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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라맘 Jan 09. 2024

내가 술을 끊을 수 있었던 이유

똥개가 똥을 끊지 내가 술을 끊는다고...?

계곡에서 맥주는 못참지
퇴근하고 직장동료들이랑 얼음 생맥주는 못참지
물론 다음날 하루종일 숙취로 고생하긴 하지만...
스쿠류바에 소주 못참지...
담금주 맛있지...
낮부터 맥주... 못참지...
퇴근하고 지친 하루를 달래주는 나마비루 구다사이, 이 맛을 모르면 인생을... 논할 수 없어용...
돈가스에 과일 안주는 뭐다? 소주다...
친구들과 캠핑가서 샴페인 못참지...
승봉도에서 블루라벨 깐 오빠. 그 와중에 스톤아일랜드 모자+점퍼 조합 뭔데;
야밤에 배고프면 편의점 도시락+하이볼... 얼마나 맛있게요?
전통주 존맛탱이라고요....
직장 동료들이랑 있는데 어떻게 술을 참아요...89~94년생들 또래끼리 있는데 어떻게 술을 안 마실 수 있는지 방법 아시는분???
라오스에서 파트너사 부행장님 등 오셨는데
소맥 말아드리는게 한국의 예의 아닌가요?
위스키 솔직히 맛있잖아요
아니 8월에 이거 거부할 수 있는 사람 있으면 나와봐. 진짜.
베트남 갔는데 울 뚜엔 오빠가 위스키 주면 마셔야되 안마셔야되? 잘생긴 오빠가 주는 술은 2배로 맛있는거 몰라요???;;;
홍구오빠는 소주를 박스씩 사오신다구요...
전통주 너무 맛있다니깐요.....??????????????

술을 참 좋아했던 나.

오빠도 술 마시다 만났다.

나는 회사 다니면서 회식이 잦은 편이었고, 일주일에 두세 번은 늘 회사 사람들과 역삼에서 한잔씩 걸치고 회포 풀고 bonding 하고서 집에 돌아와 쓰러지듯 잠들었다.

술을 좋아는 하지만 잘 마시지는 못하는 알쓰인 나는, 조금만 마셔도 금방 취했다.

혹여 술이 잘 안 받아서 한두 잔만 마시고 집에 돌아오는 날이면, 집 근처 bar에 가서 혼술로 맥주 두어 잔을 마시고 집에 돌아오곤 했다.

오빠는 그 가게 사장님과 정말 친한 단골손님이었고, 그날은 오빠+기아 야구팬모임 조합으로 아저씨들끼리 한잔 하던 날이었다.


바에서 혼술 하던 여자는 나밖에 없었고, 그날 전라도에서 갓 잡은 소라를 안주로 먹던 그쪽 테이블에서는 내게 소라 안주를 나눠주었고, 우리는 자연스레 합석하게 되었다.


아니, 내가 그냥 그쪽 테이블에 가서 앉아서 안주를 겁나 퍼먹었던 것 같다.

해산물이라면 환장하는 여수출신 여자애는 처음 보는 아저씨들 사이에서 귀에 익숙한 전라도 사투리를 들어가며 그동안 애써 감춰왔던 여수 사투리를 뱉어내기 시작했고,

우리는 다 같이 노래방까지 가서 새벽 2시까지 놀았다.


남행열차와 편의점과 빌리아일리시의 bad guy를 불렀던 게 기억난다.


아저씨들은 주말에 속초로 여행을 간다고 했고, 나더러 같이 가자고 했다.

나랑 띠동갑인 오빠들이 있는 무리에서 나는 마치 사촌 오빠들을 만난 것 같은 편안함을 느꼈다.

영광, 담양, 무안, 광주, 오빠들은 저마다 고향이 달랐지만 기아 타이거즈라는 거대한 팬덤으로 하나가 된 이들이었다.

나 역시 울 아빠가 기아를 다니셨었고 광주에서 직관을 한 적도 있고 한때 기아팬이었던지라 우리는 금방 친해졌다.

그렇게 우리는 다 함께 속초로 여행을 갔고, 난 아저씨들 사이에서 유일한 30대 여자로 홍일점을 담당했다.

오빠 92키로 돼지시절.
금강산 산행 후 마시는 술은... 취하지도 않아...

그러던 내가, 술을 끊었다.

.................

술을 끊을 바엔 목숨을 끊겠다던 술쟁이 김태이는....

임산부가 되었고...........

나는............. 제로 맥주조차 입에 대서는 안 되는 초기 임산부이고......................^^

내 주변엔 다들 술 좋아하는 사람들뿐이고......

오빠와 시댁 식구들은 반주가 일상인 분들이고...

오빠... 코로나가 맛있어??? 난 제로콕 마시는데 코로나 마시면 좋아?????
어쨋건 웨딩드레스는 입어야하니까....
엄마는 내가 임신한 것보다 술을 안먹는다는 사실이 더 기쁜 것 같다...아빠는 드디어 사위랑 소주 한잔 할수있겠다며 좋아하시는듯...
키가 줄었다. 원래 164.7이었는데... 몸무게가 늘었다. 원래 53이었는데....아니다 64키로까지 쪘었으니까 6키로 빠진거라고 하자.
한밤중에 김밥 싸주는 우리 오빠....
고생이 많은 우리 오빠.....
장어로 몸보신하면서....
겨울산 등산하기 , 칠보산.
태교운동은 펌프로~~~~ 하드모드로 뱅뱅뱅~~~
내 영혼의 고향, 라오스 출장 당시 현지 파트너사 직원들과. 빠뚜싸이는 내 영혼의 안식처...
베트남 출장 갔다가 골절되어온 내 오른발.
비록 행사는 잘 마쳤으나... 월남전 파병의 상흔은 생각보다 깊었다.
회사 언니 오빠들과. 80년대 생 모임이었는데, 90인 내가 낀 이유...? 는 아무도 모르겠음.
회사에서 맥주로 빨대꼽아 마시며 일하던 시절이여 안녕...
이제는 좀만 달려도 물리치료 받아야 하는 왼발목. ㅠㅠ나도 이제 늙고 병들었어.....

임산부는 태동을 느낄 때까지 본인이 임신했음을 실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배가 불러오기 전까지는 그냥 생리 안 하는 기분만 느낄 뿐...

생리는 안 하는데 생리통만 계속 주야장천 느끼는.

입덧이 심해서 너무 싫다.

먹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등산도 조깅도 자전거도 다 안 되는 임산부.

오빠랑 한라산 가고 싶은데 ㅠㅠ

빨리 애 낳고 키워서 산 타고 싶은 마음만 굴뚝같다.


오늘도 순대볶음을 사 왔는데 한입 먹고 토할 것 같았다.

오빠만 돼지가 되어가고 있다.

뛰지 말래서 부지런히 걷고 있다.

하루 만보 걷기가 목표인데 1,2,7일을 제외하곤 매일같이 목표 초과 달성중.

열심히 운동해서 순산하고 시푸드



모유수유하면 술을 또 못 마신다는데....

그럼 난 2년간은 술을 못 마신다는 건데....

이제껏 한 14년 동안 열심히 마셨으니

2년은 쉬어줄 때도 된 것 같다.


우리 모두 간을 보호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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