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교육>
"책을 읽는다" 는 행위는 쓰는 일과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우리의 몸에 새겨져 있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것은 추운 밤 모닥불을 쬐는 것처럼 혹은 동굴 안에서 빗소리를 듣는 것처럼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을 보는 것만큼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진 일이다. 초등학교 (당시에는 국민학교, 초등학교 2학년 때 학교 입구에 국민학교 간판을 초등학교로 바꾸고 있는 아저씨들이 기억에 난다.) 저학년 시절 엄마하고 형과 같이 서점에서 책을 사고 집으로 걸어갈 때, 내가 앞장서 씩씩하게 책을 읽으면서 걸어가면 뒤따라오는 엄마는 웃으며 좋아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명절에는 할머니 앞에서 좋아하는 책의 한쪽을 통째로 외워서 말하는 묘기까지 부리기도 했다. 그렇게 자연스러운 일들은 오히려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부자연스러워지고 멀어진다. 교육은 글을 읽는 자연스러운 행위를 단지 시험지의 문제를 맞히기 위한 수단으로 바꾸어 버렸고 학생들은 학교의 명예를 높여주는 소모품으로 절락했다. 학교는 학생들의 개성과 천재성을 키울 방법을 고민하는 것 대신 단지 새벽부터 자정까지 학생들을 책상에 꽁꽁 묶어두는 방법을 택했는데 그 당시를 떠올리면 "학생을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 내가 경험한 교육은 굉장히 편협하고 획일화되어있다. 개성이 잘려나간 학생들은 공장을 거쳐 나오는 물건들처럼 생산된다. 오히려 개성을 보존하는 친구들에 대해서는 "별나다" "말은 안 듣는다" "순하지 않다" 조롱 섞인 말들로 불량품 취급을 한다. 세상에는 좋은 교육자들이 많다고 하는데 나는 아쉽게도 그런 경험을 하지 못했다.
"학교는 학생을 규칙과 규정의 틀에 억지로 꿰맞추는 곳이 아니다. 개성과 전망의 독창성을 장려하고 구체적 표현을 추구하는 창의적인 천재성을 자극하는 곳이다." <아트 스피릿> 로버트 헨리
"학교에서는 개성적인 생각과 표현을 권장해야 한다. 학생들이 스스로를 잘 단련해 자신의 개성을 세상에 드러낼 만한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지도하는 학교가 돼야 한다. 학생은 학교와 시설, 교사의 지도 등을 활용해야 한다. 학교와 교사가 그들의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며 지켜보고 격려한다는 걸 학생이 알게 해야 한다." <아트 스피릿> 로버트 헨리
한 개인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개성이 보존되어야 한다. 보수적인 단체에서는 개성 있는 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놈들 정도로 여기고 똑같은 모양으로 사람들을 변화시킨다. 통제가 쉽다는 이유로 이런 일이 이루어진다면 창의적인 사람의 탄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것은 결국 스스로 자기 한계를 만드는 행동이다. 학교는 잘못된 교육을 통해 망가진 학생들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는 듯 행동한다. 기득권이나 가해자들이 자주 쓰는 말이 있다. "지난 일이니 그만 잊으라. 그런 것들을 이야기해서 무슨 도움이 되냐?" 하지만 모래 위에 성을 쌓을 수 없듯이 과거의 일은 반성하지 않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 수는 없다.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었으면 위안부 할머니들이 돌아가실 때까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다만 스스로 고통스럽기 때문에 마음 한구석에 분한 마음을 치워둘 뿐이다.
"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은 다음 조언을 명심하면 좋겠다. 학교가 아무리 좋더라도 학생의 교육은 결국 학생 자신의 손에 달렸다. 모든 교육은 자기 교육이다."
