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하면 안 되나 보다.
초등학교 5, 6학년 때 특별활동으로 "서예반"을 했다. 일명 '궁서체'를 배우고 익혔다.
그 덕분에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손글씨를 쓸 수 있게 됐다. 그런데 그게 캘리그래피를 하는데 발목을 잡는다. 아니. 손목을 잡는다 그래야 하나.
붓을 잡고, 글귀에 따라 글씨체가 달라져야 하는데 매번 비슷하다. 한번 익힌 손근육은 편한 데로만 사용하고 싶어지나 보다.
한 1년쯤 열심히 붓잡고 흉내만 내다가 포기했다.
하다 보니..
글씨도 글씨인데, 구조나 색깔이나 그런 게 꽤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미술 감각이 있거나 그쪽 전공자들이 유리하겠다 싶다.
게다가 더 깊이 들어가면, 캘리그래피 역시 일종의 "상품"이 돼야 하는데, 난 역시 캘리그래피 부문에서도 '대중성'이 부족함을 알게 됐다.
오늘도 숱하게 볼 수 있는 멋진 캘리그래피 글씨들 앞에 한숨 쉬게 된다.
그냥 굳은 채로, 나 좋을 대로 쓰면서 살자.
그림 그리기와 마찬가지로 역시 같은 결론을 내버렸다. 어차피 자기만족이다. 뭘 할 때 꼭 잘해야 할 필욘 없으니까... 좋은 게 좋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