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가 만든 청각의 장벽을 무기로 쓰다
Sound Essay No.88
2005년, 영국 웨일스의 한 상점 주인은 가게 앞에서 밤마다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는 10대 청소년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습니다. 경찰을 불러도 그때뿐이었죠. 고심 끝에 그는 '모스키토(Mosquito)'라는 특수 음향 장치를 설치했습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습니다. 스위치를 켜자 가게 앞에 모여 있던 아이들이 갑자기 인상을 찌푸리며 귀를 막더니, "아, 무슨 소리야! 머리 아파!"라고 소리치며 하나둘 자리를 떴습니다. 놀라운 건, 그 옆을 지나가던 30~40대 어른들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무슨 소리가 난다는 거야?"라며 어리둥절해했죠. 이 장치는 오직 25세 미만의 젊은 뇌만 타격하는 '청각적 결계'였던 것입니다.
이 마법 같은 현상의 비밀은 인간의 '청각 노화(Presbycusis)'에 있습니다.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범위(가청 주파수)는 이론적으로 20Hz에서 20,000Hz까지입니다. 하지만 이 능력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퇴화하기 시작합니다.
달팽이관 입구에 있는 청각 유모세포 중 고주파(고음)를 감지하는 세포들은 가장 먼저 손상되고 죽어갑니다.
10대: 17,000~20,000Hz의 초고주파를 선명하게 듣습니다.
20대 중반 이후: 16,000Hz 이상을 듣는 능력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40~50대: 14,000Hz 이상의 소리는 거의 듣지 못합니다.
'모스키토' 장치는 바로 이 점을 악용하여, 성인은 못 듣지만 10대에게는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소리처럼 끔찍하게 들리는 17,400Hz 대역의 강력한 고주파를 쏘아대는 것입니다. 모기(Mosquito)가 귓가에서 앵앵거리는 것 같은 고통을 준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진화합니다. 어른들이 자신들을 쫓아내기 위해 만든 이 소리를, 10대들이 역이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바로 '틴 버즈(Teen Buzz)'라는 스마트폰 벨소리입니다.
학교 수업 시간에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면 선생님에게 들키고 혼납니다. 하지만 이 17,000Hz짜리 고주파 벨소리를 다운받아 쓰면 어떻게 될까요? 교실 안의 학생들끼리는 "야, 전화 왔다"라며 서로 킥킥거리고 문자를 주고받지만, 교탁 앞에 선 40대 선생님은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 채 수업을 계속합니다.
어른들이 만든 '차별의 무기'가,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의 감시를 피하는 '비밀 통신 수단'으로 둔갑한 셈입니다.
모스키토 장치는 전 세계적으로 수천 대가 팔리며 인기를 끌었지만, 곧바로 거센 윤리적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단지 그 나이대라는 이유만으로 고통을 주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인권 문제입니다.
가게 앞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은 평범한 학생이나, 부모님 손을 잡고 온 아기들까지도 이 끔찍한 소음 공격을 받아야 합니다. 실제로 자폐증이 있는 아동이 이 소리를 듣고 패닉에 빠져 발작을 일으킨 사례도 보고되었습니다.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는 이 장치를 "청소년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자 신체적 고문"이라고 규정하고 판매 금지를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17,000Hz 소리가 궁금해서 유튜브에서 찾아 들어보시는 분이 계실 겁니다. 만약 아무 소리도 안 들리신다면 슬퍼하지 마세요.(또는 스피커가 좋지않기 때문에 잘 알들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귀가 늙어서가 아니라,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워진 것이니까요.
어쩌면 나이가 든다는 것은, 예민했던 감각들이 무뎌지면서 세상의 날카로운 비명들을 흘려보낼 수 있는 '평화'를 얻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10대들의 그 예민한 귀는, 세상의 모든 자극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겠죠.
모스키토 논란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소리는 소통의 도구여야 할까요, 아니면 세대 간의 벽을 쌓는 무기여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