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를 소리로 듣는다면?

Data Sonification으로 만드는 지구온난화의 사운드

by JUNSE

Sound Essay No.120

기후 위기를 소리로 듣는다면?

Data Sonification으로 만드는 지구온난화의 사운드

출처 : svs.gsfc.nasa.gov 'Global Temperature Anomalies from 1880 to 2017'

100년의 온도 변화를 2분의 음악으로


2018년, NASA의 기후과학자들은 특별한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1880년부터 2017년까지 137년간의 지구 평균 기온 데이터를 음악으로 변환한 것입니다(NASA GISS 발표 자료).


출처 : svs.gsfc.nasa.gov 'Global Temperature Anomalies from 1880 to 2017'


이 프로젝트(클릭하기)는 미네소타 대학교의 학생 다니엘 크로퍼드(Daniel Crawford)와 지리학과 스콧 세인트 조지(Scott St. George) 교수가 협력하여 제작했습니다. NASA의 GISS 표면 온도 분석(GISTEMP)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도별 평균 기온의 편차를 첼로와 현악 사중주의 음높이(Pitch)로 변환(데이터 소니피케이션)하여 지구가 점차 뜨거워지는 과정을 소리로 표현했습니다.


낮고 차분한 첼로 음이 연주됩니다. 19세기 후반의 비교적 안정적인 기온입니다. 하지만 곡이 진행될수록 음은 점점 높아집니다. 1950년대를 지나며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2000년대에 접어들면 거의 귀를 찌르는 고음으로 치솟습니다.


이것이 바로 '데이터 소니피케이션(Data Sonification)', 즉 데이터를 소리로 변환하는 기술입니다. NASA는 왜 정확한 그래프 대신 '음악'을 선택했을까요?


"사람들은 그래프를 봅니다. 하지만 느끼지 못합니다."

NASA의 수석 기후과학자 Matt Russo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소리는 다릅니다. 음이 높아지는 것을 들으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뭔가 잘못되고 있다'고 느낍니다. 데이터가 감정이 됩니다."


이 글은 기후 위기를 '소리'로 경험하게 만드는 과학자와 예술가들의 작업을 살펴보고, 왜 우리가 지구의 변화를 '들어야' 하는지 탐구합니다.



빙하가 녹는 소리를 녹음하다

출처 : 연합뉴스 '남극 빙붕 분리로 인도네시아 발리 크기 '얼음섬' 출현'

남극의 Larsen C 빙붕. 2017년 7월, 서울 면적의 거의 2배에 달하는 거대한 빙산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이 순간을 포착한 것은 인공위성 사진만이 아니었습니다.


영국 Scripps Institution of Oceanography의 연구팀은 빙붕에 수중 마이크를 설치하여 빙하가 갈라지고 무너지는 소리를 녹음했습니다 (today.ucsd.edu).


녹음된 소리는 충격적입니다. 처음에는 미세한 '딱딱' 소리들. 이것은 빙하 내부에 생긴 미세 균열이 퍼져나가는 소리입니다. 그러다 갑자기 거대한 '쿵' 소리와 함께 천둥 같은 굉음이 몇 분간 계속됩니다. 수 천년 동안 압축되었던 얼음이 한순간에 바다로 무너지는 소리입니다.


연구팀의 리더 Helen Fricker 교수는 말합니다. "우리는 인공위성 데이터로 빙하가 녹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소리를 직접 들었을 때, 우리 모두 말을 잃었습니다. 데이터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죠."


이 녹음은 다큐멘터리와 기후 전시회에서 사용되었고, 많은 관람객들이 "그래프로 볼 때보다 훨씬 더 무서웠다", "살아있는 생명체가 죽어가는 소리 같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아마존의 '소리 건강도' 측정

출처 : journals.plos.org

열대우림의 건강 상태를 어떻게 측정할까요? 나무의 개수? 산소 생산량?

생태학자들은 최근 새로운 지표를 추가했습니다.


Soundscape Richness, 즉 '소리 풍경의 풍성함'입니다.


미국 Purdue University와 브라질 INPA(국립 아마존 연구소)의 공동 연구팀은 아마존 열대우림 여러 지점에 음향 녹음 장비를 설치했습니다(Plos One 저널 2019). 그리고 각 지점의 '소리 다양성'을 분석했습니다.

건강한 열대우림은 놀랍도록 시끄럽습니다. 수백 종의 새 울음소리, 원숭이 울부짖음, 곤충 날갯짓 소리, 개구리 합창,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이 모든 소리가 복잡한 레이어를 이루며 24시간 끊임없이 울려 퍼집니다.


반면 벌목된 지역이나 화재 피해 지역은 섬뜩할 정도로 조용합니다. 새가 사라지고, 원숭이가 떠나고, 곤충도 줄어들면서 숲은 침묵합니다. 연구팀은 소리의 다양성이 생물 다양성의 정확한 지표가 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더 놀라운 발견은, 소리가 회복의 지표도 된다는 것입니다. 재조림된 지역에서는 시간이 지나며 점점 더 많은 종류의 소리가 돌아옵니다. 연구자들은 이제 '소리 모니터링'을 통해 숲의 회복 속도를 측정합니다.


한 연구자는 말합니다. "숲을 걸으며 녹음기를 켜고 5분만 기다려보세요. 들리는 소리의 종류가 10개 미만이면 위험 신호입니다. 50개 이상이면 건강한 숲입니다. 소리는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멸종위기종의 울음소리 아카이브

출처 : mashable.com 'This bird was just declared extinct. You can hear its final song.'

