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송에서 '페이드 아웃(Fadeout)'이 사라진 이유

여운을 삭제한 시대, '스킵(Skip)' 방지 버튼과 무한 루프의 경제학

by JUNSE

Sound Essay No.72

팝송에서 '페이드 아웃(Fade-out)'이 사라진 이유

여운을 삭제한 시대 : '스킵(Skip)' 방지 버튼과 무한 루프의 경제학


1. "Hey Jude"와 "Hotel California"의 공통점

출처 : 나무위키

올드 팝이나 8090 가요를 떠올려 봅시다. 비틀즈의 <Hey Jude> 후반부 "Na~ na~ na~" 떼창은 무려 4분 가까이 이어지며 서서히 소리가 작아집니다. 이글스의 <Hotel California> 역시 화려한 기타 솔로가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울려 퍼지며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듯 끝납니다.


이것이 바로 '페이드 아웃(Fade-out)' 기법입니다. 녹음 기술이 발전하면서 엔지니어들은 노래를 인위적으로 점점 작게 만들어, 마치 밴드가 저 멀리 떠나면서도 연주는 계속하는 듯한 낭만적인 여운을 남겼습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빌보드 1위 곡의 거의 100%가 이 방식을 택했죠.


하지만 2020년대의 차트를 들어보세요. 빌리 아일리시, 뉴진스,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들은 다릅니다. 노래가 절정으로 치닫다가 갑자기 "툭" 하고 끊기거나, 딱 떨어지는 정박자에 악기들이 일제히 멈추며 끝납니다. 이를 '콜드 엔드(Cold End)'라고 부릅니다.


왜 현대 음악가들은 이 아름다운 여운을 포기하고, 냉정한 단절을 선택했을까요? 단순히 유행이 변해서일까요? 아닙니다. 여기에는 '돈''알고리즘'이라는 아주 현실적인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2. 범인은 '스킵(Skip)' 버튼이다 : 낭만보다 중요한 완청률

출처 : www.quantamagazine.org

가장 큰 원인은 음악을 듣는 매체가 'LP/CD'에서 '스트리밍(Spotify, Apple Music, Melon)'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과거 LP나 CD 시절에는 노래를 건너뛰려면 바늘을 옮기거나 버튼을 여러 번 눌러야 했습니다. 귀찮아서라도 끝까지 들었죠. 하지만 지금은 엄지손가락 하나로 1초 만에 다음 곡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 결과, 현대의 청취자들은 노래가 끝나갈 때 소리가 작아지기 시작하면(Fade-out), "아, 이 노래 다 들었네"라고 판단하고 즉시 '스킵(Skip)' 버튼을 누릅니다. 볼륨이 줄어드는 그 5~10초의 시간을 참지 못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스트리밍 플랫폼의 알고리즘입니다.


스킵은 곧 벌점 : 청취자가 노래를 끝까지 듣지 않고 넘기면, 알고리즘은 "이 노래는 지루하구나", "만족도가 낮구나"라고 판단하여 추천 리스트에서 제외해 버립니다.


완청률(Completion Rate)의 중요성 : 뮤지션과 기획사 입장에서 노래가 차트에 오래 살아남으려면 '완청률'을 높여야 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청취자가 딴생각을 하거나 스킵 버튼을 누를 틈을 주지 않기 위해, 노래가 끝나는 0.1초까지 에너지를 꽉 채우고(Full Volume) 갑자기 끝내버리는 전략을 취하게 된 것입니다. 여운을 즐길 시간조차 아까운 '초스피드 소비 시대'의 단면입니다.



3. 무한 루프(Infinite Loop)를 위한 설계


또 다른 이유는 '반복 청취'를 유도하기 위해서입니다. 요즘 노래들은 3분 미만, 심지어 2분대로 짧아지는 추세입니다. 틱톡(TikTok)이나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세대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짧은 노래를 여러 번 반복해서 듣게 하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콜드 엔드'는 노래가 끝나자마자 다음 곡(혹은 같은 곡)의 시작 부분으로 매끄럽게 이어지기에 유리합니다.


페이드 아웃 : 소리가 작아졌다가 다시 다음 곡의 인트로가 커지면, 그 사이에 '에너지의 공백(Silence)'이 생겨 흐름이 끊깁니다.


콜드 엔드 : 뚝 끊기자마자 다시 "쿵!" 하고 비트가 시작되면, 청취자는 롤러코스터가 멈추지 않고 다시 출발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런 구조는 청취자가 자신이 같은 노래를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르게 만드는 '순환 구조(Circular Structure)'를 만듭니다. 노래 한 곡이 하나의 완결된 작품이 아니라, 무한히 반복되는 BGM이나 틱톡 배경음악처럼 소비되는 것이죠.



4. 사라진 것은 소리가 아니라 '상상력'이다

사진: Unsplash의 Ayoub Dahrouch

음악 평론가들은 페이드 아웃의 실종을 두고 "음악이 '미스터리'를 잃었다"고 표현합니다.


페이드 아웃은 청취자에게 상상력을 선물했습니다. 소리가 점점 작아져서 들리지 않게 되어도, 우리 머릿속에서는 그 밴드가 지평선 너머 어딘가에서 영원히 연주를 계속하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음악이 끝나지 않고 영원 속으로 확장되는 것이죠.


반면, 콜드 엔드는 명확합니다. "여기까지가 상품입니다. 소비가 끝났으니 다음 상품을 소비하세요." 이것은 음악을 명확한 규격과 러닝타임을 가진 '디지털 콘텐츠'로 바라보는 현대의 시선을 반영합니다.



5. 음악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

사진: Unsplash의 Man Wong

물론 콜드 엔드가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임팩트 있으며, 라이브 공연을 보는 듯한 현장감을 줍니다. 하지만 가끔은 옛날 노래들의 그 길고 지루했던 페이드 아웃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급하게 다음 곡으로 넘어갈 필요 없이, 점점 희미해지는 멜로디를 따라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던 그 10초의 여유. 그것은 단순히 볼륨이 줄어드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방금 들은 감동을 마음에 정리해서 넣을 수 있었던 '마침표의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당신의 플레이리스트에는 여운이 남아 있나요, 아니면 다음 곡을 향한 조급함만이 남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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