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라포바의 비명은 쇼맨십이 아니다
Sound Essay No.73
테니스 중계를 보다 보면 가끔 볼륨을 줄여야 할 때가 있습니다. 선수들이 공을 칠 때마다 내지르는 엄청난 기합 소리 때문입니다. 특히 '괴성 여왕'이라 불렸던 마리아 샤라포바의 기합 소리는 최대 101.2dB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기톱이 돌아가는 소리나 헬리콥터 소음과 맞먹는 수치입니다.
많은 관중들과 상대 선수들은 이것을 불쾌해합니다. "집중을 방해하는 비매너 플레이"라며 규제를 요구하기도 했죠. 실제로 '방해 행위(Hindrance)'로 간주되어 벌점을 받은 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억울해합니다. "일부러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니라, 힘을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오는 소리"라는 것이죠. 과학자들은 선수들의 편을 들어줍니다. 이 괴성에는 놀라운 운동 역학적 비밀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역도 선수가 무거운 바벨을 들어 올릴 때, 투포환 선수가 공을 던질 때를 생각해보세요.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흡!" 하고 숨을 멈추거나 거친 소리를 내뱉습니다.
우리 몸의 근육은 중심부인 '코어(Core)'가 단단하게 고정되어야 팔다리로 강한 힘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괴성의 원리: 임팩트 순간에 강하게 숨을 내뱉으며 소리를 지르면, 횡격막과 복근이 순간적으로 강하게 수축합니다. 이때 복강 내 압력이 높아지면서 척추와 코어가 단단하게 안정화됩니다. 이것이 바로 '발살바 효과'의 응용입니다.
실제로 텍사스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합 소리를 지르며 공을 쳤을 때가 조용히 쳤을 때보다 서브 속도가 약 4~5% 증가했고, 그라운드 스트로크의 힘은 무려 10~20%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즉, 샤라포바의 괴성은 단순한 쇼맨십이 아니라, 자신의 신체 능력을 120% 끌어올리기 위한 '소리로 된 부스터'였던 셈입니다.
하지만 사운드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더 흥미로운 것은, 이 괴성이 상대방의 '귀'를 교란시키는 전술적 무기라는 점입니다.
테니스는 0.1초 만에 승부가 갈리는 초고속 스포츠입니다. 노련한 선수들은 공이 라켓에 맞는 순간의 '타구음(Impact Sound)'을 듣고 공의 구질을 판단합니다.
맑고 경쾌한 '팡' 소리 : 정타(Sweet spot)에 맞았으며, 속도가 빠르고 회전이 적은 플랫성 타구다.
둔탁한 '퍽' 소리 : 빗맞았거나, 회전이 많이 걸린 탑스핀 타구다.
이 청각 정보는 시각 정보보다 뇌에 더 빠르게 도달하여 반응 속도를 높여줍니다. 그런데 공격하는 선수가 공을 치는 순간 "으아악!" 하고 큰 소리를 지르면 어떻게 될까요?
괴성이 타구음을 덮어버리는 '마스킹 효과(Masking Effect)'가 발생합니다. 상대 선수는 타구음을 듣지 못해 공의 회전이나 속도를 예측할 중요한 단서를 잃게 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괴성이 섞일 경우 상대방의 반응 속도가 약 30ms(0.03초) 정도 느려지고, 공의 낙하 지점 예측 정확도도 떨어진다고 합니다.
즉, 괴성은 물리적 파워를 높여주는 동시에, 상대의 정보 수집을 방해하는 '청각적 위장(Audio Camouflage)' 기술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소리는 '타이밍'을 잡아줍니다. 테니스는 리듬 싸움입니다. 공이 날아오는 순간 들이마시고(Inhale), 치는 순간 내뱉는(Exhale) 호흡의 리듬이 깨지면 에러가 나옵니다. 일정한 톤과 길이로 기합을 넣는 것은, 자신의 호흡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임팩트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추기 위한 메트로놈 역할을 합니다.
테니스 코트 위에서 울려 퍼지는 거친 숨소리와 괴성. 누군가에게는 소음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 그것은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몸부림치는 소리입니다.
코어 근육을 쥐어짜고, 폐 속의 공기를 전부 태워 보내며 공에 모든 에너지를 싣는 순간 터져 나오는 '에너지의 폭발음'. 그 소리가 클수록, 선수가 쏟아붓는 열정의 밀도도 높다는 증거일지 모릅니다. 오늘부터 테니스 경기를 볼 때는 선수들의 비명을 짜증이 아닌, 그들의 '전투력 측정기'로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