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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Jun 09. 2019

메이저리그가 류현진을 특별하게 만드는 방법

류현진과 메이저리그를 보고 느낀 점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놀랄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평소 응원하던 한화의 잦은 삽질 때문에 본의 아니게 야구를 멀리했는데, 한화 출신 류현진의 활약을 보고 있노라니 뭔가 아이러니하다.

 

한창 파이널이 진행 중인 NBA를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농구는 가장 섹시한 스포츠 같다. 현란한 몸짓, 격렬한 몸싸움... 그에 비하면 야구는 뭐랄까... 스포츠로서는 다소 점잖은 면이 있는 것 같다. 물론 간발의 차이로 아웃과 세이프가 결정되는 다이내믹한 순간도 있지만, 그런 순간보다는 느슨한 여백의 시간이 훨씬 많다. 파울볼을 치고 나서 산책을 하듯 홈플레이트 주변을 서성거리는 타자, 혹은 다음 공을 던지기 전에 마운드 위에서 신발에 묻은 흙을 털고 있는 투수, 뭐 그런 여백의 시간도 나름 괜찮은 것 같다. 느긋하게 앉아서 맥주를 홀짝이다가 땅콩을 집어 먹기에는 그런 여백의 시간이 아무래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어쩌면 맥주는 야구를 위해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출처:VINEPAIR)

개인적으로 야구는 참 묘한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홈을 떠나기 위해서 발버둥 쳐서 기어나가서는, 다시 홈으로 돌아오려고 발버둥 쳐서, 기어코 홈으로 기어들어오는 모습도 그렇고, 수비하는 투수가 공격하는 타자한테 공을 찔러 넣는 것도 그렇고, 직접적인 신체접촉이 없는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범상치 않은 구기종목 같다.

어쨌든, 류현진의 활약에 관심을 갖고 메이저리그 야구를 보고 있자니, 몇 가지 재미있는 점들이 눈에 띈다.


메이저리그가 특별함을 만드는 방법

무시무시한 페이스다... (출처:MLB.com)

아직 시즌의 절반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쳐도 올해 류현진의 페이스는 단연 압도적이다. 류현진의 엄청난 활약에 관련 기사들도 쏟아지고 있는데, 재밌는 기사들이 종종 눈에 띈다.

류현진은 5월 6경기에서 5승 0.59를 기록했는데 다저스 투수가 '5승+35 탈삼진+0.60 이하 평균자책점'의 월간 성적을 낸 것은 1968년 5월의 돈 드라이스데일과 1981년 4월의 페르난도 발렌수엘라에 이어 역대 세 번째였다(1920년 이후). <김형준의 베이스볼+>
류현진은 5일 경기를 통해 평균자책점을 1.48에서 1.35로 끌어내려 팀이 첫 62경기를 소화한 시점에서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다저스 투수가 됐다(종전 1968년 드라이스데일 1.37). <김형준의 베이스볼+>
1974년 이후 최고의 출발이라는 다저스를 이끌고 이끌고 있는 것은 선발진이다. <김형준의 베이스볼+>
 

팀이 첫 62경기를 소화한 시점에서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다저스 투수... 1974년 이후 최고의 출발... 처음 접했을 땐, 뭐 그렇게 짜 맞출 수도 있는 거구나... 싶다가도, 금세 생각을 고쳐먹게 된다. 그런 표현 자체가 현재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어떻게든 구체적인 색과 향으로 나타내려는 노력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뭐, 일종의 마케팅적인 포장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업계 최초, 한국인 최초, 뭐 이런 뻔한 레퍼토리보다 훨씬 신선하고 신뢰가 가는 느낌이다.


특별함을 만드는 이런 류의 방식은 KBO보다는 아무래도 메이저리그에서 일반화되어 있는 것 같다. 물론 메이저리그는 역사와 기록의 축적이 KBO에 비해 월등하기 때문에 그러기도 하겠지만, 그와 동시에 현재를 어떤 식으로든 기록하고 의미 부여하려는 문화나 전통이 그런 방식을 자연스럽게 작동시키는 것 같다.


모든 순간은 유일한 순간

최근엔 우리나라 야구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신인 타자가 첫 안타를 쳤을 때, 안타 친 공을 그 신인에게 기념으로 주기 위해 양 팀이 경기를 잠시 중단하고 공을 따로 챙겨주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 꽤 인상 깊었다.

현재의 기록에 대한 MLB와 KBO의 클래스 차이가 분명히 있는 것 같다...(출처:트위터@Jombbang)

현재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어쩌면 사소한 것들로 여기고 넘어갈 수 있는 것들을 기록하고 관찰하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뭐, 어쨌든 모든 순간은 단 하나의 순간이긴 하니까...


그런 부분에서 메이저리그가 특별함을 만드는 방식은 여러모로 생각해 볼 부분이 있는 것 같다.

"6월 기준으로 봤을 때, 올해는 2000년대 들어서 가장 음주를 적게 한 달"이라거나
"일주일 기준으로 봤을 때, 이번 주는 2000년대 들어서 가장 카드값이 적게 나온 달"

 뭐 이런 식으로 적용하면 어디선가 등짝 스매싱이 내리 꽂힐 것 같지만... 아무튼 이런 접근, 재밌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모쪼록, 류현진의 선전이 꾸준히 이어지기를 바라며...

올해 류현진의 20승, 평균자책점 1점대, 사이영상 수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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