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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Apr 18. 2019

강남 대성학원을 보고 느낀 것들

진심의 공간을 읽으며 느낀 것들

강남역 근처로 출근하게 되면서, 자주 눈에 띄는 건물이 하나 생겼다. 강남 대성학원 건물인데, 출퇴근 길 혹은 점심시간에 건물 앞을 지나칠 때마다, 뭔가 좋은 느낌 같은 게 들었다고 해야 할까?

강남역 근처의 수많은 빌딩과는 확연히 다른, 특이한 디자인 때문일까 하며, 별 생각 없이 그냥 지나치곤 했는데, 최근에 '진심의 공간'이란 책을 읽으면서 강남 대성학원 건물에서 받은 좋은 느낌에 대해 나름 정리해 볼 수 있었다.

진심의 공간

강남 대성학원 건물로 부터 받은 좋은 느낌과 그 이유와 관련해 진심의 공간 책으로부터 내가 얻은 힌트의 키워드는 '계단'이었다.


계단은 거의 사라졌다.


진심의 공간에 나오는 구절이다. 생각해보면 계단은 사라졌다기 보다 밀려났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엘레베이터에 밀려, 최소한의 공간으로 밀려난 계단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그런데 그 계단에 대해 이 책은 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계단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모든 계단은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사람도 별로 없다. 계단 재료의 크기, 주변과의 관계에 따라 공간의 풍경뿐만 아니라, 그곳을 오르는 걸음의 속도와 몸의 자세가 달라진다. p.54
여느 계단보다 폭이 조금 더 넓거나, 단이 약간이라도 낮거나, 천정이 더 높거나, 빛과 경치가 남다른 곳을 오르내리는 순간, 아무리 무감각한 사람이라도 자연스럽게 걸음이 느려지고 호흡이 가라앉고 생각이 가다듬어진다. 천천히 오르내리며 혹은 도중에 멈출 수 있을 때, 우리에게 사색과 기대를 가능하게 하는 공간이 바로 계단이다.그래서 우리의 집, 우리의 도시 안팎에는 계단이 꼭 필요하다. p.58

그렇다 계단이었다. 답은 계단에 있었던 것 같다.

입구에 계단이 없거나 비좁거나 안보이거나

강남역의 수많은 건물들은 대부분 입구에 계단이 없거나, 있더라도 서너 계단으로 된 게 대부분이다. 때로 언덕에 있는 건물의 경우에는 입구에 꽤 긴 계단이 있기도 한데, 그럴 경우 너비가 좁고, 높이는 가파른 계단이 대부분이다. 빨리 여기로 들어오라고 재촉하는 듯한 모습의 계단이 대부분인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강남 대성학원 건물은 주변의 건물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차이점이 있다.

강남역 근방에서, 입구의 계단에 저렇게 많은 공간을 할애한 건물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아니 도대체 이 비싼 땅에 건물을 지으면서 왠 계단에 이렇게 많은 공간을 투자한걸까? 햇빛이 좋은 날엔 점심을 먹고 산책 삼아서 강남 대성학원 주변을 천천히 둘러 보며 걷기도 했다. 그러다가 점심을 먹고 온 학생들이 삼삼오오 계단에 앉아 햇빛을 맞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았다. 왠지 모르겠지만, 문득 아, 이거였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계단이 참 많다
우리는 대부분 단층 건물이나 아파트에 살아왔다. 2층짜리 주택에서도 위채는 세를 내주고, 덤으로 얻은 옥상이나 다락방은 늘 가파른 계단이나 사다리로 오르내렸다. 일상 환경 속에서 풍요로운 관계를 만들어주는 계단과 그와 연관된 서정적 경험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계단이 차지하는 공간이 단지 버려지는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p.63

백프로 단언할 수는 없지만, 강남 대성학원이 내게 준 좋은 느낌에는 분명 저 계단의 역할이 매우 큰 것 같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한 복판에서, 아주 완만하고 넓은 계단 위에 한가로이 섬처럼 떠 있는 건물과 공간의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건축의 요소 중에서 계단만큼 직관적이면서도 신비로운 구축은 없다고 생각한다. 계단은 어떤 모양인지, 계단의 크기와 요소는 무엇인지, 무슨 재료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답은 중요하지 않다. 어디와 어디를 연결하는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이동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감각을 느끼는가? 건축의 일관성과 우리의 서정은 어떻게 만나는가? p.65

이쯤 되면, 슬슬 강남역의 랜드마크는 강남 대성학원이 되어야 하는 거 아냐?라고 이야기 해도 되려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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