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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Jan 12. 2022

오스템임플란트는 어떻게 탱크가 되었나

투자아이디어 슬픈 예감 보다 무서운 불확실성

2022년 새해 벽두부터, 각종 사건 사고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단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이목을 집중시켰을 뿐 아니라 '저게 가능하다고?'를 연발하게 만든 희대의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 


내 기억으론, 작년 말에 퀀트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오스템임플란트를 꽤 유망한 추천 종목으로 올렸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쩝... 이건 뭐 주주들은 손쓸 틈도 없이 당해버린 상황같다. 결국 오스템임플란트 주주들에게 가장 큰 리스크는 미국의 금리인상이나 세계 정세 불안 등, 주식시장을 위협할 것이라고 예상됐던 그 무언가가 아니었다. 뭐랄까 슬픈 예감보다 무서운 건 불쑥 찾아오는 의외성이라고 해야할까?


생각해보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슬픈 예감' 같은 건 현실이 되어도 그리 슬프지 않은 거 같다. 예감 자체가 백신 같은 면이 있어서, 충분히 슬플 일을 예감하다 보면 막상 슬픔에 면역이 생기곤 한다. 정말 큰 슬픔이나 충격은 전혀 예감할 수 없었던 곳에서 불쑥 나타나 모든 것을 쑥대밭으로 만들곤 한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1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 저니스 엔드를 봤다. 참호전 영화라고 해도 좋을만큼, 리얼하게 1차 세계대전 당시 참호 속에서 전투를 치르는 병사들의 상황과 심리를 보여줬다. 참호 속에서 기나긴 전쟁을 치르는 병사들에게 가장 큰 슬픈 예감은 아마도 참호 속에서 맞이하는 죽음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2차 세계대전 초기에 독일이 파죽지세로 연전연승을 거뒀던 게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호전의 슬픈 예감을 가진 연합군에게 불쑥 나타난 독일 군의 탱크들... 슬픈 예감 보다 무서운 건 언제나 처음 보는 광경의 불확실성이 아닐까? 처음 보는 전차들이 무리지어 참호를 향해 진격할 때 참호 속 병사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새해 벽두부터, 오스템임플란트는 그렇게 탱크가 되어 무섭게 주식시장을 강타했다. 오스템임플란트 뉴스가 나올 때마다, 나는 그 뉴스가 이렇게 들린다. 

이봐! 이런 일에 비하면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라는 소리 쯤이야 뭐 장난이라고 할 수 있지... 인생이 그런 거잖아?

그래 그렇긴 하다. 슬픈 예감 보다 무서운 건 불확실성이다. 투자건, 인생이건. 하지만, 어디까지나 또, 그것 때문에 투자와 인생이 계속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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