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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류경호텔이 올라가는 속도

by 녹음노동자

<남과 북>

우리나라는 전쟁의 시기를 지난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1953년 6.25 전쟁이 휴전되고 아직 1세기가 체 흐르지 않았다. 언젠가 할머니가 위안부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 할아버지와 서둘러 결혼식을 치렀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다. 맥아더는 우리나라를 복구하는 데는 100년이 걸리다고 봤지만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하는 민족성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6.25 전쟁이 끝난 직후에는 한동안 북한이 경제적인 우위를 점했지만 북한은 연속적으로 경제적인 실책들을 저지르고 결국에는 점점 남한이 경제가 더 앞서가기에 이른다. 1980년부터 1985년 우리나라에는 아주 상징적인 건물이 세워지는데 그 건물이 63 빌딩이다. 완공 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마천루였고 지금까지도 서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남아있다. 나는 경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었다. 서울친구들이 수학여행이고 소풍이라고 하면 경주로 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반대로 우리는 서울로 수학여행을 갔던 기억이 있다. 처음에 나는 63 빌딩을 보았을 때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1층에서 꼭대기를 보려고 올려다보았는데 그 끝이 어디인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북한은 점점 경제적으로 남한과 차이가 나기 시작하지만 그 비교와 자존심만은 그대로였다. 이후에 북한은 기이한 행동들을 시작하는데 1989년 우리나라가 올림픽을 성황리에 계최하면서 북한은 자신들도 세계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행사를 개최하니 그것이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이다. 63 빌딩에 자극을 받아 세계청년학생축전 시기에 맞추어 경쟁적으로 지어지는 건물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호텔로 쓰인 적인 없고 38년이 지난 지금까지 완공되지 못한 류경호텔이다. 류경호텔은 북한이 현실적으로 남한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에 그 겉모습만큼은 그럴듯하게 지어놓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류경호텔의 역사>

북한의 류경호텔을 건축과정에서 다양한 위기들이 있었다. *정확한 내용을 위해서 인터넷의 지식을 빌린다류경호텔은 1987년 8월 28일에 첫 삽을 뜬다. 높이는 101층의 건물이고 개관은 89년 13차 세계청년학생 축전에 맞추었다. 북한이 그런 높이의 건물을 올려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기술력이 좋은 나라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프랑스 건설회사가 공사에 참여하게 되는데 당시에는 북한의 대기근 고난의 행군시기와 겹친다. 북한은 공사대금을 제 때 지불하지 못하자. 프랑스 건설회사는 북한에서 철수를 한다. 그 이후 건물의 부실공사가 발견되어 해외 건설사들이 건설을 거부한 탓에 완공 일정이 연기되어 1992년 4월 15일 김일성의 80세 생일에 완공되는 것으로 계획이 연기되었다. 초기에 북한이 1989년 세계청년학생축전까지 완공할 것을 목표로 잡아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했고, 때문에 콘크리트가 굳기도 전에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다가 골조에 균열이 발생했다고 전해졌다. 차라리 처음부터 현실적인 완공기간을 설정했더라면 부실공사를 피하고 완공이 가능했을 수도 있었다는 예측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101층의 건물을 2년 만에 개관한다는 것 그런 건물을 지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지 애초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과제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신을 강조한다. 북한은 무리하게 "천리마 정신 만리마 정신"이라고 정신적은 무장만 강조한다. 이는 그럴만한 환경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하는 일이다. 오랫동안 류경호텔은 국외에서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공사 중단 건물" 등으로 불리면서 명성 아닌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류경호텔은 1989년 건설이 중단된 후 2008년까지 근 20년 가까이 공사가 진척되지 않은 채 방치되었다. 2008년 5월 중국 언론은 류경호텔 공사가 재개되었다고 보도했다. 이집트의 재벌 통신사 오라스콤 그룹이 북한의 이통통신 사업권을 따내는 대가로 류경호텔 건설에 참여했다. 김일성 탄생 100주년에 맞추어 2012년까지 류경호텔을 완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9년 10월 이집트 오라스콤 회장이 북한 정부로부터 '친선훈장 제1급'을 수여받았다. 훈장을 수여하면서 북한 정부는 류경호텔이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에 맞추어 개장될 것이라 밝혔다. 2010년 초반에 유리 설치 공사가 완료되었다. 하지만 2011년 2월 발생한 이집트 혁명으로 인해 오라스콤 회장이 국외로 피신해 버렸기에 공사의 앞날이 캄캄하게 변해버렸었다.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은 김일성 탄생 100주년은 고사하고 류경호텔 완공도 보지 못한 채 사망했다. 2012년 7월, 류경호텔 건설을 하던 이집트 오라스콤 그룹이 류경호텔 사업을 완전히 포기하고 북한 정부와 계약 파기에 최종 합의했다. 사실상 류경호텔은 결국에는 완공되지 못하고 체제선전용 전광판으로 남은 것과 다름없다.


