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들리는 악마의 비명 : 폭탄보다 더 치명적인 '소리'라는 무기
Sound Essay No.71
제2차 세계대전 초기, 유럽 전선의 연합군 병사들에게 가장 공포스러운 존재는 육중한 티거(Tiger) 전차나 보이지 않는 저격수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하늘에서 수직으로 내리꽂히며 들려오는, 마치 지옥의 악마가 울부짖는 듯한 날카롭고 섬뜩한 '비명 소리'였습니다.
독일 공군(Luftwaffe)의 급강하 폭격기, 'Ju 87 슈투카(Stuka)'. 이 비행기가 목표물을 향해 기수를 90도로 꺾고 급강하를 시작하면, 전장은 순식간에 "위이이이이잉-!!" 하는 찢어질 듯한 금속성 굉음으로 뒤덮였습니다.
이 소리를 듣는 순간, 참호 속에 있던 병사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습니다. 폭탄이 어디에 떨어질지 모른다는 공포, 그리고 그 소리가 점점 나에게 다가온다는 압박감 때문에 이성을 잃고 참호 밖으로 뛰쳐나가거나, 총을 버리고 귀를 막은 채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심지어 폭격이 끝난 후에도 그 환청에 시달려 정신 착란을 일으키는 병사들이 속출했습니다.
이 소리의 정체는 엔진 소음이 아니었습니다. 나치 독일이 적군의 멘탈을 파괴하기 위해 일부러 장착한 기계식 사이렌, 일명 '제리코의 트럼펫(Jericho Trumpet)'이었습니다.
사운드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장치는 매우 기이하고 비효율적인 설계입니다.
슈투카의 양쪽 랜딩 기어(바퀴) 덮개 앞부분에는 작은 프로펠러가 달려 있었습니다. 비행기가 급강하하여 시속 600km에 육박하는 속도를 낼 때, 공기의 힘(풍력)으로 이 프로펠러가 고속 회전하며 사이렌을 울리는 원시적인 방식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장치가 비행 성능에 치명적인 방해가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프로펠러가 만드는 공기 저항 때문에 비행기의 최고 속도는 약 20~30km/h나 줄어들었습니다. 공중전에서 속도는 생명과도 같습니다. 적기에게 격추될 확률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히틀러와 독일 공군 수뇌부는 이 장치의 장착을 고집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적을 죽이는 것(Killing)이 아니라, 적의 '전의를 상실시키고 정신을 파괴(Breaking the will)'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폭탄이 떨어져 터지는 것은 찰나의 순간이지만, 급강하하는 수십 초 동안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는 병사들의 뇌를 지속적인 공포로 마비시킵니다. 나치는 소리가 가진 심리적 타격력이 물리적 폭발력보다 훨씬 가성비 좋은 무기임을 간파했던, 역사상 가장 악랄한 '사운드 디자이너'였습니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이 사이렌 소리에 본능적으로 몸이 굳어버리는 공포를 느낄까요? 여기에는 진화 심리학적인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글리산도(Glissando)와 도플러 효과 : 일반적인 기계 소음은 일정한 톤(Tone)을 유지합니다. 하지만 슈투카의 소리는 급강하 속도에 비례해 프로펠러 회전수가 빨라지면서 음정(Pitch)이 급격하게 상승합니다. 그리고 폭탄을 투하하고 기수를 올려 상승할 때, 도플러 효과에 의해 음정이 다시 급격하게 낮아집니다. 이렇게 '음정이 롤러코스터처럼 변하는 소리(Non-linear sound)'는 인간의 뇌, 그중에서도 공포를 관장하는 편도체(Amygdala)를 가장 강하게 자극합니다.
포식자의 모방 : 자연계에서 이런 소리를 내는 것은 맹수뿐입니다. 사자나 호랑이가 사냥감을 덮치기 직전에 내는 포효, 혹은 맹금류가 낚아챌 때 내는 비명 소리와 주파수 대역이 유사합니다. 인간의 DNA에는 "이 소리가 들리면 죽는다"라는 원시적인 경고등이 켜지게 되어 있습니다.
'제리코의 트럼펫'이라는 이름 또한 구약 성경에서 여호수아가 나팔을 불어 난공불락의 '여리고 성'을 무너뜨렸다는 일화에서 따온 것입니다. 물리적인 대포가 아니라, '소리'만으로 적의 마음의 벽을 무너뜨리겠다는 섬뜩한 의도가 이름에서부터 드러납니다.
전쟁 후반기, 연합군이 제공권을 장악하고 느려터진 슈투카가 '날아다니는 표적'이 되면서, 독일군은 결국 생존을 위해 이 사이렌을 제거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악마의 나팔 소리가 남긴 유산은 현대 사회 곳곳에, 특히 대중문화 속에 깊이 박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영화 <스타워즈>입니다. 제국군의 전투기 '타이 파이터(TIE Fighter)'가 날아갈 때 나는 "크아아앙-" 하는 독특한 비행 소리를 기억하시나요? 스타워즈의 사운드 디자이너 벤 버트(Ben Burtt)는 이 소리를 만들 때 코끼리의 비명 소리와 자동차가 젖은 도로를 달리는 소리를 섞었는데, 그 영감의 원천이 바로 슈투카의 사이렌이었습니다.
또한, <고질라> 같은 괴수 영화나 재난 영화에서 비행기가 추락할 때 나는 효과음은 거의 100% 슈투카의 사이렌 소리를 샘플링해서 사용합니다. 현대 관객들에게도 "하늘에서 무언가 덮쳐오는 공포"를 표현하는 데 이보다 더 완벽한 청각적 레퍼런스(Reference)는 없기 때문입니다.
슈투카의 제리코 트럼펫은 우리에게 사운드 디자인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역사적 사례입니다.
소리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거나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적 수단을 넘어, 인간의 가장 깊은 무의식을 타격하고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칼'이 될 수 있습니다. 히틀러는 그 힘을 혐오와 공포를 확산시키는 데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그 원리를 다르게 사용합니다. 경찰차와 앰뷸런스의 사이렌이 "위~잉, 위~잉" 하며 음정을 바꾸는 이유도 슈투카와 똑같이 인간의 주의를 가장 빠르게 끌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그 목적이 '살상'에서 '구조'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소리의 힘 자체는 가치 중립적입니다. 그것을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무기로 쓸 것인가, 아니면 위험을 알리고 생명을 구하는 도구로 쓸 것인가. 그것은 오직 그 소리를 설계하는 '사운드 디자이너의 윤리'에 달려 있습니다. 당신이 만드는 소리는 누군가에게 공포인가요, 아니면 구원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