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겨울, 고위험산모 집중치료실
오늘은 보이는 것을 그렸다. 아니.. 실은 마음속으로 굉장히 원했던 것을 그려봤다.
창문이다!
바깥세상은 많이 추워졌나 본데, 따뜻한 병실 안에선 바깥 날씨를 가늠할 수 없다.
나는 더운데 병실 안에 춥다고 하는 분이 있어서, 히터를 틀어주셨다. 원래 더위를 타는 나는 그저 더운 정도가 아니라 한증막급 더위를 느꼈다.
시원했으면 좋겠다. 창문이라도 휙 열어젖혔으면 정말 좋겠다. 시원함이 그리웠다. 그래서 창문이 그리웠나 보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온도가 다르다. 더위를 많이 타는 난, 여름만큼 추운 겨울에도 힘든 경우가 있다. 지금처럼 실내에 있을 때 그렇다.
2025.03
저 그림을 그리고 12일쯤 있다가, 37주를 간신히 채워 아이를 낳았다. 아이를 낳고 병원에 있다가 같은 건물에 있던 산후조리원으로 갔으니... 한 달 더 있다가 원하던 찬바람을 맞을 수 있었다.
살면서 이때처럼 창문이 그리울 때가 또 있었을까?
새삼 아무렇지도 않게 누리는 평범한 일상과 생활들을 돌아보게 된다. 불안하고 덥고 답답했던 임신 막달의 병원생활도 그림을 보며 떠올린다. 2017년 겨울에 낳은 아이가 어느새 초등학교 2학년이 됐다.
그 사이에 시간이 조용히 빨리 지나갔다.
덧.
지금은! 창문 확확.. 열어젖힌다.
미세먼지가 오늘 좀 많긴 한데.. 쿨룩쿨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