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와 아르곤 연구소가 증명한 '음향 부양'
Sound Essay No.98
테이블 위에 놓인 물방울이나 작은 구슬이 손 하나 대지 않았는데 스르르 공중으로 떠오릅니다. 심지어 허공에 멈춘 채 빙글빙글 돌기도 합니다. SF 영화나 마술 쇼에서 볼 법한 이 장면은 현재 옥스퍼드 대학이나 NASA의 실험실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우리는 소리를 고막을 울리는 '진동'이나 '정보'로만 인식합니다. 하지만 물리학적으로 소리는 공기 분자를 밀어내는 물리적인 힘, 즉 '복사압(Radiation Pressure)'을 가지고 있습니다. 19세기 물리학자 로드 레이리(Lord Rayleigh)가 정립했듯, 소리의 압력을 정교하게 제어하면 중력을 이기고 물체를 들어 올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것이 바로 '음향 부양(Acoustic Levitation)' 기술입니다.
소리로 물체를 잡으려면 스피커 하나로는 부족합니다. 위아래, 혹은 양옆에서 마주 보는 두 개의 스피커가 필요합니다.
- 파동의 충돌 : 마주 보는 스피커에서 똑같은 주파수의 초음파를 정면으로 쏘아 보냅니다.
- 정상파 형성 : 두 파동이 부딪치면 서로 간섭을 일으키며, 마치 제자리에 멈춰 서 있는 듯한 파동인 '정상파(Standing Wave)'가 만들어집니다.
- 마디(Node)에 가두기 : 이때 파동의 압력이 가장 센 부분(배)과, 압력이 '0'에 가까워 고요한 부분(마디)이 생깁니다.
물체는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밀려나는 성질이 있습니다. 위아래의 강력한 음파 압력이 샌드위치처럼 물체를 누르면, 물체는 압력이 가장 낮은 '마디(Node)'라는 안전지대에 갇혀 공중에 뜨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소리의 집게로 물체를 집어 올린 셈입니다.
"신기하긴 한데, 이걸 어디에 쓰나요?"
이 기술이 가장 절실한 곳은 최첨단 제약(Pharmaceutical) 분야입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아르곤 국립연구소(Argonne National Laboratory)의 크리스 베너모어(Chris Benmore) 박사 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무용기 처리(Containerless Processing)' 공정을 개발했습니다.
약물을 비커나 유리관에 담으면 용기 벽면에 닿아 불순물이 섞이거나 원치 않는 결정(Crystal)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리로 약물을 공중에 띄운 상태에서 화학 반응을 일으키면, 그 어떤 물질과도 접촉하지 않은 초고순도의 비결정질(Amorphous) 약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체내 흡수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줍니다.
단순히 띄우는 것을 넘어, 영화 <스타트렉>처럼 물체를 마음대로 이동시키는 기술도 개발되었습니다.
2015년, 영국 브리스톨 대학의 아시에르 마르조(Asier Marzo) 박사 팀은 과학 저널 <Nature Communications>에 '소닉 트랙터 빔(Sonic Tractor Beam)' 기술을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초음파 스피커를 특정한 배열로 배치하여, 공중에 띄운 스티로폼 입자를 잡아서 당기거나, 밀어내거나, 회전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손대지 않고도 정교한 조립이나 조작이 가능함을 증명한 것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소리의 크기(음압)를 엄청나게 키우면 사람도 띄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물리학 계산에 따르면 성인 남성을 띄우기 위해서는 약 160dB 이상의 음압이 필요합니다. 이는 제트기 엔진 바로 옆에 있는 것보다 큰 소리입니다.
이 정도의 음압 환경에 사람이 노출되면:
고막이 즉시 파열되어 영구적으로 청력을 상실합니다.
소리 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면서 신체 조직에 심각한 화상을 입거나 내부 장기가 손상될 수 있습니다. 즉, 뜰 수는 있겠지만 살아있는 상태로 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과거의 소리는 듣고 즐기는 '예술'의 영역이었습니다. 하지만 현대 과학에서 소리는 물체를 만지고, 옮기고, 합성하는 강력한 '물리적 도구(Tool)'로 진화했습니다.
오염되면 안 되는 귀한 약물을 제조하거나, 미세한 반도체 부품을 조립하는 미래의 공장. 그곳에서는 로봇 팔이나 크레인 대신, 웅장한 스피커들이 보이지 않는 손을 뻗어 물건을 나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소리는 이제 듣는 것을 넘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