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시계의 청각적 완벽함
Sound Essay No.119
스위스 쥐라 산맥의 작은 공방. 50년 경력의 시계공이 새로 조립한 기계식 시계를 귀에 가져갑니다. 눈을 감고, 숨을 죽이고, 오직 소리만 듣습니다.
째깍... 째깍... 째깍...
그는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세 번째 '깍' 소리가 0.01초 느립니다. 밸런스 휠의 균형이 완벽하지 않아요." 그는 시계를 다시 분해하고, 밸런스 휠의 무게를 조정합니다. 다시 조립하고, 다시 귀에 갖다 댑니다.
째깍. 째깍. 째깍.
이번에는 미소를 짓습니다.
"이제 됐군요."
기계식 시계의 세계에서 청각은 시각만큼, 어쩌면 더 중요한 감각입니다. 숙련된 시계공은 소리만 듣고도 수십 가지 결함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째깍'이라는 단순해 보이는 소리 속에 숨겨진 정밀 기계공학의 세계를 탐구합니다.
기계식 시계의 '째깍' 소리는 어디서 올까요? 바로 이스케이프먼트(Escapement) 메커니즘에서 나옵니다.
이스케이프먼트는 태엽의 에너지를 일정한 간격으로 방출하는 장치입니다. 밸런스 휠(balance wheel)이 왕복 운동을 하면서 이스케이프 휠(escape wheel)의 톱니를 하나씩 풀어주는데, 이때 톱니가 걸리고 풀리면서 '딸깍' 소리가 납니다.
대부분의 현대 고급 시계는 28,800 BPH(Beats Per Hour)로 작동합니다. 이는 시간당 28,800번, 즉 1초에 8번 때린다는 뜻입니다. 귀에 들리는 '째깍'은 실제로는 '딸-깍-딸-깍-딸-깍-딸-깍'이 초당 8번 반복되는 소리입니다(스위스 시계 산업 협회 FH 자료).
고급 시계일수록 BPH가 높습니다. 제니스(Zenith)의 'El Primero' 무브먼트는 36,000 BPH(초당 10회)로 작동하며, 이는 더 높은 정확도와 더 부드러운 초침 움직임을 만들어냅니다.
흥미롭게도 BPH가 높아질수록 '째깍' 소리의 피치도 높아집니다. 28,800 BPH 시계는 중음역대의 소리를, 36,000 BPH 시계는 약간 더 높은 음을 냅니다. 숙련된 애호가들은 귀로만 들어도 대략적인 BPH를 맞출 수 있습니다.
"눈 감고 들어도 롤렉스인지 오메가인지 알 수 있나요?"
놀랍게도 대답은 "가능합니다"입니다.
각 브랜드의 무브먼트는 미묘하게 다른 소리를 냅니다.
롤렉스의 자체 무브먼트(예: Cal. 3235)는 비교적 낮고 묵직한 '톡톡' 소리를 냅니다. 이는 롤렉스가 무브먼트의 내구성과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더 두꺼운 부품, 더 정밀한 가공은 더 낮은 주파수의 소리를 만듭니다.
반면 오메가의 Co-Axial 무브먼트는 약간 더 높고 경쾌한 '딸깍' 소리를 냅니다. 이는 오메가의 독특한 Co-Axial 이스케이프먼트 구조에서 비롯됩니다. 전통적인 레버 이스케이프먼트와 달리 3단계로 에너지를 전달하는 이 메커니즘은 마찰을 줄이면서도 독특한 음색을 만들어냅니다(오메가 공식 기술 문서).
파텍 필립(Patek Philippe)의 최고급 무브먼트들은 거의 속삭이는 듯한 소리를 냅니다. 극도로 정밀한 가공과 완벽한 조립은 불필요한 진동과 소음을 최소화합니다. 어떤 애호가는 "파텍 필립의 소리는 듣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렇다면 완전히 조용한 시계가 최고일까요?
흥미롭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일부 최고급 시계들은 의도적으로 소리를 만듭니다. 미니트 리피터(Minute Repeater)가 대표적입니다. 이는 버튼을 누르면 시계 내부의 작은 해머가 공(gong)을 쳐서 현재 시각을 소리로 알려주는 컴플리케이션입니다.
파텍 필립의 미니트 리피터는 한 개당 수억 원에 거래됩니다. 이 시계의 가치는 단순히 시간을 소리로 알려주는 기능이 아니라, 그 소리의 음색과 울림의 아름다움에 있습니다.
파텍 필립은 미니트 리피터의 공(gong) 소리를 조율하기 위해 전담 음향 기술자를 고용합니다. 그들은 공의 두께, 길이, 재질을 조정하여 완벽한 화음을 만들어냅니다. 어떤 모델은 'E♭-F-G♯'의 화음을, 어떤 모델은 'C-D-E'의 화음을 냅니다(파텍 필립 박물관 자료).