<자본주의의 속도>

자본주의의 속도도 절대 만만치가 않다. 영화를 만드는 일 건물을 올리는 일과 아주 비슷하다. 내가 촬영일을 시작한 2010년도에만 하더라도 밤을 새우며 촬영을 하는 일이 정말 많았다. 촬영현장은 야외에서 몹시 덥거나 추운 환경에서 자주 이루어진다. 무거운 촬영장비를 매 컷 옮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일에 참여한 친구들이 도망을 가는 일도 자주 있다. 보통 그런 행동을 유명한 드라마 제목처럼 "추노" 한다라고 하는데 남은 사람들은 도망간 사람들을 향해 "끈기 없는 놈 저런 놈은 어디 가서도 성공 못 해" "절실하지 않아서 그래" 저 마다 한 소리씩 하지만 나는 도망간 친구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망가기까지 스스로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촬영환경이 미래를 꿈꾸기에 충분했다면 그는 스스로 남는 일을 선택했을 것이다. 도망간 사람을 비난하기보다 그런 환경을 만든 사람들이 느껴야 할 감정은 미안함이다. 그들을 탓하는 것은 잘 못 된 행동이다. 기득권들이 기회조차 가져보지 못 한 청년세대를 대하는 방식도 다르지 않다. "요즘 애들은 이기적이라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다" "그저 쉬운 일만 찾으려고 직업을 가지지 않는 것이다" 책임을 덮어 씨우려 할 뿐이다. 기득권들은 청년세대가 누려야 하는 행복을 당겨 쓴 죄, 건강한 가치를 물려주지 못한 일에 미안함을 느껴야 한다. 자본주의의 속도도 공산주의에 비해 만만한 것이 아니다. 하루에 정해진 분량이 있기 때문에 촬영 속도도 아주 빠르게 진행된다.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들은 다른 인원으로 교체되기도 한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하루에 최대한 많은 분량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밤을 새우며 촬영을 하는 일을 자주 했고 당연한 분위기가 형성이 되어있었다. 무리한 노동환경에도 힘 있는 스텝들은 높은 페이를 받으며 행여나 다음 작품을 같이 하는데 미움을 사지 않을까 변화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힘이 없는 스텝들은 적은 페이에 변화를 요구하지만 힘이 없기 때문에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한다. 이런 생활을 쳇바퀴 돌듯이 반복하다 보니 깨달은 것이 몇 가지 있다. 사람은 장기적이고 건강한 성장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항상 즉각적이고 단기적인 이익을 원한다. 사회는 같이 일을 하는 사람이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더욱 급하게 조급하게 몰아붙일 뿐이다. 같이 일을 하는 사람의 마음이 더 절박하고 절실하기만을 바란다. 시간이 없고 마음이 조급한 사람들이 시스템에 의문을 가질 여유가 없이 그저 복종하고 순응하고 길들여지기를 바란다. 어느새 바보들만 가득한 촬영현장은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험악한 고성으로 타인을 밀어붙이기 바쁘다. 가끔은 누구 하나 쓰러져야 끝이 나겠구나 하는 무리한 촬영들이 이어지기도 한다. 나 또한 그런 노동환경에 순응하며 스텝으로 생활했다. 실제로 과로로 인한 스텝 사망소식은 종종들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제작사에서는 절대 이런 일들을 인정하지 않았다. 단지 "에어컨을 켜고 자서"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다. 강자의 논리는 약자에게 불리하다. 스텝들은 제대로 된 항의도 못 해보고 다시 촬영버스에 오른다. 얼마 전 대형 쇼핑몰 회사에서 더운 여름 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에 적정한 온도를 넘기지 않기 위해서 온도계를 에어컨 밑에 두는 황당한 뉴스를 본 기억이 있다. 다들 단기적인 빠른 성과만 원할 뿐 장기적이고 건강한 가치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아 씁쓸한 마음을 지울 길이 없다. 우리나라는 6.25 전쟁 이후 단기적인 회복과 성장을 이루어 내었지만 그만큼 정신적인 성장만큼은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류경호텔의 실수를 반복하다>

인생을 살아가는 것 건물을 짓는 과정과 아주 닮아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류경호텔에서 저지른 실수들을 삶에서 많이 저질렀다. 류경호텔은 촉박한 시간에 콘크리트가 굳기도 전에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다가 골조에 균열이 발생했다고 전해진다. 고층의 건물을 올려본 경험이 없는 북한이 101층의 건물을 수령에 대한 충성과 정신력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나 또한 일을 할 때에 황당한 경험을 한 기억들이 많다. 상대방은 이미 "된다"라는 자기만의 담을 정해두고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말이 맞다는 근거를 모으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참으로 답답한 경우이다. 사기꾼들은 모든 일들이 된다고 말을 할 것이다. 일을 따내기 위해서 오직 상대방에 "YES맨" 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능한 부분과 불가능한 부분을 구분지어서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 북한이라는 보수적인 조직에 반대의견을 낼만큼 배짱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사람들은 절박한 경우 정신력에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정신력으로 마라톤에 우승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오직 훈련과 연습을 통해서 마라톤 선수가 될 수 있다. 훈련과 연습을 통한 과정이 없이 빨리 성과를 이루고 싶은 조바심 때문에 일어나는 실수들이다. 오직 사기꾼들만이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기 위해서 상대방을 불안하게, 조급하게 만들 뿐이다. 또 사람들이 시간에 쫓기어서 일을 하다 보면 급해지고 다양한 사건 사고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자신의 속도를 알아야 한다. 만약 팀을 이루어 일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우리는 약자의 속도에 걸음을 맞추어야 한다. 뒤처진 사람들이 넘어지고 쓰러지는 경우에도 자신의 갈 길만 바쁘게 가는 사람들을 훌륭한 리더라고 할 수는 없다.


