화내지 말아야겠다.
네. 그럼요. 제가 얘 엄마입니다.
현실 자각과 인정만이 분노를 줄일 수 있는 길이다. 화려하고 뽀샤시했던, 나의 아름다운 시절과 잘 이별해야겠다. 그리고 우아한 주름과 넘치는 연륜을 쌓아가야겠다. 당당하자!
저도 한때 '동안' 소리 들었답니다. 음하하..
염색은 잊지 말고 잘하고, 커버 스틱으로 흰머리를 잘 가리고 다닐 생각이다.
- 2023년 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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