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41
첫 사무실로 공유오피스를 쓰기로 했을 때, 나는 먼저 위워크 생각이 났다. 전에, 매거진B 위워크편을 재밌게 읽었던 게 영향을 줬던 것 같다. 하지만 실제 우리가 계약한 곳은 삼성동에 있는 패스트파이브였다.
지금은 강남역 근처에 아예 사무실을 따로 마련해서, 패스트파이브를 떠났지만, 3개월 동안 삼성동 패스트파이브에 입주해서 지냈던 경험은 나름 신선한 경험이었다.
일단, 패스트파이브에서 지내는 동안 느꼈던 것을 정리해 보자면
좋은 점
1. 커피 맛있다.(맥주 더 맛있다.)
머신이 밀리타였던 거 같다. 원두도 나쁘지 않았서 커피를 많이 마셨던 것 같다. 커피 맘놓고 마실 수 있었던 거는 좋았다. 그리고 여기 맥주가 맛있다. 에일 맥주 같은데, 웬만한 수제맥주 보다 나은 거 같다. 단점은 마실일이 별로 없다는 거.
2. 입주사 대상 제휴 혜택 좋았다.
AWS 크레딧 받을 수 있는 거는 특히 괜찮았고,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 AWS 외에도 스타트업에서 쓸만한 서비스들 제휴 혜택 주는 거는 괜찮아 보였다.
3. 청소를 잘 해줘서 좋았다.
오피스 청소를 미안할 정도로 자주 깨끗하게 해줬다. 물론 오피스가 좁아서 청소할 게 별론 없었던 건 함정.
4. 화장실 음악이랑 가글액 좋았다.
화장실에서 나오는 음악이 괜찮았다. 그리고 가글 있는 거가 좋았다. 핸드워시는 괜찮은 제품 같았는데, 다쓰면 물타서 희석시켜 쓰는 건 좀 그랬다.
5. 회의실 쓰기 좋았다.
회의실에 Airtame이라고 해서, 모니터 무선으로 연결하는 거라든지, 기타 회의실 환경이 괜찮아서 좋았다.
나쁜 점
1. 비싸다.
지나치게 비싼 감이 있다. 강남역에 독립 사무실을 얻는 과정에서, 패스트파이브가 비싸다는 감은 감에서 확신으로 바뀌게 됐다.
2. 로비 같은 공용 공간은 쾌적하지만, 정작 오피스 환경은 열악하다.
공용공간에 비해, 정작 비싼 돈을 지불하고 사용하는 오피스는 좁고 답답하다.
3. 잠금장치가 지나치게 많다.
엘리베이터도 카드키 있어야 되고, 좁은 오피스마다 잠금장치를 해놓으니, 어디에 갇힌 느낌이 들었다. 사무실 들락거릴 때마다 잠금장치 삐삐 소리 때문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4. 담배피러 가기 불편하다.
담배를 피러 이동해야 하는 동선이 너무 길었다. 덕분에 담배 덜 피게 되긴 했지만...
5. 배달음식을 먹지 못한다.
바쁠 때는 뭐라도 시켜먹고 싶은데, 배달음식 반입이 안되서 아쉬웠다.
지나고보니, 3개월이라는 기간이었지만, 그 공간에서 여러가지를 경험하고 느낄 수 있었다.
사실, 패스트파이브나 위워크같은 공유오피스가 뜬 건 스타트업이라는 트렌드 영향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실 문제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엄밀히 말해, 패스트파이브의 사업은 일종의 부동산 재임대 사업이기 때문이다.
다만, 패스트파이브나 위워크 모두 그 사실(부동산 재임대 사업)을 감추기 위해 부단히 애쓴다. 그리고 그런 전략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위워크나, 패스트캠퍼스가 스타벅스처럼 일종의 문화를 팔려고 하는 것처럼 생각된다.
다시 말해 그걸 구매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뭔가 좋은 문화를 소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그들의 전략이 아닌가 싶다. 사실, 한국에서 창업이나 도전은 그렇게 인식이 좋은 영역이 아니다. 한국인은 기본적으로 리스크에 대한 공포가 굉장히 크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선택한다는 건 주위의 불안한 시선을 견뎌야 한다는 뜻도 된다.
그런 면에서 패스트파이브의 전략은 나름 영리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다. 사원증 같은 출입카드를 목에 걸고, 쾌적한 인테리어의 사무 공간으로 드나드는 건, 뭐 일정 부분 주위의 불안한 시선을 잊게 해주는 역할을 해주는 건 아닐까 하는, 물론 스타벅스 같은 이미지까지는 아니겠지만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