1. 운동과 다이어트

2025년 10월 경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친구는 120킬로가 넘는 거구의 몸을 가지고 있는데 올해가 가기 전에 몸무게를 두 자릿수로 만들겠다고 나에게 호언장담을 했다. 나 또한 오랫동안 비만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잘 알지만 한 달에 10킬로에 가까운 몸무게를 빼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나는 친구에게 꾸준하게 운동을 하면서 장기적으로 몸무게를 줄여나가는 방법을 권했다. 하지만 친구의 대답은 투정 부리는 애처럼 "아무튼 올해 몸무게 두 자릿수 만들 거야!"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친구의 말에 동의를 하지 않자 심술이 난 것이다. 나는 중학교 학생 때 다이어트를 결심한 적이 있지만 운동과 식단을 통해 한 달에 1킬로를 빼는 이야기를 들으면 속으로 "고작?"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적은 노력으로 짧은 기간에 극적인 효과가 발생하는 다이어트를 원한다. 때문에 다이어트 약을 홍보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사람의 욕구를 자극한다. 급하게 서두르면 날림공사를 할 확률이 높은 것처럼 우리는 성과를 얻기 위한 현실적인 시간과 계획이 필요하다. 배를 굶어가며 쉽게 얻은 성과는 다시 요요현상으로 몸이 더 불어나기도 한다. 나는 이런 바보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30살 중반이 될 때까지 아주 뚱뚱한 몽으로 살아왔다. 결과적으로 운동과 식단을 통해 1달에 1킬로를 빼가는 방식은 착실하게 성과를 쌓아가는 확실하고 탁월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지금 친구의 다이어트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12월이지만 친구의 몸무게는 전혀 줄어들지가 않았다는 것이다. 역시 추상적이고 막연한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2. 시나리오 등산

높은 목표가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목표가 높은 만큼 작은 목표들을 설정하고 그것에 성취감을 느끼며 큰 목표에 다가가야 한다. 시나리오를 쓰는 일은 건물을 올리는 일과 비슷하다. 몇 달 길면 몇 년이 걸리는 작업이기도 하다. 한 번은 내 여자인 친구가 나에게 자신이 장편시나리오를 써서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럼 시나리오를 쓰는데 1년 정도 걸리겠는데.." (1년도 아주 낙관적인 기간이다)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넌 뭘 그렇게 비관적으로 이야기하니!!"

O_O ;;;


친구는 언성을 높이며 전화를 끊은 기억이 있다. 시나리오 작업에 진정한 고수가 있다면 일본의 영화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있다. 구로사와 아키라는 수많은 명작 영화들을 찍었지만 시나리오 작가로도 탁월한 사람이다. 그는 시나리오를 쓰는 일을 높은 산을 등산하는 일에 비유를 자주 하였다. 시나리오의 산은 너무 높아서 하루, 이틀 단박에 오를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목표를 향하는 과정에는 자신의 걸음 속도에 맞는 현실적이고 정확한 계획들이 세워져야 한다. 산을 오를 때 타인의 걸음과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나를 위해서 한걸음도 도와주지 않는다. 구로사와 아키라는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정상은 보지 않을 것" "단 하루도 쉬지 않을 것"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도 습관이다. 자리에 앉았으면 몇 장이라도 써야 한다" "하루에 1장이라도 쓸 것" 하루에 1장 "고작?" 나는 속으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착실하고 탁월하게 결과물을 만들어 가는 방법이다. "하루에 1장의 글을 쓰더라도 1년의 노력이 모이면 365장의 글을 쓸 수 있다." 물론 365장의 노력들이 잘 모이려면 전체적인 그림과 기초작업을 탄탄히 할 필요가 있다. 구로사와 아키라도 피와 뼈로 만들어진 인간이라는 것이다. 하기 싫은 날도 분명히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하는 것이다. 하고 싶은 날에 하는 일은 누구나 다 할 수가 있다. 기분이나 컨디션에 일을 놓아버리는 행동은 현명하지 못하다. 결국은 꾸준함이야말로 가장 큰 미덕이다. 빠르고 웅장하게 지어지고자 계획되었던 류경호텔은 완공되지도 못하고 단 하루도 호텔로 쓰이지 못한다. 시나리오는 영화로 만들어지기 위한 글이다. 다만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 이라는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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