한 컬렉터는 말합니다.
"제 파텍 미니트 리피터의 소리는 오페라 하우스의 벨 소리를 재현한 것입니다. 이 소리를 듣기 위해 10년을 기다렸고, 수억을 지불했습니다. 후회는 없습니다."
일본의 명품 시계 브랜드 그랜드 세이코(Grand Seiko)의 공방에는 독특한 장비가 있습니다.
완전 무향실(anechoic chamber)입니다.
시계공들은 조립을 마친 시계를 무향실에 넣고, 밀폐된 유리 너머에서 초정밀 마이크로 소리를 녹음합니다. 그리고 그 소리를 스펙트럼 분석기로 분석합니다.
완벽한 시계의 '째깍' 소리는 완벽히 일정한 간격을 가져야 합니다. 0.001초라도 간격이 벗어나면 스펙트럼에 노이즈가 나타납니다. 이는 어딘가 조립이 완벽하지 않다는 신호입니다(그랜드 세이코 공식 블로그).
하지만 가장 숙련된 장인들은 기계 없이도 이를 감지합니다. 60년 경력의 한 일본 시계공은 말합니다. "기계는 0.001초의 오차를 숫자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귀로 느낍니다. 그 미묘한 어긋남이 만드는 불협화음을요."
기계식 시계와 쿼츠 시계는 소리만 들어도 즉시 구별됩니다.
기계식 시계: 연속적인 '딸깍딸깍딸깍...' 소리. 초당 6~10회(BPH에 따라)의 빠른 비트.
쿼츠 시계: 1초마다 한 번의 '똑...(1초)...똑...(1초)...똑' 소리.
이 차이는 작동 원리의 근본적 차이에서 옵니다. 쿼츠 시계는 수정 진동자가 초당 32,768번 진동하지만, 이를 전자 회로가 1초마다 한 번씩 모터를 구동하도록 변환합니다. 반면 기계식 시계는 순수하게 기계적으로 에너지를 분할합니다.
흥미롭게도 많은 시계 애호가들은 기계식 시계의 소리를 선호합니다. 심지어 쿼츠가 더 정확한데도 말이죠. 한 컬렉터는 설명합니다. "기계식 시계의 소리는 '살아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초당 8번 뛰는 기계적 심장박동이죠. 쿼츠의 1초마다 한 번씩 똑딱거리는 소리는... 너무 규칙적이고 차갑습니다."
최근 YouTube와 틱톡에는 흥미로운 트렌드가 있습니다. 시계 소리 ASMR 영상들입니다.
고급 기계식 시계의 '째깍째깍' 소리를 초근접 마이크로 녹음하여 업로드하는 것인데, 이 영상들은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합니다. 댓글에는 "이 소리 듣고 잠듭니다", "집중할 때 틀어놓으면 좋아요"라는 반응이 가득합니다.
왜 사람들은 시계 소리에서 안정감을 느낄까요?
심리학자들은 리드미컬한 반복 소리가 인간의 심장 박동과 유사하여 무의식적인 안정감을 준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기계식 시계의 초당 610회 비트는 휴식 중인 성인의 심박수(분당 60100회 = 초당 1~1.6회)보다 빠르지만, 그 배수 관계가 일종의 공명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연구도 있습니다(음향심리학 저널).
또한 완벽히 일정한 리듬은 시간의 흐름을 가시화(정확히는 가청화)합니다. 카오스적인 현대 사회에서, 완벽히 일정하게 째깍거리는 소리는 "세상에는 여전히 질서가 있다"는 무의식적 메시지를 전달하는지도 모릅니다.
결국 기계식 시계가 만드는 소리는 단순한 '째깍'이 아닙니다.
그것은 :
수백 개 부품의 완벽한 조화가 만드는 기계적 교향곡이고
시계공의 수십 년 숙련이 조율한 정밀함의 증명이며
시간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청각적으로 구현한 예술입니다
롤렉스의 창업자 한스 빌스도르프(Hans Wilsdorf)는 말했습니다.
"완벽한 시계는 보이지 않을 때도 완벽해야 한다."
그가 의미한 것은 아마도 이것이었을 겁니다.
눈을 감고 들을 때, 그 소리만으로도 완벽함을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다음번 기계식 시계를 볼 기회가 생긴다면, 잠시 귀에 가까이 가져가보세요. 그 미세한 '딸깍딸깍' 속에서 당신은 인간 정밀 공학의 극한, 그리고 시간 자체의 소리를 듣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