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형 인간의 사람 공부 - 세 번째 남의집 참석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고, 앞으로도 잘 살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나에게 커다란 변화가 연달아 찾아오기 전까지는.
2022년은 잔잔하게 살아온 내 인생에서 손에 꼽는 격동적인 한 해였다. 3월에는 결혼과 함께 가정의 변화가 다가왔고, 5월에는 퇴사와 함께 직업의 변화가 찾아왔다. 두 가지 모두 오랜 시간 충분히 고민하고 선택한 것이기에 자신만만했다. 남들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도, 나는 바뀐 환경에 곧잘 적응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아내의 역할과 프리랜서의 역할 모두 빠르게 잘 해낼 테니 스스로 초심과 겸손함을 잃지 말자는 건방진 다짐까지 했다.
'외부에서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모든 물체는 자기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다.' 뉴턴의 운동법칙 중 <관성의 법칙>이 첫 번째 법칙인 것은 그만큼 사람에게도 의미가 크기 때문이 아닐까. 나 역시 특별할 것 없는 우주 속 생명체일 뿐이었고, 관성의 법칙은 피할 수 없었다. 30년 이상 잘 살아온 싱글의 삶은 결혼과 함께 바뀐 생활 속에서 잘하지 못하는 것이 될 때가 많았다. 함께 사는 삶은 혼자 사는 삶과 너무나 달랐다. 9년 동안 지속한 직장인의 삶 역시 마찬가지였다. 직장에서의 일은 막힘없이 잘 해냈지만, 프리랜서로의 대전환 앞에서는 어리바리한 신입사원과 다를 바 없었다. 한 순간에 나를 멋지게 변화시키는 일은 예상보다 어려웠다. 충돌 없는 결혼 생활을 하고 싶었고, 애씀 없는 프리랜서 라이프를 즐기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그 누구도 나에게 변화를 잘 겪고 있다고, 잘 해내고 있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아니, 사실 들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것. 스스로에게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줘야 하는데, 차마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자기 검열이 유독 심한 성격 탓일까. '내가 고작 이것밖에 하지 못하다니...' 상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차 마음이 지쳐갔다.
내향형 인간인 나는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좋아한다. 나와 비슷한 상황, 성격,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과의 시간을 편안하게 느낀다. 나와 닮은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내가 살아온 삶의 방식이 옳다는 생각이 드는 덕분이다. 하지만 연달아 찾아온 변화가 나의 인간관계까지 뒤흔들었다. 예전과 변화된 상황 속의 나, 그리고 그 변화에 제대로 적응해내지 못하는 모습을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보이기 싫었다. 거만할 정도로 당당했던 내가 이렇게 작아지다니, 차마 이 모습을 내보이기 부끄러웠다.
그렇게 의도적으로 보낸 고립의 시간. 약 10개월이 지나니, 고독과 외로움이 몸속에 가득 차올랐다. 일단 내가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아도, 그저 지금의 내 모습을 원래의 나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를 모르는 낯선 사람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오로지 같은 취향 하나로 모인 <남의집> 플랫폼은 한 줄기 희망이었다. 과거에는 '직업, 성장, 자기 계발' 등과 관련된 모임에 참여했다면, 이번에는 '힐링, 치유, 휴식'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모임에 참석했다.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프리랜서가 되지 않았다면, 평생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을 일이다.
소리의 숲으로 떠나는 휴가
소리의 숲에서 나를 위한 사운드힐링 휴가를 보내세요.
인간은 때때로 참 치사하다. 타인의 불행을 듣는 순간 나의 불행과 비교하며, 그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는다. <소리의 숲으로 떠나는 휴가> 남의집 모임에 참석하며 나의 치사함을 온전히 느꼈다. 호스트님이 겪은 고통은 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짙었다. 나라면 그 상황에서 꿋꿋하게 버틸 수 있었을까. 호스트님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과 동시에, 나에게는 그런 불행이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곧이어, 내가 겪고 있는 이 변화들은 단순한 '사건'일 뿐, '고통'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남의집 모임에 참석한 덕분에, 잠시 나에게 물러나 타인의 삶에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나에게 깊게 되돌아왔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내 마음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그 타이밍에 맞춰 '신체화 시트 작성하기' 시간이 이어졌다. 현재 신체의 어느 부분에 어떤 불편감이 느껴지는지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프리랜서가 된 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충분히 나를 돌아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으로 가만히 앉아, 내 몸이 나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들어보았다. 가슴은 돌을 얹은 것처럼 묵직했고, 귀와 코는 젖은 천을 올려둔 것처럼 답답했다.
