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토요일 저녁
토요일 저녁의 공기는 평일과는 사뭇 다르다.
한 주간의 긴장이 느슨하게 풀리고, 무언가 특별한 일을 도모해도 좋을 것 같은 여유가 흐른다.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외식을 위해 집을 나섰다.
메뉴는 고민 끝에 '회전초밥'으로 정해졌다.
요즘은 화려한 초밥 뷔페가 지천에 널렸지만,
가끔은 그 빙글빙글 돌아가는 레일 위를 지나가는 초밥을 집어 먹고 싶은 날이 있는 법이다.
회전초밥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특유의 활기가 우리를 반긴다.
활기찬 인사와 함께 규칙적으로 달칵거리며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그 위에 줄지어 앉아 있는 알록달록한 접시들은 마치 귀여운 기차처럼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누구에게 선택받을지 모르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연습생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와 남편에게 회전초밥은 일종의 '타임머신'이다.
우리가 연애하던 시절, 혹은 사회 초년생이었을 때 회전초밥은 꽤나 세련된 외식의 대명사였다.
접시 색깔에 따라 달라지는 가격표를 슬쩍 확인하며, "이건 빨간색이니까 조금 비싸네?"라고 속삭이던 풋풋한 기억이 레일 위에 얹혀 지나간다.
반면 아들에게 이곳은 '미식의 테마파크'다.
눈앞에서 음식이 살아 움직이듯 지나가는 광경은 아들에게 여전히 신기한 경험이다.
어떤 접시를 낚아챌지 고민하며 레일을 응시하는 아들의 눈빛은 마치 사냥을 앞둔 꼬마 사자처럼 진지하다.
우리 세 식구의 식성은 레일 위에서 극명하게 갈린다.
먼저 남편은 자칭 '미식 탐험가'다.
그는 편식을 모른다. 흰 살 생선부터 시작해 장어, 육회, 심지어는 마지막 디저트로 나오는 조각 케이크까지 거침이 없다.
"이건 새로 나온 건가 봐"라며 모험을 즐기는 그의 접시 쌓기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
그의 앞에는 금세 알록달록한 무지개색 접시 탑이 세워진다.
아들은 지독한 '해바라기형'이다. 그의 타겟은 오로지 광어와 새우다.
투명한 광어 속살의 쫄깃함과 익힌 새우의 달콤함이면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을 짓는다.
멀리서 아들이 점찍어둔 새우 접시가 다가오면, 아들의 몸은 점점 레일 쪽으로 기울어진다.
마치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레이서처럼 긴장감이 흐른다.
"지금이야!"라는 신호와 함께 접시를 낚아채는 아들의 손길엔 환희가 서려 있다.
나는 조금 독특한 취향을 고수한다.
생선 본연의 맛도 좋지만, 톡 톡 터지는 날치알이나 아삭한 양파, 그리고 크리미한 드레싱이 듬뿍 올라간 샐러드 롤이 나의 원픽이다.
셰프가 정성껏 말아 올린 롤 위에 소스가 예술적으로 뿌려진 접시를 보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한입 가득 넣었을 때 느껴지는 복합적인 풍미는 토요일 저녁의 보상으로 충분하다.
쿠우쿠우 같은 초밥 뷔페는 풍요롭다.
접시를 들고 전장을 누비듯 음식을 담아오면 배는 금방 부르다.
하지만 회전초밥에는 뷔페가 줄 수 없는 '기다림의 미학'이 있다.
원하는 초밥이 내 앞까지 오기를 기다리는 찰나의 시간 동안, 우리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아빠, 학교에서 말이야..." "오빠, 저번 그 학원은 어떻게 됐어?"
접시가 한 바퀴 돌아오는 속도만큼이나 우리의 대화도 느긋하게 흐른다.
다음 접시를 고르느라 눈은 레일을 향해 있지만,
귀는 서로의 목소리에 머문다.
맛있는 것을 함께 기다린다는 것은, 어쩌면 사랑의 또 다른 형태일지도 모른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테이블 위에는 세 개의 '접시 탑'이 우뚝 솟아 있다.
누구의 탑이 더 높은지 유치하게 따져보기도 하고, 비싼 접시를 몇 개나 먹었는지 가늠해보며 짐짓 놀란 척을 하기도 한다.
이 접시 탑은 단순히 먹은 양을 증명하는 게 아니라, 오늘 우리 가족이 함께 나눈 웃음과 포만감의 높이다.
계산을 하는 남편의 뒷모습이 듬직하다.
(물론 계산하는 손은 조금 떨릴지도 모르겠다.)
가게를 나서며 아들이 말한다. "엄마, 다음에도 또 오자! 나 다음엔 새우 10접시 먹을 거야!"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은 초밥만이 아니었다.
우리 가족의 일상도, 사랑도, 그리고 소중한 기억들도 그렇게 기분 좋게 선순환하며 돌아가고 있었다.
배는 부르고 마음은 따뜻한, 참으로 완벽한 토요일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