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 피라미드에서 박수를 치면 새소리가 난다?

돌계단이 만든 음향의 마법

by JUNSE

Sound Essay No.91

마야 피라미드에서 박수를 치면 새소리가 난다?

돌계단이 만든 음향의 마법 : 고대 마야인들이 '케찰(Quetzal)' 새를 소환한 방식

사진 : Unsplash의 Cody McLain

1. 돌이 우는 소리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위치한 마야 문명의 유적지 '치첸이사(Chichen Itza)'. 그중에서도 중앙에 우뚝 솟은 '엘 카스티요(El Castillo, 쿠쿨칸의 신전)' 피라미드는 세계적인 관광 명소입니다.


이곳에 가면 관광객들이 피라미드 정면 계단 아래에 서서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박수를 치는 기이한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짝!" 하고 박수를 치면,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는 소리는 전혀 딴판입니다.


"삐유우~ (Pee-yoo)"


마치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같기도 하고, 어떤 새가 길게 우는 소리 같기도 한 이 기묘한 고음의 반사음. 고고학자들은 이 소리가 마야인들이 신성시했던 '케찰(Quetzal)'이라는 새의 울음소리와 100%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2. 계단이 만든 소리의 왜곡: 회절과 시차


어떻게 딱딱한 돌벽이 박수 소리를 새소리로 변조(Modulation) 시킬 수 있을까요? 비밀은 피라미드의 '계단 구조'에 있습니다.


엘 카스티요 피라미드는 91개의 가파르고 좁은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아래에서 박수를 치면 음파가 날아가 계단에 부딪힙니다. 이때 모든 계단에 동시에 부딪히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낮은 계단에 먼저 부딪히고, 그다음 계단, 또 그다음 계단 순으로 아주 미세한 시차(Time Delay)를 두고 순차적으로 부딪혀 돌아옵니다.


- 음향학적 원리 : 각 계단 모서리에서 반사된 수백 개의 짧은 파동들이 합쳐지면서(Interference), 원래의 박수 소리(충격음)는 사라지고, 특정 주파수를 가진 '톤(Tone)'이 생성됩니다.

계단의 높이와 깊이가 소리의 파장과 맞물려 고음역대를 강조하고, 소리가 위로 올라갈수록 반사각이 달라지며 음의 높낮이가 미끄러지듯 변하는 '처프(Chirp)'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것이 우리 귀에는 "삐유~" 하는 새소리처럼 들리는 것입니다. 현대 음향학에서는 이를 '브래그 산란(Bragg Scattering)' 효과라고 부릅니다.



3. 우연인가, 설계인가?

사진 : Unsplash의 Joël de Vriend

처음에는 학자들도 "우연히 계단을 쌓다 보니 생긴 현상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연구가 거듭될수록 이것은 '치밀한 설계'였다는 증거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 케찰(Quetzal)의 신성함 : 케찰은 마야 신화에서 '신들의 메신저'로 통하는 꼬리가 긴 아름다운 새입니다. 마야의 왕들은 이 새의 깃털로 왕관을 만들었습니다. 즉, 신전 앞에서 박수를 쳐서 케찰의 소리를 낸다는 것은, "우리가 신에게 기도를 올리고 있다"는 것을 청각적으로 증명하는 의식이었습니다.


- 비의 신(Rain God)을 부르는 소리 : 피라미드를 오르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는 마치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처럼 들리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 지역은 가뭄이 잦았기에, 비를 부르는 의식(기우제)을 행할 때 시각(피라미드)과 청각(새소리, 빗소리)을 모두 동원해 신을 설득하려 했던 것입니다.


4. 뱀의 그림자와 새의 소리

사진 : Unsplash의 Malek Bee

엘 카스티요 피라미드는 시각적으로도 완벽한 계산 하에 지어졌습니다. 춘분과 추분이 되면 태양의 그림자가 계단을 타고 내려와 거대한 '뱀(쿠쿨칸신)'이 꿈틀거리는 형상을 만들어냅니다.


시각적으로는 땅의 신인 '뱀'이 나타나고, 청각적으로는 하늘의 메신저인 '새(케찰)'의 소리가 울려 퍼지는간. 마야인들에게 이 피라미드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천상과 지상을 연결하는 거대한 ‘멀티미디어 장치'였던 셈입니다.



5. 건축은 악기였다


현대의 건축은 '눈(Visual)'을 즐겁게 하는 데 집중합니다. 하지만 고대의 건축은 눈과 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공감각적인 예술이었습니다.


마야의 사제들은 1,000년 전, 마이크도 스피커도 없는 정글 한복판에서 오직 돌과 수학만으로 신의 목소리를 합성해냈습니다. 그들이 박수를 칠 때마다 허공에서 울려 퍼졌던 그 신비로운 새소리는, 신앙심을 고취시키는 가장 강력한 '음향 효과(SFX)'였을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스마트폰 앱으로 새소리를 듣지만, 그들은 집 채 만 한 돌산을 악기로 연주해 새를 불렀습니다. 어느 쪽이 더 낭만적이고 위대한 기술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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