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의 북소리와 테크노의 BPM

엑스터시를 향한 질주

by JUNSE

Sound Essay No.113

샤먼의 북소리와 테크노의 BPM : 엑스터시를 향한 질주

뇌파 동조화(Entrainment)와 집합적 열광 : 우리는 왜 반복되는 비트에 영혼을 맡기는가

image.png 출처 : mongolianstore.com

1. 시베리아의 벌판과 베를린의 지하실


여기, 시공간이 전혀 다른 두 개의 장면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기원전 3000년, 시베리아의 춥고 황량한 벌판입니다. 순록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은 샤먼(Shaman)이 모닥불 앞에서 북을 두드립니다. "둥-둥-둥-둥." 단조롭고 빠른 박자가 몇 시간째 이어집니다. 부족원들은 그 소리에 맞춰 발을 구르며 무아지경에 빠져듭니다.


두 번째는 2024년, 독일 베를린의 어두컴컴한 지하 클럽입니다. 선글라스를 낀 DJ가 믹서의 노브를 돌립니다. "쿵-쿵-쿵-쿵." 거대한 스피커에서 130 BPM(분당 박자 수)의 전자음이 터져 나옵니다. 수백 명의 젊은이가 말 한마디 없이 그 비트에 맞춰 밤새도록 몸을 흔듭니다.


겉보기에 이 두 장면은 완전히 달라 보입니다. 하나는 신성한 종교 의식이고, 하나는 퇴폐적인 유흥 문화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인류학자와 뇌과학자들은 "이 둘은 본질적으로 완전히 똑같은 행위"라고 말합니다. 도구만 '가죽북'에서 '신디사이저'로 바뀌었을 뿐, 인간은 수천 년 동안 똑같은 소리를 통해 똑같은 정신 상태에 도달하려 노력해 왔습니다. 바로 '트랜스(Trance)''엑스터시(Ecstasy)'입니다.



2. 반복의 미학 : 지루함이 아니라 마법이다


현대 대중음악(Pop)은 '기승전결'이 있습니다. 절정(Hook)이 있고 휴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샤먼의 음악과 테크노 음악의 공통점은 지독한 '반복(Repetition)'입니다. 멜로디는 거의 없고, 특정한 리듬 패턴이 끝도 없이 되풀이됩니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반복은 '지루함'입니다. 하지만 종교적, 제의적 관점에서 반복은 '의식의 변성(Altered State of Consciousness)'을 유도하는 가장 강력한 기술입니다.


뇌는 새로운 자극이 들어오면 정보를 분석하느라 바쁘게 움직입니다. 하지만 똑같은 자극이 10분, 20분 계속되면 뇌는 분석을 포기합니다. 이성의 스위치를 끄고, 감각의 문을 활짝 엽니다. 이때부터 소리는 '듣는 대상'이 아니라, 몸을 뚫고 지나가는 '물리적 파동'이 됩니다. 반복은 뇌의 방어벽(자아)을 허무는 망치질인 셈입니다.



3. 뇌파 동조화 : 세타파(Theta Wave)로의 여행

image.png 출처 : www.diygenius.com

이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이 '동조화(Entrainment)' 혹은 '구동(Driving)' 이론입니다. 외부에서 강력하고 규칙적인 리듬이 들려오면, 인간의 뇌파는 그 리듬의 속도에 강제로 맞춰지려는 성질이 있습니다.


샤먼들이 북을 두드리는 속도는 보통 초당 4~7회입니다. 이것을 BPM으로 환산하면 약 240~420 BPM 정도의 아주 빠른 쪼개짐, 혹은 그 절반인 120~140 BPM의 강한 비트와 일치합니다. 놀랍게도 이 초당 4~7회의 진동수는 인간의 뇌파 중 '세타파(Theta Wave, 4~8Hz)'의 대역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베타파 (일상) : 깨어 있을 때의 뇌파. 이성적이고 논리적임.


세타파 (트랜스 ): 깊은 명상이나 얕은 수면 상태, 혹은 꿈을 꿀 때 나오는 뇌파. 무의식과 창의성, 영적 체험의 영역.


