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77세의 노인은 어떻게 할담비가 되었나?
할담비로 불리며 장안의 화제가 된 전국노래자랑 할아버지의 미쳤어 영상을 봤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다가,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을 두고 한 번 더 찬찬히 영상을 봤다. 일단 영상을 보니까 모든 걸 떠나서 기분이 좋아졌다. 관중석 맨 앞 줄에서 일어나 춤을 추는 사람들, 자지러지는 관객들, 반주하는 밴드 모두가 예상치 못한 광경에 빵 터진 모습이었다. 그렇게 영상을 두 번 보고난 후, 나는 카카오톡으로 지인들에게 해당 영상을 공유했다.
영상을 공유한 지인들의 반응을 보니, 이미 해당 영상을 보고, 나처럼 누군가에게 공유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미 노래자랑 할아버지가 실시간 검색어를 휩쓸고 있는 상황이었고, 해당 유튜브 동영상은 조회수가 200만을 넘어 있었다.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아무리 배꼽 빠질 정도로 재미있었다고 해도, 어떻게 평범한 할아버지가 등장하는 전국노래자랑 동영상이 이렇게까지 핫해질 수 있었을까? 하는...
그래서 얼마 전에 읽었던 "스틱"책에 나왔던 내용을 가지고 나름대로 그 궁금함에 대한 해답을 정리해 봤다.
성공적인 메시지에는 유사한 주제와 유사한 특성들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특징1. 단순성 Simplicity
만일 당신이 법정에서 열 가지 주장을 펼친다면, 설사 그 열 가지 주장 모두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할지라도 평결을 내리는 배심원들은 그중 단 하나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 사실 사람들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 그래서 유튜브에 무수히 많은 영상들이 올라오더라도 대부분 얼마되지 않는 조회수를 남기고 아무 관심도 받지 못한 채 묻혀버리고 만다. 그런데 노래자랑 할아버지는 달랐다. 영상은 단순했다. 일요일 아침이면 무심코 켜진 TV에서 흘러나오던 전국노래자랑 영상 그대로였다.
특징2. 의외성 Unexpectedness
사람들이 우리의 메시지에 관심을 갖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그 관심을 유지시킬 것인가? 해결책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뜨리는 것이다. 직관에 반하는 결론을 내세워라.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면 그들의 허를 찔러 긴장감을 높이고 이목을 집중시켜야 한다. 그러나 놀라움이라는 감정은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는다. 반드시 사람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해야 한다.
그렇다. 노래자랑 할아버지는 사람들에게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움과 의외성을 선사했다. 노래자랑 할아버지가 만약 BTS 코스프레를 하며, Fake Love를 부르고 춤을 췄다면 전혀 새롭지 못했을 것이다. 나이 든 노인이 멋진 젊은 남자를 따라하고 싶은 건 일반적인 욕망이다. 새롭거나 의외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래자랑 할아버지는 누구도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심지어 수 십년 동안 노래자랑 사회를 맡아온 송해 옹조차 당황하여 목소리를 더듬고 두 번 곡명을 반복해서 말하게 만든 바로 그 노래, 손담비의 미쳤어를 택한다.
허를 찌른 할담비의 한 방은 나를 비롯한 사람들에게 아마도 의외성을 통한 새로움을 주었던 것 같다. 그 새로움이 사람들이 할담비의 영상을 공유하게 만든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더구나, 의도한 듯 의도하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몸짓과, 순수한 듯 하면서도 의뭉스러운 웨이브와 스탭, 부끄러운 듯 하면서도 당당한 발성과 스웩은 사람들에게 친근하면서도 새로운 할아버지 상을 보여줬던 듯 하다.
부디, 노래자랑 할아버지가 터트린 포텐이 할아버지를 힘들게 만들지 않기를, 할아버지가 지금 모습처럼만 행복하고 아름답기를 바라며...
끝으로, 노래자랑 할아버지, 즉 할담비 이전에 선지자처럼 왔다간 노래자랑 할머니, 할미넴의 영상을 함께 기억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