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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Aug 04. 2019

기획회사는 어떻게 오프라인 유튜브를 만들고 있나

어반플레이를 보고 느낀 점

스타트업 관련 뉴스 중에 가장 인기가 높은 뉴스는 단연 투자 유치 관련 뉴스 아닌가 싶다. 스타트업을 다루는 모든 미디어들이 투자 관련 뉴스를 마치 속보처럼 다루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스타트업 위클리의 첫 머리는 언제나 엑싯/투자

스타트업 관련 투자 뉴스를 볼 때,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챙겨보는 몇 가지 기준이 있는데, 우선 Seed 투자나 시리즈B 이상의 투자보다는 시리즈A 단계의 투자 유치 건을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아무래도, 아이디어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Seed 투자나 사업성 검증이 완료되고 확장 단계에 들어간 시리즈B 단계 이상의 투자보다는 사업적으로 구체적인 의미와 전략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시리즈A 단계의 투자를 살펴보는 것이 개인적으로 재미있기도 하거니와, 좀 더 생각해볼거리도 많은 것 같다.


최근 발표된 시리즈A 투자 뉴스 가운데, 가장 주목해서 봤던 건은 '어반플레이'의 투자 유치 소식이었다. '아는 동네, 아는 연남' 매거진을 꽤 인상 깊게 읽으면서 주목했던 회사였는데, 지난주 26억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낯익은 이름이 반갑기도 하고, 또 시리즈A 단계의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서 '어반플레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어 졌다.

자료 THE VC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사업을 한다는 것

'아는 동네, 아는 연남' 매거진을 읽고 나서, 호기심에 찾아본 '어반플레이' 홈페이지는 꽤 인상 깊었다. 일단 홈페이지를 살펴보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 회사가 한 마디로 명쾌하게 정의하기 힘든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반플레이 홈페이지 화면

사실, 스타트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사업모델'이다. 그것도 아주 '명쾌하고 구체적인 사업모델'. 그래서 신규 사업 기획 과정에서 흔히 나오는 질문 중에 하나가 바로 이런 질문이다.

그래서, 이 사업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뭐예요?
무엇을 파는 사업인지 한마디로 요약해 보세요?

이런 질문과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어반플레이는 아마 투자를 받지 못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어반플레이가 펼치고 있는 사업이 로컬 비즈니스를 지향하면서도, 온오프라인과 라이프스타일 등 여러 복합적인 요소를 통해 로컬에 대한 의미를 재해석하는 데 사업적 가치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반플레이가 펼치는 사업들은 제각각의 프로젝트인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연결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연남 방앗간의 연남 참기름, 들기름'같은 로컬 기반의 식음료 판매부터, '아는 동네' 시리즈와 콘셉트로 퍼블리싱되고 있는 온오프라인 미디어, '연남장'이나 '쉐어빌리지'같은 공간에 대한 공유 사업까지, 각각의 사업은 개별적으로 기획된 독립적인 이벤트나 프로젝트처럼 보이면서도, 묘하게 구체적인 지역을 중심으로 의미를 연결하고 확장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로 또 같이

확실히, 한 마디로 정의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비즈니스와 회사처럼 생각된다. 억지스러울 수 있지만 버릇이 버릇인지라, 그래도 한 마디로 요약해보면 '어반플레이'는 기획회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OS 보다는 로컬 버전 유튜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반플레이는 홈페이지에서 한 마디로 스스로의 사업을 정의하고자 하는 것 같다.

도시에도 OS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이 메인 문구는 좀 모호하고 어려운 것 같다. 의미가 한 번에 와 닿지 않는 느낌이다. 물론 어떤 의도인지는 느껴지지만, 어반플레이가 윈도우나 맥 OS 같은 운영체제보다는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 더 어울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어반플레이는 자영업자를 일종의 로컬 크리에이터 개념으로 변환시켜 접근하고 의미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서, 뭔가 독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연남동이라는 공간과 인구의 특성상 그런 접근과 기획이 가능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앞으로의 가능성과 확장이 기대되는 면이 있다. 유튜브가 콘텐츠 생산자를 크리에이터로 만들어내는 플랫폼이 된 것처럼, 로컬에서도 콘텐츠를 가진 자영업자를 크리에이터로 만들어내고 소비자와 연결하는 플랫폼이 어떤 형태로든 성장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어반플레이는 도시의 새로운 OS보다 로컬 또는 오프라인 버전의 유튜브가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생각을 해본다.

어쨌든, 시리즈A의 문을 연, 어반플레이가 보여줄 도시의 새로운 가능성과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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