<아트 스피릿> 로버트 헨리 지음
과거를 통해 배운것은 입에 떠먹여 주는 교육이란 없다는 사실이다. 나 스스로 자기 교육을 통해 얻은 것들이 진정한 내 것이 되는 것이다. 더욱이 학교에서 지식을 만들 수는 있어도 지혜를 만드는 일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교는 겉으로 보이는 허울과 단기적인 성과를 중요하게 생각할 뿐이다. 매해 몇 명의 학생을 서울에 어느 대학교로 보내었는지 "숫자" 를 학교 입구에 현수막으로 내걸며 스스로 권위를 새우는 일들을 좋아한다. 이런 전통과 관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학생들에게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사회적인 권위와 권력에 "순종하라" "순해져라" "착해지라" 교육한다면 이것이 건강한 사회와 가치를 만드는데 무슨 도움이 되는 일인가. 2026년 새로운 AI시대와 취업시장에 혼란스러운 학생들은 무엇을 위해서 공부를 한 것인지 학교에 되묻고 있다. 하지만 학교 스스로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아 보인다. 대학교는 스스로의 몰락을 출산률에서 찾고 안심해 버린다.
<속독이 아닌 정독>
학교수업에서는 재한 된 시간에 문제를 풀기 위해서 빠르게 효율적으로 글을 읽도록 교육한다. 때문에 나는 책을 읽고 빨리 해치워야 하는 것 정도로 오판했다. 잘못된 독서법으로 나는 책과 오랜 기간 친해지지 못했다. "속독" 이라는 말을 지겹게 들었지만 반대로 "정독" 이라는 말은 꽤나 생소하게 들릴 정도로 듣기가 어려웠다. 왜 이렇게 우리 사회는 효율과 속도에 미쳐있는 것일까?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인가? 문명은 계속 발전해 가는데 세상은 더 각박해지고 여유가 없게 행동하는 것일까. 왜 우리는 잘못된 문화를 대물림 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가. 좋은 글이란 글쓴이의 피를 먹고 자라는데 문장 하나에도 사색에 빠질 수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사람들은 맛을 느끼기도 전에 빨리 삼키라고 하는데 이것은 나쁜 독서방법이다.
"니체의 글 가운데서 나는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한다. 피로 써라 그러면 그대는 피가 곧 정신(넋) 임을 알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의 피를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한가롭게 책을 뒤적거리기나 하는 자들을 미워한다. 그저 읽히기를 원하지 않는다. 하나하나 씹어 자기 것으로 하기를 바란다" -니체의 말-
니체의 말에 부담감을 느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책을 읽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다만 한 문장 한 문장 차분하게 읽어나갈 뿐 빨리 읽어야 한다는 강박은 버릴 필요가 있다. 걷다 보면 마음이 급해지고 발걸음이 빨라지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잠시 글을 읽는 것을 멈추고 휴식을 해도 좋을 것 같다. 휴대폰을 보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 구름이 흘러가는 것을 구경하다가 다시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좋다. 단지 해치우듯이 책을 읽고 나면 그 책을 읽었다는 사실만 남아 있을 것이다. 산을 올랐다는 사실로 정복되었다고 말하듯이 책을 한 번 읽고 완벽하게 이해했다는 것은 참 어처구니없는 생각이다. 우리는 운동을 수없이 반복하며 몸에 새기듯 책을 마음에 새기는 일 그보다 쉽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정독이란 필사를 하는 것이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시간이 지나서 책의 내용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나는 책에 좋은 글귀가 있으면 따로 모아두는 일을 좋아한다. 책을 읽은 다음에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기록하는 것도 좋은 독서 방법일 것이다. 독서를 하면서 생각하는 것들과 느낌이야 말로 독서를 하면서 가장 좋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 책을 읽던 순수한 생각과 감정의 기록이 남아 있다면 그것대로 의미가 있는 일이다.
