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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와분노 Jan 15. 2021

적룡, 강대위의 <복수>

장철, 1970


 장철의 영화들을 정성일 평론가가 애착한다고 들었던 것 같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열광했음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확인하게 된다. 

 암튼 그런 소문에 힘입어 본 것 같다. 나도 그 시대의 향수가 있었다면 더 행복했겠지만 이대로도 나쁘지 않았다.  


 경극공연을 하는 배우, 관옥루는 그의 아내를 희롱한 봉개산이라는 녀석의 도장을 찾아간다. 봉개산과 부하들을 혼내주고 너 이 새끼 다신! 내 여자를 건드리지 말라며 경고한다.

 그러다가 봉개산의 함정에 빠져 뱃가죽에 도끼를 찍혀버리는데(스틸컷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 대 수십 명으로 장렬하게 싸우다가 죽는다. 

 이 관옥루 역을 맡은 배우가 멋있었다. 왠지 낯이 익은 얼굴이었는데...

 영웅본색의 따거... 적룡이었다. (솔직히 영웅본색도 아직 못 봤지만 하도 유명해서...)

 어쨌거나 그는 젊었을 때 머리 숱이 풍성했던 것이다. 놀라웠다.


 관옥루의 동생 관소루(강대위, 잘생긴 유희열처럼 생겼다)가 돌아와서 형의 복수를 하겠답시고 왕성한 살인을 저지른다. 그러면서 점점 형이 빠졌던 것과 비슷한 함정에 이르게 되는데

 동생은 형의 비극적인 운명을 따라가게 될까? 벗어날 수 있을까? 

 영화의 중간은 너무 뻔하고 개연성이나 연기가 거의 고다르 급이라서 좀 어이없다. 특별한 향수가 없으면 이입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형(적룡)의 처음 액션신과 동생(강대위)의 마지막 액션신은 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의 배경이 1925년이라서 사시미 들고 서로 배찌르고 목찌르는 액션이 자주 나온다. 형의 처음 액션신은 그 자신의 경극공연 장면과 교차 편집되며 독특한 정서를 뿜어내고 동생의 마지막 액션신은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들, 킬빌의 바로 그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 영화는 젊고 잘생긴 남자 주인공이 피칠갑되어 싸우다 죽어가는 '죽음' 자체에 아름다움을 부여하려는 다소 퇴폐적인 미학을 추구한다. 어쩌면 그런 독특함이 이 진부한 무술영화가 오래 기억될 수 있는 힘을 부여하는 것일지도...

 미시마 유키오의 자전적 소설이 떠오르기도 한다. 아름다운 남자가 신체가 훼손되어 빨갛게 피 흘리며 죽어가는 美에 대한 뿌리 깊은 동경, 판타지를 단순히 화자가 아니라 작가 스스로 갖고 있었음이 느껴지는데. 이로 미루어 추측하자면 미시마 유키오는 극우주의자가 되어서 할복한 게 아니라 할복을 하기 위해 극우주의자가 된 게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만약 그랬다면... 

 결국 그는 자신의 꿈을 실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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