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작곡가는 뭐하는 사람입니까? Part 2

: 깊게 파는 작곡가, 넓게 보는 기획자

by JUNSE

Sound Essay No.8


그래서 작곡가는 뭐하는 사람입니까? Part 2

: 깊게 파는 작곡가, 넓게 보는 기획자


charlesdeluvio-Lks7vei-eAg-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charlesdeluvio


“작곡가는 우물을 파고, 기획자는 산에 오른다.”

꽤 그럴듯하게 들리는 비유입니다. 우리는 흔히 하나의 주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본질을 꿰뚫는 예술가의 모습을 ‘깊이’의 차원에서, 넓은 시야로 목표 지점을 먼저 설정하고 전체를 조망하는 기획자의 모습을 ‘넓이’의 차원에서 이해하곤 합니다. 한 명은 땅속의 수맥을 찾아 헤매는 탐험가, 다른 한 명은 정상에서 전체 지도를 그리는 측량사와 같다고 말이죠.


이분법은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지만, 진실은 언제나 그 경계의 모호한 지점에 숨어있기 마련입니다. 작곡가로, 또 기획자로 양쪽의 세계를 오가며 제가 깨달은 것은, 이 두 역할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성공적인 프로젝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결과물은 결국 이 ‘깊이’와 ‘넓이’라는 두

가지 시각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서로를 보완하는지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우물을 파는 작곡가: 본질을 향한 수직적 탐험


robert-bye-0YQOOxNT2V4-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Robert Bye


작곡가는 정말 하나의 우물만 깊게 파는 사람일까요? 맞습니다. 하지만 그 행위는 무작정 삽질부터 시작하는 막무가내식 노동과는 거리가 멉니다. 위대한 작곡가들은 땅을 파기 전에 먼저 그 땅의 성질을 이해하려는 지질학자에 가깝습니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후기 걸작 중 하나인 <디아벨리 변주곡>을 예로 들어봅시다. 이 곡은 작곡가 디아벨리가 만든 아주 평범하고 심지어 좀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왈츠 주제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대부분의 작곡가들은 이 시시한 주제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베토벤은 달랐습니다. 그는 이 하찮은 멜로디 안에 숨겨진 아주 작은 가능성의 씨앗, 즉 ‘구조적 잠재력’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무려 33개의 변주를 통해 그 씨앗에서 거대한 숲을 길러냈습니다.


이것이 바로 작곡가식 ‘우물 파기’의 본질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멜로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현상을 구성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리(구조, 화성, 리듬의 최소 단위)까지 집요하게 파고들어, 그 안에서 전혀 다른 세계를 구축해내는 수직적 탐험. 이는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확장시켜 나가는 예술 작업의 핵심 동력입니다. 하지만 이 방식에는 치명적인 함정이 존재합니다. 너무 깊이 파고든 나머지, 자신이 왜 이 우물을 파기 시작했는지 잊어버리거나(프로젝트의 목적 상실), 땅속에 갇혀 세상 밖으로 나오는 법을 잊어버리는(대중과의 소통 실패) 위험입니다.



산에 오르는 기획자: 목표를 향한 수평적 조망


darmau-ugB9DuKmRcM-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ダモ リ


반면, 기획자는 산 정상에 먼저 올라가 도달해야 할 목표 지점(KPI, 비전)에 깃발을 꽂고, 그곳에서 내려다보며 팀원들이 올바른 길로 올 수 있도록 전체 경로를 안내하는 사람에 비유됩니다. 그의 시선은 땅속이 아닌, 지평선을 향해 수평으로 뻗어 나갑니다.


훌륭한 기획자는 단순히 길만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이 아닙니다. 그는 지도를 넓게 펼쳐놓고, 목표 지점까지 가는 수많은 경로 중 어떤 길이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한지 판단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합니다. 갑작스러운 폭우(시장 변화)에 대비하고, 팀원들의 체력과 장비(리소스)를 점검하며, 때로는 예상치 못한 암벽(기술적 난관)을 만나면 과감히 길을 우회하는 결단력도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기획자에게는 깊이만큼이나 다양한 관점을 아우르는 ‘넓이’가 필수적입니다. 개발자의 언어와 디자이너의 언어를 모두 이해하고, 마케터의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합니다. 하나의 관점에 매몰되지 않고, 언제나 전체 그림을 보며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내는 수평적 사고. 하지만 여기에도 명백한 위험이 따릅니다. 너무 넓게 보려 한 나머지, 지도의 모든 길을 점검하느라 단 한 걸음도 떼지 못하거나(실행력 부재), 산 정상의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정작 그곳에 왜 올라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잊어버리는(목표의 본질 왜곡) 것입니다.



결국, 같은 곳에서 만나는 두 개의 시선


and-machines-p9Of0dvgvcs-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and machines


자, 이제 이 두 개의 시선은 어떻게 만날까요? 깊게 우물을 파는 작곡가도 결국 땅 위 세상의 지형을 알아야 가장 물이 나올 확률이 높은 곳에 첫 삽을 뜰 수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졌더라도, 동시대 사람들의 감성과 문화적 맥락(지형)을 이해하지 못하는 작곡가의 음악은 땅속 깊은 곳에서 혼자 울리는 메아리에 그칠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산 정상에서 길을 안내하는 기획자도 각 지점의 흙이 얼마나 단단하고, 풀이 얼마나 미끄러운지(디테일)를 모른다면 안전한 경로를 설계할 수 없습니다. 실무의 아주 작은 디테일이 전체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는 허다합니다. ‘넓게 보는 것’은 ‘얕게 아는 것’과 동의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결국 성공적인 프로젝트, 위대한 창작물은 이 두 가지 시점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능력에서 탄생합니다. 마치 현미경으로 세포의 핵을 들여다보듯 디테일에 집요하게 파고들다가도(작곡가의 시선), 다음 순간에는 망원경으로 밤하늘의 성운을 조망하듯 전체 구조와 맥락을 살피는(기획자의 시선) 유연함.


Sound Foundry & Co.가 지향하는 ‘사운드 설계자’는 바로 이런 사람입니다. 우리는 당신이 단순히 소리를 만드는 기술자가 아니라, 작곡가처럼 깊이 파고드는 집요함과 기획자처럼 넓게 보는 유연함을 모두 갖춘 문제 해결사로 성장하도록 돕습니다. 당신의 아이디어가 단단한 결과물이 되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우물을 팔 것인가, 산에 오를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이 두 가지를 모두 해낼 수 있는 당신만의 ‘지도’와 ‘삽’을 만드는 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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