<독서 습관>
책을 가까이 하지 못 했던 두 번째 잘못은 책을 읽는 행위를 대단한 일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것 일상생활처럼 편한 일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책이란 참 귀한 친구이다. 다만 그것이 귀한 가치를 지닌 이유로 부잣집 친구처럼 불편하게 취급하면 행동도 부자연스러워지기 마련이다. 부담감은 읽는 행위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부잣집 친구는 편한 친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책을 정말 친한 친구를 대하듯 편하고 격 없는 태도로 대할 필요가 있다. 요즘 사람들은 책을 읽는 행위를 더 부자연스럽게 느낀다. 우리는 원하지도 않는 영상을 보며 하루에 주어진 정신력과 에너지를 소모시키기 때문에 책이나 우리가 진정으로 해야할 일에 집중하는 일을 어려워 한다. 우리는 타인을 추종하는 일을 멈추고 스스로 깨어있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은 바빠서 나중에 시간이 나면 독서를 하겠다." 이것은 독서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결국에 여유로운 시간이 와도 하지 않을 것이다. 어려워서 손을 못 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손을 대지 않으니까 어려워하는 것이다. 매일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독서를 생활화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은 관심을 이어가는 일이고 항상 충동적으로 움직이는 것보다 착실하고 합리적으로 목표에 다가가는 행동이다. 세상 사람들은 사람들의 가치관을 흔들고 선동시키는 일들을 좋아한다. "명품 브랜드로 자신을 치장하여 겉으로 보여지는 것들로 자존감을 채우기를 원하고 몸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달고 짠 음식들로 가축을 살찌우듯이 사람들을 살찌우고 자극적인 선정적인 영상들에 정신이 팔려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방탕하고 술을 마시는 행위를 청춘의 모습인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모든 일은 단지 돈과 관련되어 있을 뿐이다." 우리가 스스로 깨어있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단지 타인을 추종하며 살게 되어있다. 우리 개개인은 빛나는 원석이지만 빛을 내지 않고 스스로 돌덩이 취급을 해서는 안 된다.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은 일단 나쁜 책을 걸러낼 줄 알아야 한다. 친구에게도 좋은 친구가 나쁜 친구가 있듯이 나쁜 친구와 어울려서 이상한 사상에 빠져서는 안 된다. 나쁜 책은 불량학생들처럼 좀 티가 나는 법이다. 자극적인 슬로건으로 시선을 끄는 일을 좋아한다. "노력하지 않고 통장에 10억 만들기!" "먹는 것 다 먹으며 1달 만에 20킬로 다이어트!" "성공한 사람들이 절대로 말해주지 않는 비밀" "부자들의 은밀한 행동 패턴" 유명세, 돈을 얻기 위해서 자극적으로 끄적인 요란스러운 말이다. 깔끔한 옷을 입고 권위와 학위 내세우며 전문가 행세를 한다. 반대로 좋은 책이란 항상 좀 숨어 있다. 좋은 말들은 이미 세상에 모두 나와있는 느낌마저 든다. 진심이란 항상 속삭인다. 사랑은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해" 항상 귀에 속삭인다. 그건 둘만 알고 있으면 되는 사실이다. 다른 사람이 다 알도록 외치며 "사랑해!!!!!!"라고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책은 언제나 진실을 전하기 위해서 통찰 있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궁금증을 던져주고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주는 글은 모두 가치가 있다."
<멋쟁이 희극인> 박지선
"우리는 책을 읽는다. 책은 우리를 생각하게 한다. 책의 주장에 동의하는지 아닌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아트 스피릿> 로버트 헨리
"내가 책을 읽는 이유도 사물을 더 넓고 더 관대하게, 그리고 사랑으로 바라보고, 현실을 더 잘 아는 작가들로부터 배울 것이 있기 때문이다. "
<고흐 영혼의 편지>
책을 가려 읽지 못하면 정신적인 오염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친구와 어울릴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이다. 처음에 우리는 색깔이 없는 흰색에 가깝다. 어느 색에나 잘 어울리고 우리는 그 무엇이라도 될 수 있다. 우리에게 한 가지 선택만 주어진 노예라면 괴로운 일이 없다.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자유인이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다. 우리는 가치관을 만들어가고 판단력을 길러가면서 점점 자신의 색깔을 가지게 되고 자신의 본성에 가까운 책을 가까이하게 될 것이다. 자신 이외의 것이 될 수 없듯 우리는 본능적으로 우리가 좋아하는 책을 알아보고 같은 본성을 가진 작가들과 친해질 수밖에 없다. 인간은 본성을 두고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지만 우리는 좋은 책을 읽을 때 더 나은 인간으로 변화한다. 소란스러운 세상에서 아이들이 현명한 말과 나쁜 말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만 있다면 조금 안심이 될 것 같다.