샤먼의 북소리와 테크노의 비트는 뇌를 강제로 세타파 상태로 끌고 내려갑니다. 약물을 쓰지 않고도, 오직 소리만으로 인간을 '꿈꾸는 상태(Dreaming awake)'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 상태가 되면 시간 감각이 사라지고, 자아와 세계의 경계가 무너지는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4. 테크노 샤머니즘 (Techno-Shama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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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문화인류학자들은 현대의 DJ를 '디지털 샤먼(Digital Shaman)'이라고 부릅니다. 샤먼이 북소리의 강약을 조절하며 부족원들의 영혼을 천상계로 인도했듯이, DJ는 볼륨과 주파수(필터)를 조절하며 클러버들의 에너지를 통제합니다.


빌드업 (Build-up) :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에너지를 응축하는 과정.


드랍 (The Drop) : 응축된 에너지를 일시에 터뜨리는 순간.


'드랍'이 터지는 순간, 클럽 안의 군중은 동시에 환호성을 지르며 집단적인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이것은 고대 부족들이 접신(接神)하는 순간에 느꼈던 전율과 생물학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클럽은 현대의 '성소(Sanctuary)'이며, 춤은 신에게 바치는 '기도'입니다.



5. 뒤르켐의 집합적 열광 (Collective Effervescence)

image.png 출처 : www.bibliovault.org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Émile Durkheim)은 원시 종교를 연구하며 '집합적 열광(Collective Effervescence)'이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개인이 모여 공동의 의식을 치를 때 발생하는, 마치 전기가 통하는 듯한 강력한 정서적 흥분 상태를 말합니다.


현대 사회는 철저하게 '개인주의'로 파편화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낮 동안 각자의 모니터 앞에서 고립된 채 살아갑니다. 이 고독한 현대인들에게 '테크노 레이브(Rave)' 파티는 잃어버린 '부족적 유대감'을 회복하는 장소입니다.


어둠 속에서 옆 사람과 어깨를 부딪치며 똑같은 리듬을 공유할 때, "나는 혼자가 아니라 거대한 전체의 일부"라는 안도감을 느낍니다. 엑스터시(Ecstasy)의 어원은 그리스어 'Ekstasis'로, "자아의 밖으로 나가다(To stand outside oneself)"라는 뜻입니다. 즉, 음악을 통해 좁은 '나'라는 감옥을 탈출하여 '우리'가 되는 경험, 이것이 인류가 수천 년간 춤을 춰온 진짜 이유입니다.



6. 드러그(Drug)와 음악 : 위험한 공생


물론 이 과정에서 약물(LSD, MDMA 등)이 개입되기도 합니다. 고대 샤먼들이 환각 버섯을 먹었듯, 현대의 클러버들도 화학적 도움을 받곤 합니다. 하지만 뇌과학자들은 음악 자체가 이미 강력한 '청각적 마약'이라고 경고합니다.


강렬한 비트와 저음(Bass)이 몸을 때릴 때, 뇌에서는 도파민(쾌락)엔도르핀(진통)이 쏟아져 나옵니다. 120dB의 소음 속에서 밤새 춤을 춰도 피곤하지 않은 이유는, 뇌가 이미 천연 마약에 취해 통증을 차단했기 때문입니다. 음악은 뇌의 보상 회로를 해킹하는 가장 합법적이고 강력한 도구입니다.



7. 우리는 여전히 원시인이다

image.png 출처 : www.armadamusic.com

우리는 스마트폰을 쓰고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최첨단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뇌와 본능은 4만 년 전 동굴 속에 살던 원시인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우리는 불안할 때 심장 박동 소리(리듬)를 찾고, 외로울 때 무리와 함께 춤추고 싶어 하며, 현실의 고통을 잊기 위해 무아지경(Trance)을 갈구합니다. 주말 밤, 도심의 클럽에서 울려 퍼지는 쿵쿵거리는 베이스 소리를 단순한 소음으로 치부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콘크리트 정글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영혼의 해방을 위해 두드리는, 21세기의 북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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