Cornell University의 Macaulay Library는 세계 최대의 동물 소리 아카이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25만 종 이상, 1,000만 개 이상의 녹음이 저장되어 있습니다(Cornell Lab of Ornithology).


이 중 상당수는 이미 멸종했거나 멸종 위기에 처한 종들의 소리입니다. 하와이의 Kauaʻi ʻōʻō(카우아이오오) 새는 2007년 마지막 개체가 죽으면서 멸종했습니다. 하지만 Macaulay Library에는 1987년 녹음된 이 새의 울음소리가 보존되어 있습니다.


그 녹음을 들으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수컷 새가 짝을 부르며 구슬프게 웁니다. 하지만 대답은 없습니다. 그 지역의 암컷은 이미 모두 사라진 뒤였습니다. 이 녹음은 "지구상에서 마지막으로 울었던 Kauaʻi ʻōʻō의 소리"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기후 변화는 소리의 풍경을 바꾸고 있습니다. 북극의 바다표범은 빙하가 녹으면서 서식지를 잃고 있고, 그들의 울음소리도 점점 줄어듭니다. 산호초 지역의 새우와 물고기들이 만드는 '딱딱거리는' 소리도 해수 온도 상승으로 산호가 백화되면서 사라지고 있습니다(Marine Ecology Progress Series 저널).


생태음향학자 Bernie Krause는 50년간 전 세계 5,000개 이상의 서식지 소리를 녹음했습니다. 그는 절망적으로 말합니다. "내가 녹음한 서식지의 50% 이상이 이제 침묵합니다. 그들의 소리는 내 하드드라이브에만 남아있습니다."



침묵해가는 봄 : Rachel Carson의 예언

출처 : www.koya-culture.com

1962년, 생물학자 Rachel Carson은 『침묵의 봄(Silent Spring)』을 출간했습니다. 그녀는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이 새들을 죽이고, 언젠가 봄이 와도 새소리 없는 침묵하는 봄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60년이 지난 지금, 그녀의 예언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다만 원인이 살충제에서 기후 변화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독일의 한 연구팀은 1989년부터 2016년까지 27년간 같은 장소에서 곤충을 채집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곤충 개체수가 75% 감소했습니다(Plos One 2017). 곤충이 사라지자 곤충을 먹는 새들도 사라졌고, 숲은 점점 조용해졌습니다.


영국 Royal Society for the Protection of Birds의 조사에 따르면, 1970년 이후 영국의 일반적인 새들의 개체수가 평균 54% 감소했습니다. 도시에서는 새벽 새소리로 잠에서 깨는 경험이 점점 희귀해지고 있습니다.


한 영국의 음향생태학자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1970년대 녹음된 런던 외곽 숲의 새벽 소리와, 2020년 같은 장소의 새벽 소리를 비교한 것입니다. 차이는 극명했습니다. 50년 전 녹음에는 12종의 새 소리가 겹쳐서 풍성한 합창을 이뤘습니다. 2020년 녹음에는 4종만이 드문드문 울 뿐이었습니다.



지구의 심장박동을 듣다


독일의 예술가 팀 'The Climate Music Project'는 기후 데이터를 음악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합니다. 그들의 최근 작품 'Planetary Heartbeat'는 1880년부터 현재까지의 CO₂ 농도, 해수면 온도, 극지방 빙하 면적 데이터를 하나의 교향곡으로 만들었습니다.


곡은 느리고 안정적인 리듬으로 시작합니다. 산업혁명 이전, 지구의 자연적 순환입니다. 하지만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리듬은 빨라지고, 불협화음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2000년대 이후 부분은 거의 혼돈에 가깝습니다. 빠른 템포, 불안정한 화음, 예측 불가능한 리듬.


한 관객은 공연 후 말했습니다. "제가 아는 모든 기후 데이터를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들었을' 때, 처음으로 정말로 두려웠습니다. 이건 그래프가 아니라... 비명 같았습니다."



100년 후, 우리는 어떤 소리를 듣게 될까


미래의 지구는 어떤 소리를 낼까요?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우리가 지금 행동을 바꾸고 탄소 배출을 줄인다면, 100년 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새벽 새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파도 소리, 바람 소리, 곤충들의 윙윙거림을 들을 수 있습니다.


비관적 시나리오는 끔찍합니다. 숲은 침묵하고, 산호초는 죽어 고요해집니다. 도시에는 기계음만 울려 퍼지고, 자연의 소리는 박물관 아카이브에서만 들을 수 있게 됩니다.


어느 미래가 올지는 우리가 지금 내리는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소리는 데이터가 아니라 생명이다


기후 과학자들이 데이터를 소리로 변환하는 이유는 단순히 '흥미로워서'가 아닙니다. 소리는 우리를 움직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래프는 이성에 호소합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420ppm에 도달했습니다."


우리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소리는 감정에 호소합니다. 빙하가 무너지는 굉음을 들을 때, 우리는 숫자가 아니라 사건을 경험합니다. 새벽의 침묵을 들을 때, 우리는 통계가 아니라 상실을 느낍니다.


NASA의 기후과학자 Kate Marvel은 말합니다. "우리는 이미 충분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데이터를 느끼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소리를 사용합니다."


다음번 새소리를 들을 때, 잠시 멈춰 서서 귀 기울여보세요. 당신은 지금 지구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증거를, 하지만 동시에 점점 희미해져가는 생명의 신호를 듣고 있는 것입니다.


그 소리가 영원히 계속되게 할 것인지, 아니면 언젠가 침묵만 남게 할 것인지는,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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