<이케아의 조립 설명서>
이케아는 2014년 12월 광명 1호점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에 생겨난 가구점이다. 나는 이케아에 관심을 가지고 근처에 있는 지점에 종종 가구를 사러 간 적이 있었다. 처음에 그 넓은 매장을 둘러보는데 길을 하도 많이 잃어서 나올 때에는 다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한 번은 필요한 책상과 가구들을 구매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조립을 하는데 "이 단순한 가구에 설명서가 뭐 필요해?" 나는 기본적인 상식으로 뚝딱뚝딱 가구를 완성해 가는데 거의 끝날 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어 나사? 가 왜 남지?" 나는 그제야 한 구석에 던져둔 설명서를 들고 읽기 시작한다. "아~~ 아~~~" 그제야 나사의 위치를 찾지만 결국에는 조립한 것들을 풀고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심자들은 오만하고 충동적인 마음에 설명서를 무시한다. 하지만 책은 항상 피를 아끼게 해 준다.
"물론 예술가와 예술학도 중에는 깊이 생각하면서 질서를 찾으려는 노력 없이 즉흥적인 흥분에 사로잡혀 덤비듯 일에 달려드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명석하게 생각하지 않고, 방법을 찾으려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며, 소리를 지르고 발을 동동 구르면서 그저 목표를 향해 마구 달려든다. 그리고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이처럼 무질서하게 작업하는 이는 곧 자신을 지치게 하고 파괴해 버린다." <아트 스피릿> 로버트 헨리
계획 없이 달려드는 충동적인 행동으로 한 노력들은 쌓이지 않고 대부분 흩어져 버린다. 자신의 걸음걸이만큼 하루하루를 계획하고 성과를 달성하며 목표에 다가는 일이 느려 보이지만 가장 빠르고 착실하게 현실적으로 다가가는 방법이다.
<3번의 도둑질>
나는 살면서 기억에 남는 도둑질이 3번 있다. 아마 이것이 전부일 것이다. 첫 도둑질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로 기억을 한다. 나는 평소처럼 문방구 내부에 있는 오락기 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정말 무슨 생각에서 인지는 몰라도 주인아저씨가 다른데 정신이 팔린 사이에 당시 문방구에서 파는 50원짜리 초콜릿을 몰래 챙겨 주머니에 넣었다. 딱히 초콜릿을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당시 문방구 아저씨는 나와 같은 학년에 다니는 친구의 아버지였는데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른다. 단지 삶이 너무 심심했거나 내가 위험하고 나쁜 아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두 번째 도둑질은 고등학교 때이다 다들 좋은 대학교에 가는 공부를 하느라 바쁠 때지만 나는 엉뚱하게 영화에 빠져버렸다. 90년대 00년대 당시에 문화의 부흥기였고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생각이 된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요,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 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백범일지 >
학교 도서관에서 나는 즐겨보는 영화책이 있었다. 나는 그것을 아주 자주 빌려보는데 10권이 넘는 책이 항상 그대로 있었다. 나는 그것 중 하나를 완전히 소유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어느 날은 그중에 한 권을 배에 숨겨서 도서관을 나왔다. (도덕성 무엇) 나는 당시 몸무게가 110킬로에 가까운 거구였기 때문에 책을 숨기는 일이 어렵지는 않았다. 세 번째 도둑질도 역시 책이다. 나는 영화의 일에 흥미를 느끼고 스텝으로 일을 시작했다. 나는 당시에 아주 유명한 감독님의 작품에 참여하고 있었다. 감독님은 입맛이 조금 고습스러운 사람이었다. 사무실 근처에서 같이 밥을 먹을 때면 "이놈들이 김밥천국 갈려고 태어났냐?!" 농담 섞인 혼을 내었다. 아무래도 감독님과 나는 그만큼 사는 세계가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감독님과 같이 밥을 먹으러 갈 때는 돈에 신경 쓰지 않고 항상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나갔다. 나는 종종 사무실에 있는 감독님의 방에 들어갈 기회가 있었는데 서재에는 일본시나리오선집이 있었다. 나는 그 책이 읽고 싶었다. 항상 책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기 때문에 "읽고 가져다 두면 모르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책은 더 재밌었고 나는 그 책을 돌려놓지 않았다. 감독님이 한 번은 "작품이 짜쳐도 된다. 하지만 유일한 것이어야 한다" 말씀해 주신 기억이 난다. 그런 분에게 나는 도둑질로 보답을 했다. 다시 뵈면 꼭 사과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