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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승진 Oct 20. 2023

필기의 딜레마. 너무 열심히 필기하지 말라고~

수업을 하다보면 몇몇 유형의 아이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반짝이는 눈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는 ‘눈초롱형’, 어딘가를 유람하고 있는 ‘시선나그네형’, 나의 농담까지 받아 적는 ‘필기도사형’ 등 여러 유형이 보입니다.

앞선 글에서 배움이란 교실 속 모든 학생들에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 우리의 뇌는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때만 제대로 받아들이는 특성이 있어서, 비록 눈은 선생님을 향하더라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면 뇌가 받아들인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죠.

(https://brunch.co.kr/@soundgood3/52).      


그렇다면 필기를 열심히 하고 있는 학생의 경우는 어떨까요? 효과적인 공부가 이뤄지고 있을까요? 그래서 오늘은 필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특히 필기가 내재하고 있는 딜레마를 중심으로요.

필기를 앞둔 우리의 뇌는, 과자 진열대 앞에선 아이의 뇌와 비슷합니다. 사탕을 고르면 초콜렛을 포기해야하고, 초콜렛을 고르려면 사탕을 내려놓아야 하죠. 마찬가지로 필기를 위해서는 선생님 목소리에 기울이는 집중력을 어느 정도 이양해야하고, 수업 이해에 더 집중하려면 필기에 쏟는 주의를 일부 거둬들여야 합니다. 즉, 필기의 딜레마란 우리의 뇌가 필기와 이해 모두에게 주의집중을 기울이기 불가능하다는데서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필기도사형’은 제대로 된 공부를 하고 있는 걸까요? 정답은 ‘아니다!’ 라기 보다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필기가 우선되는 수업 상황이 있고, 이해가 더 요구되는 수업 상황이 있기 때문입니다. 버지니아대 심리학과 교수 대니얼 T. 윌링햄의 말을 참고해 봅시다.



Determine in Advance Whether You Plan to Understand More or Write More  (… ) So you want to consider the relative importance of understanding and of capturing details before you sit down to listen and take notes. Most of the time, understanding is going to be more important than capturing information, because the details are recorded somewhere else  (…) But if you find yourself in a parade-of-facts lecture that probably means you can’t get the information elsewhere, you’d better plan to write fast.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지 필기하는 것이 중요할지 결정하세요 (...) 필기를 하기 전에 이해와 필기 사이의 상대적인 중요성을 고려하세요. 대부분의 경우 필기보다 이해가 더 중요합니다. 세부 내용들은 다른 곳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죠. (…) 그러나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없는 정보라면, 빠르게 필기할 것을 계획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수업이든 필기보다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데 뇌를 집중시키는 것이 훨씬 바람직합니다. 수학시간이라면 개념과 원리와 파악하기 위해 무엇보다 선생님 말씀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만 선생님께서 이번 시간에 평가와 관련된 내용이나 예시가 많이 나올 것을 예고했다면, (이러한 상황에 따라) 세부 사항을 자세히 필기로 남기는 것이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학습 내용이 어려워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경우에도, 일단 자세히 필기해 둔 후에 복습을 통해 이해를 도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조건적 필기에 의한 복습은 수업을 다시 단순 반복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비효율적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서 난이도가 높은 수업이라면 무리한 필기로 대처하기보다는 '예습'을 통해 효율을 높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간단한 예습이어도 어려운 개념에 대해 사전지식을 구축하면 수업에 대한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업을 따라가면서 중요한 부분들을 판별하게 되어, 필기의 효율을 높이고 필기 속도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필기의 딜레마는 앞으로도 우리에게 수시로 찾아 올테지요. 그렇지만 이제는 필기 상황을 고려해서 이해를 우선시 할 것인지, 필기를 우선시 할 것인지도 지혜롭게 선택해 갈 수 있을 겁니다. '필기도사'라는 타이틀과 이별하고, 모두 균형 잡힌 학습자가 되어가길 바람합니다.


- 수학 문제를 섞어봐. 실력이 늘 걸!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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