커다란 시련과 함께 찾아온 우울증을 이겨내기 위해, 명상과 라이프 코치 등 마음공부를 한 호스트님. 그런 그녀와의 깊은 대화만으로도 마음속 부유물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이어진 사운드배스, 즉 '소리목욕' 시간. '싱잉볼, 차임벨, 띵샤, 핸드팬' 등 태어나서 처음 보는 도구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포근하게 준비된 자리에 편안하게 누우니, 호스트님이 조심스럽게 도톰한 이불을 덮어주셨다. 눈과 배에 따뜻한 찜질팩이 올려졌다. 이 일련의 행위가 마치 나를 열심히 다독여주는 것 같아서, 본격적인 사운드배스를 하기 전부터 커다란 위로가 되었다. 앞으로도 나를 위해 의도적으로 따뜻한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다짐했다.
약 1시간 정도 사운드배스 명상 시간이 이어졌다. 평소 하던 명상과는 차원이 달랐다. 특히 '크리스털 싱잉볼' 그리고 '풀 문 티베트 싱잉볼'의 소리가 너무나 색다른 덕분에, 온전히 현재의 시간에 머무를 수 있었다. 비가 오지 않는 보름달이 뜨는 날에만 생산되는 싱잉볼이라 그런 걸까, 이토록 신비스러운 소리는 처음 들어봤다. 이제는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런 나를 겸손하게 만드는 소리였다.
아름다운 연주 소리와 함께 호스트님의 구음이 어우러졌다. 사람의 마음 중 슬픔을 치유하는 소리답게, 부정적인 감정이 슬며시 정화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 조화로운 소리를 단 1초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미동도 없이 눈을 감고 귀를 쫑긋 세웠다. 과거에는 명상을 할 때마다 항상 정신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그 정신을 다시 붙잡아 오느라 힘들었는데, 이날의 사운드배스 명상 시간에는 정신이 온전히 이곳에 머물러 있어서 신기했다. 한 마디로, 웅장한 우주가 이 공간에 펼쳐진 신비한 느낌이 들었다.
굵직한 인생의 변화 이후, 자꾸만 마음이 지나간 과거 또는 발생하지도 않은 미래로 흘렀다. 그 마음을 하염없이 따라다니느라 힘들고 지쳤는데, 사운드배스 명상 덕분에 마음을 현재로 가져오는 교정을 받은 듯했다. 앞으로도 마음이 과거와 미래로 벗어나려는 순간마다, 지금의 이 신비스러운 순간을 떠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호스트님이 준비하신 샌드위치와 함께 따뜻한 차를 마시며, 각자 경험한 사운드 배스에 대한 느낌을 나눴다. 마음이 더욱 열린 덕분일까, 일과 가족 등 대화의 주제가 한층 더 깊어졌다. 처음 보는 나를 위해, 열정적인 응원과 똑 부러진 조언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우두망찰 했다. 낯선 사람들이 나에게 예상 밖의 커다란 위로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느꼈다. 내향형 인간도 새로운 사람들로부터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나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나는 나에 대해 알아야 할 부분이 여전히 많다.
신체화 시트를 작성할 때 묵직하고 답답하다고 느꼈던 몸이 한결 가볍고 또렷해졌다. 처음 보는 악기들의 소리로부터 위로를 받았다.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로부터 뜨거운 용기를 얻었다. 이 또한 나에게 다가온 새로운 변화였다.
관성의 법칙을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본다. 정지한 물체가 변화를 겪으며 마침내 운동하는 물체가 되면 이제는 계속 움직이려고 한다는 것을. 앞으로도 끝없이 다가올 인생의 변화가 편안하게 느껴질 때까지 나는 나의 마음을 수시로 들여다보며 에너지를 채워주고, 진심으로 "잘 해내고 있다"며 토닥일 것이다. 낯선 것들로부터 위로를 받았으니, 나 역시 또 다른 낯선 것들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남의집 : https://bit.ly/3Vf9GH1
이 콘텐츠는 남의집 서포터즈 취향여행자로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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