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는다는 건, 참 이상한 일이다

26년 목표는 건강과 활기

by 올리비아

은행 업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영상통화를 해야 하는 날이었다.

“신분 확인을 위해 얼굴 한번 보여주세요.”라는 말에, 아무 생각 없이 셀카모드를 켰다.

그러나 그 다음 순간, 화면 속에서 나를 쳐다보는 익숙하지만 낯선 여자를 보게 됐다.


그녀는 분명 나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스마트폰의 자동 보정이 사라진 얼굴은 참 잔인했다.


내가 몇 년 동안, 아니 거의 십 년 가까이 믿고 의지해 온 건 거울 속 내가 아니라, 스마트폰이 조용히 만들어준 ‘최적화된 나’였던 걸까.

평소엔 인공지능이 살짝 조절해 준 나를 너무 자연스럽게 “이게 내 실제 모습이겠지?”라고 생각하고 살았던 모양이다.


영상통화 화면 속 나는, 가까이에서 보면 안 되는 얼굴 비율로 왜 그렇게 클로즈업을 하고 있었는지.

볼살은 모니터를 향해 자기 존재감을 과시하듯 앞으로 튀어나오고, 눈은 영상통화용 카메라가 허락하는 만큼만 크기를 유지했다.

빛도 없이, 각도도 없이, 보정도 없는 얼굴은, 마치 스스로에게도 허락받지 못한 진실을 들이밀었다.


나는 한동안 화면을 보며 입을 꾹 다물었다.

은행 상담사는 “고객님 들리시나요?”라고 세 번이나 물었다.

정신을 차린 나는 헛기침 한 번 하고 비장하게 말했다.

“네… 네, 보입니다…”


그날 저녁, 휴대폰 사진첩을 열어보았다.

불과 몇 해 전 사진인데도, 그때의 나는 왜 이렇게 날씬하고, 왜 이렇게 예쁘고, 왜 그렇게 당당해 보이는지.

사진첩 속 나는 모두 딱 적당한 각도에서 찍혔고, 기분 좋은 날씨 아래에서 웃고 있었다.

카메라 필터도 조금 얹은 얼굴이지만, 그래도 그때는 그런 보정 없이도 예쁜 줄 알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왜 이렇게 내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을까.

나이는 어쩌다가 이렇게 정직하게 얼굴에 흔적을 남기고, 또 왜 이렇게 잔인하게 직설적으로 변해가는 걸까.

아무리 겉으로는 “나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거야.”라고 말해도, 속으로는 계속 “조금만… 조금만 더 늦게 오면 안 돼?”라고 되묻고 싶다.


물론 안다.

세상 이치가 그렇다는 것을.

피부는 중력의 마음을 점점 받아들이고, 몸은 예전만큼 가벼운 속도로 회복되지 않는다는 걸.

그래서 나는 나름대로 애쓰고 있다.

영양제도 누가 보면 약국 차릴 정도로 챙겨 먹고, 피부에 좋다는 화장품은 꼼꼼히 바른다.

피부과는 이제 거의 단골처럼 출석 체크를 하고 있다.

운동도 빠지지 않으려 노력한다.

요즘은 운동할 때마다 “탄력아, 어디 가지 말고 조금만 더 버텨…”라고 속삭이기까지 한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결국 나를 지키기 위한 새로운 루틴을 배우는 과정 같은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나만 늙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내 옆에서 같이 늙어가는 사람, 즉 남편도 있다는 사실.

어쩌면 나보다 더 빨리, 더 티 나게 늙어가고 있다.

그래서 요즘 나는 남편 건강도 챙기고 있다.

남편보다 먼저 일어나서 운동을 보내는 여자가 될 줄 누가 알았겠나.

이렇게 새벽부터 ‘부부 건강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여자가 되었다니.


가끔은 너무 열심히 챙기다 보니 남편이 묻는다.

“여보,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이유가 뭐야?”

순간 머리가 복잡해진다.

사랑해서?

건강해야 잔소리라도 하니까?

내가 먼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려면 옆사람도 같이 튼튼해야 하니까?


여기서 솔직히 말하자면, 둘이 함께 건강해야 둘 다 덜 짜증내니까라는 현실적 이유가 조금은 있다.

몸이 피곤하면 사소한 일도 감정적으로 변하고, 테이블에 놓인 컵 하나도 괜히 거슬리고, 아들 하나만 있는 집인데도 매일 정신없는 소리가 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둘 다 몸이 가벼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분도 훨씬 안정적이고, 저녁 식사 메뉴를 고르는 일조차 즐겁게 느껴진다.

“우리 내일 뭐 먹을까?”라고 물어도 대답이 부드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많이 사랑할 힘이 생긴다.


그래서 나는 26년의 목표를 명확하게 정했다.

건강. 그리고 활기.


거창한 목표처럼 보이지만 사실 단순하다.

덜 아프고, 덜 피곤하고, 조금 더 웃으면서 하루를 보내고 싶은 것.

하루 끝에 “어후… 죽겠다…”가 아니라 “어? 아직 조금은 남아있네?”라고 느끼고 싶은 것.

그게 활기다.

내가 활기차야 집안일도 조금 더 하고, 덜 짜증내고, 덜 예민해지고, 더 사랑할 수 있다.

사실 진짜 목표는 “내가 예민하지 않은 하루”...라고 쓰고 싶지만, 그렇게 적으면 뭔가 남편이 너무 기뻐할 것 같아서 말은 아껴두기로 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남편과 함께 새해 목표를 공유하기로 했다.


우리 부부의 신년 목표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건강, 그리고 활기.

둘이 함께 더 오래 걷고, 더 자주 웃고, 더 사소한 일에 감사할 수 있는 삶을 위해서.


나의 26년의 목표는 건강과 활기.

우리 부부의 신년 목표도 역시 건강과 활기.

그리고 그 모든 순간마다,

조금씩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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