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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Apr 22. 2019

핸드픽트 호텔을 보며 느낀 점

핸드픽트 호텔은 어떻게 상도동의 핫플레이스가 되었나?

상도동에 무궁화 다섯개 호텔이라니...

상도동에 핸드픽트 호텔이 처음 생겼을 때, 떠올랐던 건 ACE호텔이었다.

ACE HOTEL IN CHICAGO

ACE호텔은 기존의 럭셔리 호텔 개념과는 결이 다른 가치를 들고 나왔다. 로컬의 감성과 가치를 파는 호텔이라고 해야할까? 어쨌든 내가 알고 있는 ACE호텔은 그런 부분에서 기존의 호텔과 전혀 다르면서도 영감을 주는 부분이 있었다.

핸드픽트 호텔 역시 ACE호텔처럼 새로움과 영감을 주는 부분이 분명하게 있었다. 핸드픽트가 내게 깊은 인상을 준 부분을 몇 가지 정리해 보자면


무궁화 다섯 개짜리 1급 관광호텔을 상도동에 지은 부분
구로의 느낌도 나는 것 같다...

상도동은 얼핏 생각하기에 관광호텔이 들어설 자리가 아니다. 명동이나 강남처럼 핫한 곳도 아니고, 주거지역이 밀집한 곳이다. 그런데 핸드픽트 호텔은 이 부분을 역으로 치고 들어갔다.

방 값이랑 교통편을 비교하다가 잡은 곳이었다. 공항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고, 업무를 봐야 하는 곳과 가까웠다. 역으로 생각해 보니, 관광객들이 숙소를 고를 때도 이렇게 판단을 하겠구나 싶었다. 패키지 여행이 아닌 이상, 다들 익스피디아나 구글맵으로 서칭하다가 방을 고른다. 그런데 상도동만큼 교통이 편한 곳이 없다. 오래된 주거 지역이어서 공항 버스부터 심야 N버스까지 모든 교통편이 있다. 서울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어디든 한 번만 갈아타면 갈 수 있다. 한국인들에게 베스트 로케이션은 강남 명동 이런 곳인데 외국인들에게 베스트 로케이션은 교통이 편한 곳이다. -핸드픽트 김성호 대표-

가장 한국적인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부분
가장 한국적인 것은 무엇일까?

상도동은 1950년에서 현재까지 서울의 모습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몇 안되는 지역 가운데 하나다. 재래시장과 대형마트, 달동네와 고층빌딩, 상도동엔 아주 짧은 시간동안 성장을 이룩한 서울의 민낯이 여전히 남아있다. 이제 가장 한국적인 것은 어쩌면 '한옥마을'같은 곳이 아니라, 상도동 같은 곳이라고 해야 더 맞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제가 15년간 호텔 컨설팅 사업을 하면서 제 고객이던 최고급 호텔이라면 절대 택하지 않을 것들을 실현해보자 생각했어요. 저만의 독특한 취향을 반영한 ‘유니크 호텔’이죠. 그중 하나가 1950년대 건축양식에서 2000년대 건축양식까지 한국의 시대별 건축양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풍광을 투숙객들에게 선사하는 거였습니다. 실제 이 호텔을 찾은 서양 관광객들이 가장 만족감을 표하는 지점도 이 한국적 풍경이라고 합니다.  -핸드픽트 김성호 대표-

마침, 지난 주 북저널리즘 뉴스레터에도 핸드픽트 대표의 인터뷰가 실려서,

꽤 재밌게 읽을 수 있었는데, 인터뷰 내용 중에 인상 깊었던 부분을 몇 가지 정리해 보자면   

우리나라에 하얏트 같은 호텔은 많다. 하지만 다른 경험을 줄 수 있는 호텔은 많지 않다. 관광 호텔 아니면 모텔이다. 산업의 규모는 크지만 '자이언트 베이비'다. 서울에도 다른 세그먼트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야놀자가 이런 쪽으로 디벨롭하면 어떨까? 초초초특가 야놀자 이런짓 그만하고.  

지역 주민들을 위해 개방된 지하 1층 공간
젊은 사람들만 있으면 쇠퇴하는 업종이 있고, 나이 드신 분들만 있으면 들어오지 못하는 업종들이 있는데 여기는 대형 마트부터 재래시장까지 없는 게 없다.

정말 그렇다. 상도동은 묘하게 뒤섞여 있다. 그러면서도 일종의 생동감 같은 게 있다. 상수나 홍대보다 이런 곳의 풍경을 좋아하는 외국인도 있지 않을까?   

호텔이라고 하면 일단 어느 정도 신뢰가 간다. 둘째는 설렘이다. 호텔에 간다고 하면 마음이 열린다.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 마음이 닫혀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제품을 접하면 비판이 먼저 나오기 쉽지만 들뜬 상태에서 새로운 제품을 제안받으면 관심이 간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체류 시간이 길다는 점이다. 보여 주고 싶은 것을 마음껏 보여 줄 수 있다

그렇긴 하다. 호텔에 가면 마음이 열리고, 마음이 열리면 지갑도 열린다. 마음이 열리는 부분과 체류시간 부분, 호텔 사업에서의 전략적인 부분은 참고해 볼만한 부분 같다.   

관찰은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렇게 살아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분석가도 시장을 조사해서, 그 트렌드를 경영 전략에 반영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인터뷰 중에, 나는 이 마지막 부분이 가장 좋았다. 인터뷰어가 "바쁠 것 같은데 어떻게 사람들이 뭘 좋아하고 원하는지 계속 관찰할 수 있나?"라고 질문하자, 바로 저런 답을 내놓은 것이다. 이걸 읽으면서, '관찰은 소용이 없다'라고 칼같이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몇이나 될까? 저런 뛰어난 인사이트는 어떻게 얻을 수 있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본인이 그렇게 살지 않으면 몸에 와닿지 않고, 파악도 안 된다. 모든 분야에 전문가일 수는 없지만, 최소한 관심이 있고 해본 적이 있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호텔 사업을 하는 경영자 다운 말이다. 관찰이 아닌 경험으로 승부해야 한다. 어쩌면 경험보다는 진실성 또는 진정성에 관해 이야기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해도, 관찰은 소용이 없다라는 말은 현 시대 '기획'이라는 포지션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앞으로 핸드픽트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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